각계인사 1230명, 촛불기념비 보존에 나섰다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도 참가

등록 2003.12.16 12:27수정 2003.12.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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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범대위는 16일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촛불기념비 보존을 염원하는 탄원운동에 각계인사 1230명이 동참했다"며 이들의 탄원서를 공개한 뒤, 이를 청와대와 서울시청에 접수했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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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원운동에는 영화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각계인사 1230명이 참여했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각계 인사 1230명이 자주평화 촛불기념비(이하 촛불기념비) 살리기에 나섰다.

촛불기념비가 종로구청에 의해 강제 철거 위기에 처하자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이하 여중생 범대위)는 지난 4일 촛불기념비 보존을 위한 1000인 탄원운동에 나섰고 각계 인사 1230명이 이에 참여했다.

여중생범대위는 1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주일만에 각계 인사 1230명이 촛불기념비 보존 탄원운동에 동참했다"며 "정부 관계 당국은 촛불기념비 보존을 염원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촛불기념비는 6·13 효순·미선 1주기 추모대회 국민준비위원회(이하 국민준비위원회)가 지난 6월 13일 효순·미선양의 1주기를 기리기 위해 국민의 성금을 모아 광화문 교보문고 앞 인도에 세워진 상징물이다. 높이 1m, 너비 50cm 화강암으로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위에 자주평화를 상징하는 촛불이 올려져 있는 형상이다.

그러나 지난 7월 누군가 세동강으로 훼손한 데 이어 종로구청이 도로법상 불법설치물이라며 자진철거 촉구문을 수차례 여중생 범대위에 보내는 등 촛불기념비의 수난은 그치지 않고 있다. 현재 촛불기념비는 훼손사건 후 지난 7월 26일 같은 자리에 2배 크기로 다시 세워진 것이다.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임종석 의원 등 각계 인사 1230명 '보존'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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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기념비는 '6·13 효순, 미선 1주기 추모대회 국민준비위원회'가 지난 6월 13일 효순·미선양의 1주기를 기리기 위해 국민의 성금을 모아 광화문 교보문고 앞 인도에 세웠다. 사진은 지난 7월, 훼손 사건 이후 복원된 기념비 옆을 지키고 있는 신한얼군. ⓒ 오마이뉴스 남소연

"촛불기념비는 민족 자주와 평화의 상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계 대표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자주평화 촛불기념비 보존을 위한 1230인 탄원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근수 목사(여중생 범대위 상임공동대표)는 "촛불기념비는 불법설치물이 아니라 민족의 평화와 자주의 상징"이라며 "국민의 뜻을 기리기 위해 기념비가 유지, 보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중생 범대위는 이날 "각계 인사 1230명이 이와 같은 뜻으로 촛불기념비 보존 탄원운동에 참여했다"며 명단을 공개했다. 여중생 범대위에 따르면 이번 탄원운동에는 영화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배우 권해효와 가수 신해철·안치환·윤도현씨 등 문화·예술계 인사 96명, 김성호·김원웅·임종석(이상 열린우리당)·정범구(무소속) 국회의원 등 정치인사 93명 등 16개 분야 1230명이 참여했다.

여중생 범대위는 이날 탄원서와 함께 밝힌 기자회견문을 통해 "촛불기념비는 우리 땅을 노리개쯤으로 생각하는 미국에 대한 우리 국민의 강력한 경고와 평화를 염원하는 열기가 담긴 상징물"이라며 "이의 보존을 위해 정부와 서울시, 종로구청도 협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탄원에 동참한 이들의) 정당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관계당국이 기념비 철거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이며 그 자리에는 현재보다 더욱 큰 기념비가 세워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중생 범대위는 "기자회견 후 탄원서를 모아 청와대와 서울시청에 민원 접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관련 행정구청인 종로구청은 "자진 철거 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 하겠다"는 애초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종로구청은 지난 6월 13일 여중생 범대위 측에 '자진철거 촉구 안내문'을 최초로 보낸 데 이어 지난 11월 말까지 총 6차례의 촉구문을 보낸 상태다. 또 지난 10월 17일에는 도로법(40·47조) 상 불법설치물인 촛불기념비를 자진철거 하지 않는다며 여중생 범대위를 종로 경찰서에 고발하기도 했다.

종로구청 측은 "최근에도 여중생 범대위에 오는 25일까지 자진 철거하라는 구두 요청을 한 상태"라며 "25일 이후에도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 철거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0월 17일 종로구청의 고발장을 접수받은 종로서는 이 사건과 관련 여중생 범대위 공동대표단 16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발송했으나 여중생 범대위 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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