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비지랑 묵은지가 만나니, 어랏 맛있잖아

등록 2008.03.21 14:56

수정 2008.04.0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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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매된장국 할매된장국(찌개)은 소박하면서도 깊은 맛이 담겨있다. 어릴 적 고향에서 맛보았던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진다. ⓒ 조찬현

▲ 콩비지반찬 “그거 된장 아니에요. 집에서 만든 콩비지에요. 먹어봐요, 정말 맛있어.” ⓒ 조찬현

"된장찌개에 무슨 반찬이 이렇게 많아요?"
"그냥 쪼끔씩 놨어, 맛보라고."

'청국장을 먹을까. 할매된장국을 먹을까?' 잠시 망설이다 할매된장국(찌개)을 시켰다. 예상과는 달리 반찬가짓수가 제법 많다. 어! 그런데 아홉 가지 반찬 중에 좀 특이하다 싶은 것이 있다. 이게 된장이야, 쌈장이야?

"이 된장은 뭐하고 먹으라고 줬어요?"
"그거 된장 아니에요. 집에서 만든 콩비지에요. 먹어봐요, 정말 맛있어."
"이거 어떻게 만드나요?"
"순두부 만들고 나온 찌꺼기(콩비지)여. 그걸 묵은 김치와 볶아서 만든 거여."
"전 이제껏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이네요."
"옛날에는 많이 만들어 먹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귀찮응께 안 만들어요."

묵은지와 볶아 만든 콩비지반찬... "요즘엔 안 만들제"

조금 전에 음식을 갖다줬던 할머니는 집에서 직접 만든 콩비지반찬이 진짜 맛있다며 한 번 먹어보라고 권한다.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국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어디 그 맛 한 번 볼까? 햐~ 그 된장국 참 개운하고 깔끔하다. 구수한 된장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 내용물도 푸짐하다.

"애호박과 양파·두부·꽃게·바지락 등을 넣고 육수를 내갖고 끓인 거예요."

이 집의 안주인 소미숙(49)씨의 설명이다.

"육수 비법 좀 알려 주세요."
"그건 비밀이에요. 아무도 안 가르쳐줘요. 비밀이 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에 담겨있어요."

▲ 할매된장국 기본 상차림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국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 조찬현

주머니가 얇아도 좋은 부담 없는 맛집

할매된장국(찌개)도 제법 먹을 만하다. 5000원 한상에 무려 반찬이 아홉가지다. 된장찌개에 찬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반문하자 반찬이 적으면 손님들이 싫어한다고 한다.

반찬도 제법 맛이 있다.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참나물은 조선간장을 치고 참기름과 마늘 다진 것 넣고 버무렸다. 고추장아찌는 소금물에 염장을 해서 집에서 담근 멸치젓에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들었다는데 한 입 깨물어보니 고추가 무르지 않고 단단해서 식감이 참 좋다.

식초와 고추장 설탕 약간을 넣어 무쳐낸 도라지무침은 새콤달콤하다. 거기에다 도라지 특유의 쌉쌀함이 더해져 식욕을 돋운다. 다른 찬들도 다 무난하다.

'단골보다는 뜨내기손님이 많이 찾는 관광지인데 뭐 별 수 있겠어?' 했던 처음의 생각이 확 바뀌는 순간이다. 이곳에서 맛본 할매된장국(찌개)은 소박하면서도 깊은 맛이 담겼다. 어릴 적 고향에서 맛보았던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진다.

음식 맛은 장맛이라는데 이 집 음식 맛의 비법은 장맛에 있는 듯하다. 대대로 내려온 전통비법으로 온갖 정성을 다해 빚어낸 된장 맛에.

세계적인 발효음식인 된장이 들어가는 음식에는 모정과 옛 추억이 담겼다. 옛 추억을 회상하고 여행의 여독을 풀어내는 데에는 된장국이 아주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