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좋아하시죠? 바다쓰레기 막으세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바다②] 김환용 연안보전네트워크 상임이사

등록 2008.07.28 10:17수정 2008.07.2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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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육지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가서 바닷가와 섬을 더럽힌 뒤, 다시 국경을 넘어가는 문제를 다룹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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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용 연안보전네트워크 상임이사는 국내 대표 바다전문가다. ⓒ 김대홍


김환용 연안보전네트워크 상임이사는 바다쓰레기 이야기만 나오면 미치는 사람이다. 지긋지긋하다고 말하지만 지금도 '바다쓰레기' 이야기만 나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그는 2002년 무렵 국내엔 생소한 외국기인 바다쓰레기 문제를 서남해도서환경센터 사무국장과 함께 제기한 뒤, 이후 줄곧 우리나라 전국 섬에서 모니터링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우리나라 섬에 상당히 많은 나라의 쓰레기가 밀려온다는 것이 드러났다. 자기 나라 쓰레기는 절대 한국에 가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하던 일본의 시각도 바꾸었다.

김 상임이사는 "바다쓰레기가 대부분 육지에서 떠밀려오고 상당수가 외국산이라는 것을 밝혀냈지만,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지우는 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쓰레기를 '순환'이라는 눈으로 바라본다. 육지에서 나온 쓰레기가 강을 타고 바다로 흘러가면 그 쓰레기는 해초와 물고기의 먹이가 된다. 그 해초와 물고기는 다시 도시인의 식탁에 오른다. 일본쓰레기가 우리나라에 오기도 하지만 더 많은 쓰레기가 일본으로 간다.

"내가 만든 쓰레기가 언젠가는 나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김 상임이사는 강조한다. 지난 23~24일 여수에서 만나 외국 기인 바다쓰레기를 찾아다니면서 나눈 이야기를 여기에 소개한다.

"섬 쓰레기 8%가 육지 등 다른 데서 만들어졌다"


- 바다쓰레기 문제는 육지쓰레기에 비해서 관심이 덜한 듯하다. 육지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아서 그런 듯한데.
"맞다. 평상시 내 눈에 잘 안보이니까 관심이 덜하다. 하지만 바다쓰레기의 상당수가 육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섬 쓰레기의 경우 85%가 육지를 포함해 다른 곳에서 만들어졌다."

- 육지 쓰레기가 어떻게 바다로 가는 것인가.
"하천을 통해서 주로 들어간다. 금강·낙동강·한강·섬진강 등이 대표적이다. 한강과 낙동강이 특히 심각하다."

- 댐이나 방조제가 육지 쓰레기를 막지 않나.
"홍수를 조절하면서 가끔씩 물을 뺄 때가 있지 않나. 그 때 바다로 밀려간다. 바다로 유입되기 전에 차단하는 기술을 정부가 개발했다고 했지만, 아직 효과적이라고 보진 않는다. 근본 해결책은 육지쓰레기가 강에 못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 바다쓰레기의 문제가 무엇인가.
"육지쓰레기가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면 처리비용이 크게 뛴다. 그리고 바다쓰레기는 재활용이 안된다. 소각을 하려고 해도 소금기를 머금은 바다쓰레기는 발열량이 육지쓰레기보다 몇 배나 높다. 소각장 사용기간이 크게 줄게 된다.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사람들은 바닷가에 떠밀려온 표층쓰레기에 관심을 두고, 정부는 바닥에 가라앉은 침전쓰레기에 관심을 둔다. 바닥에 가라앉은 침전쓰레기는 바다생태계를 황폐화한다. 이것 말고 중층쓰레기도 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이 바위에 부딪히고 찢겨지면서 잘게 쪼개진다. 이것들이 물 가운데를 흘러다니면 물고기들이 먹게 되고, 이런 물고기들을 사람들이 먹게 된다.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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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임이사는 우리나라가 바다쓰레기 문제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 김대홍


- 국제쓰레기에 대해선 언제 알게 됐나.
"내가 남해안 섬 출신이다. 1960년대 초반 태풍이 불 때마다 바닷가엔 쓰레기가 잔뜩 밀려왔다. 그 때 일본쓰레기를 많이 봤다. 당시 물자가 무척 귀하던 때라 외국산쓰레기를 무척 신기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 일본은 그동안 오로지 바다쓰레기는 한국에서 일본으로만 건너올 뿐이라고 주장했다.
"맞다. 그러다가 우리가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나라 쓰레기가 일본에 많이 건너가는 것은 맞다. 2001년쯤인가, 세미나가 있어 일본에 건너간 적이 있다. 그 때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보게 됐는데, 한국상표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 내 눈엔 온통 한국상표만 보였다. 느낌으로는 80~90%는 되는 것 같았다. 당시 일본문화에 익숙한 한국인 학자가 50%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나라 쓰레기가 어디까지 가나.
"일본 북해도에서도 발견된 적 있다."

