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마디 한자말 털기 (40) 상하다(傷)

[우리 말에 마음쓰기 372] '시력이 상하다', '곧 상할 먹을거리' 다듬기

등록 2008.07.15 13:52수정 2008.07.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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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시력이 상하다

.. 청년시절 감기약을 잘못 드시고 시력이 상하신 아버지와 두 눈 멀쩡한 내가 서른한 해 동안 이곳에서 포도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  <류기봉-포도밭 편지>(예담,2006) 30쪽


'청년시절(靑年時節)'은 '젊을 적'이나 '젊을 때'로 다듬어 줍니다. '시력(視力)'은 '눈힘'이나 '눈'으로 손질합니다.

 ┌ 상하다(傷-)
 │  (1) 물건이 깨어지거나 헐다
 │   - 그릇들이 상하지 않게 조심스레 다루다 / 상한 물건도 고쳐서 쓰는 절약
 │  (2) 음식이 부패하다
 │   - 고기가 상하다 / 상한 음식을 먹어서 식중독에 걸리다
 │  (3) 몸이 여위어 축이 나다
 │   - 저렇게 무리하다가 몸이 상할까 걱정된다
 │  (4) 몸을 다쳐 상처를 입다
 │   - 돌에 맞아 눈이 상하다 / 무리한 운동으로 다리가 상하다
 │  (5) 근심, 슬픔, 노여움 따위로 마음이 언짢다
 │   - 친구의 농담에 기분이 상했다 / 불합격 소식에 마음이 상했다 /
 │     친구의 말에 자존심을 상하다 / 마음을 상하고 싶지가 않았다
 │
 ├ 시력이 상하신 아버지
 │→ 눈을 다친 아버지
 │→ 눈이 나빠진 아버지
 │→ 눈이 안 좋아진 아버지
 │→ 눈이 어두워진 아버지
 │→ 눈이 가물가물해진 아버지
 └ …

물건이 깨진다면 '깨진다'고 하고, 헐어 버린 물건이라면 '헐었다'고 할 때가 가장 알맞습니다. 먹을거리가 썩으면 '썩었다'고 하는 우리들입니다. '맛이 갔다'고도 하고요. '쉬었다'고도 합니다.

 ┌ 그릇들이 상하지 않게
 │→ 그릇들이 깨지지 않게
 │→ 그릇들이 다치지 않게
 ├ 상한 물건도 고쳐서
 │→ 다친 물건도 고쳐서
 │→ 망가진 물건도 고쳐서
 └ …

몸이 여윌 때는 ‘여윈다’고 하며, 몸을 다쳤을 때는 ‘다쳤다’고 합니다. 마음이 안 좋으면 ‘안 좋다’고 합니다. ‘언짢’기도 하고, ‘못마땅하’기도 합니다. 때때로 마음이 ‘다치’거나 ‘구겨지’기도 합니다.


 ┌ 몸이 상할까 걱정된다
 │→ 몸이 야윌까 걱정된다
 │→ 몸이 마를까 걱정된다
 ├ 무리한 운동으로 다리가 상하다
 │→ 힘든 운동으로 다리가 다치다
 │→ 힘든 운동으로 다리가 맛가다
 └ …

때와 곳에 따라 다 다르게 쓰는 우리 말이요, 자기 느낌과 생각을 알뜰히 담아내는 우리 말입니다. 그렇지만 '傷하다'라는 말이 쓰이면서, 슬그머니 퍼지면서, 차츰 뿌리를 내리면서, 그동안 두루두루 잘 쓰고 있던 우리 말이 밀려납니다. 개성이 무너지고 다양성이 스러집니다.

ㄴ. 곧 상하거나 곰팡이가 필

.. 우리는 될 수 있는 한 곧 상하거나 곰팡이가 필 만한 것부터 먼저 먹었다 ..  《구드룬 파우제방/함미라 옮김-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보물창고,2005) 51쪽

'될 수 있는 한(限)'은 '될 수 있는 대로'나 '되도록'으로 다듬고, '곰팡이가 필 만한 것'은 '곰팡이가 필 만한 먹거리'로 다듬습니다.

 ┌ 상하거나 곰팡이가 필
 │
 │→ 썩거나 곰팡이가 필
 │→ 맛이 가거나 곰팡이가 필
 │→ 쉬거나 곰팡이가 필
 └ …

우리 말로는 ‘썩는다’고 하고, 한자말로는 ‘부패(腐敗)한다’고 합니다. 먹을거리도 썩고, 사람마음도 썩으며, 집도 썩습니다. 훌륭한 사람이 빛을 보지 못하니 썩고, 아름다운 책을 알아보는 사람이 적어서 썩습니다.

 ┌ 고기가 상하다 → 고기가 썩다
 └ 상한 음식을 먹어서 식중독에 걸리다 → 맛간 밥을 먹어서 배앓이를 하다

썩은 고기를 잘못 먹으면 탈이 납니다. 맛간 밥을 잘못 먹어도 속이 끓습니다. 배탈, 배앓이입니다.

밥 한 그릇 먹을 때 고맙게 받되 잘 살피며 먹어야 합니다. 사람 하나 만나서 일을 할 때 즐겁게 일하되 흐트러지거나 비틀리지 않도록 매무새를 추슬러야 합니다. 썩은 밥은 몸을 썩게 하고, 썩은 일은 마음을 썩게 합니다. 배만 채워서는 안 되며, 돈만 벌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 말이든 그냥저냥 해도 안 됩니다. 탈이 나지 않을 밥을 골라서 먹고, 탈이 나지 않을 일을 골라서 하며, 탈이 나지 않을 말을 골라서 펼쳐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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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우리 말 #상하다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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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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