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기념비 글씨체가 북한 글씨체?

종로구청장 '색깔발언' 물의... 여중생범대위, 공개사과 촉구

등록 2004.01.05 14:06수정 2004.01.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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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기념비에 새겨진 글씨가 북한글씨체? 김충용 종로구청장이 촛불기념비 철거와 관련, 기념비에 새겨진 글씨체가 북한에서 쓰는 것과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 해 7월26일 훼손 사건 이후 복원된 촛불기념비와 시민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촛불기념비의 글씨체가 북한에서 쓰는 것과 같다고 하더라."
"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데 미국을 나가라고 하면 다시 점심 굶는 시대가 올 것이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청이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 세워진 '자주 평화 촛불기념비'(이하 촛불기념비)를 전격 철거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김충용 종로구청장이 촛불기념비와 관련한 '색깔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5일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이하 여중생 범대위)는 지난 2일 면담에서 김 구청장이 촛불기념비를 두고 "기념비에 새겨진 글씨체가 북한에서 쓰는 것과 같다고 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면담에 참석했던 채희병 여중생 범대위 사무국장은 "김 구청장은 이밖에도 '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데 미국을 나가라고 하면 다시 점심 굶는 시대가 올 것이다', '통일을 하자고 하는데 이는 (북에서 말하는) 남진통일이 아니냐'는 등의 발언을 해 무척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채 사무국장은 "기념비에 새겨진 글씨체는 일반 궁서체 글꼴"이라며 "이를 북에서 쓰는 글씨라고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설사 북에서 쓰는 글씨체와 비슷하다고 한들 기념비 철거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채 사무국장은 "이로써 종로구청이 촛불기념비를 철거한 진짜 이유가 드러난 셈"이라며 "결국 미국과 미 대사관의 눈치를 봐서 철거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애초 종로구청은 촛불기념비가 도로법 상 불법설치물이며 시민들의 보행에 불편을 준다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여중생범대위에 수 차례 자진철거 촉구문을 보냈었다.

종로구청 비서실과 건설관리과 등에 따르면 지난 해 이후 전화 등을 통해 촛불기념비의 철거를 요청하는 민원이 수 차례 들어왔고 인터넷 <독립신문>에서도 여러 차례 철거를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1일 촛불기념비 철거 이후에는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의견도 접수되고 있다. 종로구청 건설관리과 측은 "오늘 하루만 철거에 항의하는 의견이 인터넷을 통해 7건 정도 들어왔다"며 "기념비의 의의는 이해하지만 공무원의 입장에서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 어려움을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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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대위 "15일까지 원상복구하라"... 종로구청 "무리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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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용 종로구청장

종로구청의 촛불기념비 철거와 이와 관련한 종로구청장의 발언에 대해 여중생범대위는 5일 오전 11시 종로구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김 구청장의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여중생범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 대사관 신축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얼이 깃 든 덕수궁터도 내주겠다고 나서는 정부와 서울시, 구청이 두 학생의 억울한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국민의 마음을 모아 만든 촛불기념비를 세우는데는 단 한평의 땅도 내줄 수 없다니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여중생범대위는 김 구청장의 공개사과와 촛불기념비의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이들은 "종로구청은 오는 1월15일까지 강제로 철거한 촛불기념비를 즉각 반환, 원상복구 하고 색깔공세를 편 김충용 종로구청장은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후 여중생범대위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촉구서한을 종로구청 민원봉사과에 접수한 뒤 이날부터 종로구청 앞에서 릴레이 1인 항의시위에 들어갔다.

한편 '색깔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충용 종로구청장은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구 종로구청장 비서실장은 김 구청장이 자신의 발언이 곡해되고 있어 억울하다는 뜻을 비쳤다고 전했다.

박 비서실장은 "구청장께서는 우리가 미국의 도움으로 경제성장을 했는데 (촛불기념비가) 자칫 반미운동으로 비쳐져선 안 된다는 뜻으로 그런 발언을 하신 것"이라며 "북한 글씨체 발언도 주변에서 그런 얘기들을 하더라는 식으로 전한 말인데 (범대위가) 발언의 앞뒤를 잘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 비서실장은 또 여중생범대위의 촛불기념비 원상복구 요구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과태료(5만원)를 지불하면 촛불기념비를 반환해줄 수 있으나 불법 설치물을 법에 따라 철거했는데 다시 원상복구해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비서실장은 대체부지 마련 등에 대해서는 협의의 의지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원상복구는 어렵지만 더 검토를 해서 다른 장소에 (촛불기념비를) 만든다든지 하는 협의의 의지는 우리도 갖고 있다"며 "관련 부서와 여중생범대위가 잘 얘기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구청장은 지난 2002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6·13 지방선거에 출마, 민주당 이성호 후보를 약 4600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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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범대위는 종로구청에 촛불기념비의 원상복구와 구청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촉구서한을 전달하고 이날부터 항의 1인시위에 들어갔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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