- 어쨌든 일본이 우리보다 바다쓰레기에 먼저 관심을 가진 것 같다.
"대략 10년 정도 앞선다고 보면 된다. 1992년쯤부터 바다쓰레기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내가 일본 세미나에 참석하러 갔을 때, 일본 NHK방송사가 3박4일동안 동행취재했다.

일본에서 바다쓰레기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선 정부나 언론 어디서도 관심을 두지 않았을 때였다. 일본은 자국에서 나온 쓰레기를 모두 드러냈다. 드러낸다는 것은 해결할 의지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숨기기에 바빴다."

- 바다쓰레기 문제에 대해서 일본과 한국이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설명한다면.
"일본 쓰시마시 바닷가에 무기산(염산)통 300~400개가 떠밀려와 난리가 난 적 있다. 쓰시마시는 '화학테러'라고 표현했다. 우리나라 김 양식장에서 불법 사용하던 것들인데,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일부 김 양식장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다 쓴 무기산산통에 물을 담아서 버리곤 하는데, 그게 쓰시마시에 떠밀려간 것이다. 보통 우리나라에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면 대략 한 달 정도 뒤 쓰시마시에 도착한다."

- 외국산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알려진 쓰시마시는 어떻게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었나.
"섬에선 쓰레기를 처리하기기 쉽지 않다. 쓰시마시를 배를 타고 둘러봤는데, 온통 절벽이라 배를 댈 수가 없었다. 일본 사람들은 바다쓰레기 문제에 굉장히 민감해서 아예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주민들도 어부들도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그런데 외국산 쓰레기가 계속 늘고 있으니 그 쪽도 난감해하고 있다."

"내 바다라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함부러 쓰레기를 버리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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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용 상임이사는 바다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를 기대한다. 내 밭이나 내 논이라면 함부로 버리지 못할 거라는 거다. ⓒ 김대홍

- 국제쓰레기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숫자를 세거나 무게를 달아서 책임추궁을 하는 게 옳은 것인가.
"그럴 성격이 아니다. 국제해양관리법상 국가간 이동쓰레기에 대해선 배출국 책임이지만 자국 영해 안에선 자국이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바닷가에 밀려온 중국쓰레기에 대해서 외교 노력은 해야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해양쓰레기의 경우 출처를 밝힌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오지 않도록 하고, 바다에서 불법 투기하는 일을 막아야 할 것이다."

- 사람들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으로 들린다.
"맞다. 자기 밭에 돌이 있으면 작은 돌이라도 골라내서 돌탑을 쌓지 않나? 그런데 바다는 내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선지 못 본 체 한다. 오히려 함부로 버리기나 할 뿐이다.

바다가 우리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피해가 오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 생각한 거다. 쓰레기가 많은 곳은 조류가 복잡한 곳이다. 각종 해류와 해류가 만나서 부딪치는 곳이다. 그런 곳에 고기가 많다. 쌓이고 부서진 쓰레기들을 해초와 물고기가 먹게 될 텐데, 그러면 그것들을 먹는 우리는 어떻게 되겠나. 생각해봐라. 우리 식탁에 해초나 물고기 또는 패조류가 얼마나 많이 오르는지. 바다쓰레기 문제는 식탁 안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다. 쇠고기 파동처럼 육고기 문제 일어나면 사람들은 생선을 더 찾게 된다. 그런데 생선도 못 먹는 것이라면 그 땐 어떡하나."

- 사람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반도 유사 이래 사람들은 바다에 쓸어넣기만 했지 건져낸 적 없다. 있나. 1996년 해양수산부가 생기면서 비로소 건져내기 시작했을 것이다. 바다의 정화능력이 무한하지 않다. 무한하다는 것은 오해다. 가장 풍부한 어장은 다 연근해에 있다. 연근해가 오염되면 아무리 바다가 넓다 하더라도 수산물 확보를 하기 힘들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김환용 #바다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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