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기념비는 철거, <조선> 안내판은 방치

서울 종로구청·중구청, 불법 설치물 이중잣대

등록 2004.04.23 16:03수정 2004.04.2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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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철거된 촛불기념비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1월 2일 광화문 네거리에 설치된 촛불기념비가 강제 철거됐다. 종로구청은 이 기념비가 '불법 설치물'이라는 이유로 철거를 단행했다.

철거된 촛불기념비는 미군 장갑차에 치여 억울하게 사망한 신효순, 심미선 두 여중생을 추모하기 위해 연인원 500만 명의 시민이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연 것을 계기로 설치된 것이다. 일종의 '역사적인' 기념비인 셈이다.

여중생범대위(www.antimigun.org)는 종로구청과 면담을 요청하는 등 추모비 재건립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번번히 여러 장벽에 부딪쳐야 했다. 범대위는 올해 2주기를 맞아 자주평화 촛불기념비 재건립을 위해 추진회원 10만 명을 모집하고 있다.

촛불기념비 철거 당시 <조선일보>는 1월 3일자 사회면에서 <광화문 여중생 기념비 "불법시설물" 철거>라는 제목으로 "공중전화부스나 작은 광고판 같은 것도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범대위측은 아무런 허가 없이 불법적으로 기념비를 세웠다. 그 의도가 어떻든 간에 기념비는 명백한 불법 시설물"이라는 종로구청의 해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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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두 여중생 추모비가 서 있었던 광화문 4거리에서 서울시의회 앞으로 걷다보면 '조선일보 건물 안내도'가 인도에 당당하게(?) 서 있다.

도심 한복판인 중구 태평로 1가 60-1 서울시의회 앞 인도에 위치해 있는 이 '안내도'는 조선일보사의 본관·구관·별관·정동별관·광화문 빌딩 등의 자세한 위치를 초록색으로 주변 건물들과 구분해 표시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 '조선일보 건물 안내도'는 무허가 안내표지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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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의회 앞에 있는 조선일보 건물 안내도

서울시 중구청 건설관리과 담당자는 21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중구에서는 그런 표지판을 설치하지 않았으며 예전에 사설로 설치된 것 같다"고 밝혔다. 즉 조선일보가 임의로 설치했다는 것이다.

담당자는 이어 "이명박 시장 취임이후 인도나 도로에 게시판이나 안내도를 새로 설치하는 것은 규제가 심해 허가가 잘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런 식의 무허가 안내표지판들은 시내 다른 곳에도 있다. 그러나 무허가 안내표지판의 경우 설치한 회사나 개인에 철거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변상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조선일보사 관리과 담당자는 "안내표지판이 있는 곳은 인도와 상관이 없는 곳"이라며 "사람 다니는데 지장이 없다. 다른 곳에도 입간판이 서 있다"고 밝혔다. 담당자는 이어 "지장이 없기 때문에 (조선일보를) 찾아오는 사람을 위해 세워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적인 기념비'는 불법이라며 악착같이 철거 관리하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정작 일개 사기업체의 불법 안내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지자체도 있어 '이중잣대'란 지적은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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