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서 노는 아이들

[골목길 사진찍기 15] 아이들 골목놀이가 사라지는 까닭

등록 2010.05.31 18:49수정 2010.05.3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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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둘. ⓒ 최종규

골목길 사진 둘. ⓒ 최종규

 

오늘날 아이들한테서 골목길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기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골목동네에서 살도록 머물러 있지 않는 가운데, 골목동네에서 산다 할지라도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골목길에서 저희끼리 어울려 신나게 놀 줄을 잘 모릅니다. 몇몇이 뒤섞여 있기는 하여도 금긋기 놀이라든지 땅바닥 놀이라든지 손바닥 놀이라든지 손가락 놀이라든지를 할 줄을 모릅니다. 왜냐하면 이런저런 놀이를 가르쳐 줄 놀이 언니나 놀이 형이나 놀이 오빠나 놀이 누나가 없기 때문입니다.

 

놀이하는 어른이 아이들한테 따로 놀이를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놀이란 따로 가르치고 배우고 하는 삶자락이 아니라, 아이들로서는 늘 즐기는 삶자락이어야 합니다. 무슨 강의를 듣거나 수련회에서만 보고 익히는 놀이가 아니라, 여느 때 여느 삶터에서 여느 동무하고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즐기는 놀이여야 합니다.

 

생각해 보면, 아이들한테서 골목놀이가 사라졌다고 말하기 앞서 어른들부터 골목동네에서 부대끼던 골목일이 먼저 사라졌고, 어른들 골목놀이 또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어른들부터 동네 골목에서 어울려 놀지 않습니다. 어른들부터 동네 골목에서 뿌리를 내리며 당신들 터전을 알차게 일구려 하지 않습니다.

 

이런 판에 아이들끼리만 동네 골목을 사랑하면서 동네 골목에서 신나게 뛰놀라고 바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어른들은 골목골목에 당신들 커다란 자동차를 대놓습니다. 아이들이 놀 수 없도록 골목마다 자동차를 세워 놓습니다. 그리고 이 자동차로 골목길을 무시무시하게 내달리며 빵빵거립니다.

 

골목동네에서 아이들 놀이가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골목동네에서 아이들이 뛰놀 수 없도록 어른들이 골목동네를 망가뜨렸다고 말해야 올바릅니다. 조용한 골목동네를 어지럽히는 사람은 어른입니다. 살가운 골목동네를 뒤흔드는 사람은 어른입니다. 어떤 권력자나 독재자가 뒤집어엎는 골목동네가 아닙니다. 다름아닌 여느 어른인 우리들 스스로 뒤집어엎거나 뒤흔들거나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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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하나. ⓒ 최종규

골목길 사진 하나. ⓒ 최종규

 

71. 인천 동구 금곡동. 2010.5.30.13:57 + F13, 1/100초

 

동네 아이들은 동네 아이답게 이웃집에 스스럼없이 들어가서 이웃집 아주머니가 키우는 개하고 어울립니다. 골목집 개는 저를 찾아와 준 아이들을 반가이 맞이하고, 아이들은 이웃집 문간에 털푸덕 앉아 개하고 즐거이 놉니다. 이 아이들은 한동안 이웃집 개하고 놀더니 가까운 곳에 트램펄린 하는 데가 있다며 500원 내고 노는 그곳으로 간다며 치마를 바지로 갈아입고 달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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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셋. ⓒ 최종규

골목길 사진 셋. ⓒ 최종규

 

72. 인천 동구 금곡동. 2010.5.30.16:04 + F11, 1/125초

 

아랫도리를 훌러덩 벗고 골목밭 둘레에 있는 돌을 주워서 헌옷 모으는 통에 던져 넣고 있는 아이는 왜 이렇게 노는지 궁금합니다. 골목아이네 엄마가 불러도 돌 던지기를 그치지 않다가 엄마가 새된 소리로 맴매 한다고 하니 그제야 그칩니다. 즐거이 어울릴 놀이동무가 없었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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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넷. ⓒ 최종규

골목길 사진 넷. ⓒ 최종규

 

73. 인천 동구 송림5동. 2010.5.30.15:03 + F10, 1/80초

 

아빠와 이웃동네 마실을 나온 우리 아이가 골목집 대문에 붙은 문고리를 잡고 탕탕 두들깁니다. 어디에서 문고리 붙잡고 두들기는 모습을 보았는지 모르겠군요. 이 문고리를 잡아서 두들겨야 안에서 누가 찾아온 줄을 알아챈다고 느꼈을까요. 오래된 골목집은 이 대문 모습처럼 아이 키높이만 한 작은 문을 따로 달아 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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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다섯. ⓒ 최종규

골목길 사진 다섯.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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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여섯. ⓒ 최종규

골목길 사진 여섯. ⓒ 최종규

74. 인천 동구 송림5동. 2010.5.30.15:15 + F7.1, 1/125초

 

집집마다 꽃밭이나 텃밭을 일구며 나무를 심어 가꾸는 푸른 골목길 한켠에서 동네 아이 셋이 자전거를 타고 인라인을 타고 그냥 뜀박질을 하면서 놉니다. 한 아이가 저희 아빠한테서 얻은 마실거리를 들고 두 아이한테 나누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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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일곱. ⓒ 최종규

골목길 사진 일곱. ⓒ 최종규

 

75. 인천 남구 숭의3동. 2010.4.4.16:33 + F8, 1/80초

 

다 다른 집에서 살고 있는 세 아이가 한 아이네 집 문간에 앉아 무언가 쑥덕거리며 놀고 있습니다. 이렇게 놀고 있을 즈음 아저씨 한 사람이 슬그머니 들여다보고 지나가니까 갑자기 일어나서 이웃집 문간에 숨다가, 아저씨 한 사람 걸음걸이에 맞추어 뒤를 따라오고 숨고 하는 숨바꼭질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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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여덟. ⓒ 최종규

골목길 사진 여덟. ⓒ 최종규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

2010.05.31 18:49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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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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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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