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법인세율, 엑슨모빌 반도 안돼"

선대인경제연구소, 글로벌 12개 기업 실제 법인세율 비교해 보니

등록 2012.10.16 09:30수정 2012.10.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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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들의 명목법인세율 현황 ⓒ 선대인경제연구소


대선을 앞두고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국내 수출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세금감면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실제로 내는 법인세율은 16.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미국과 일본 내 1위 업체들은 내는 법인세율은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이 이들 나라 기업들보다 2배 이상 세금을 적게 내는 등 사실상 특혜를 받고 있는 셈이다.

재계 쪽에선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높은 세금 부담으로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실제 부담하는 법인세는 매우 낮으며, 일부 수출 대기업에 매년 수조 원씩 세금 감면 혜택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간 양극화뿐 아니라 서민층의 조세부담 가중과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지면서 경기침체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GDP대비 높은 법인세 부담'이라는 정부 주장은 사실 왜곡"

선대인경제연구소가 16일 내놓은 '국내 법인세 부담실태 및 평가' 보고서는 정부와 재계가 주장해 온 기업들의 높은 세금 부담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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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들의 GDP대비 법인세 비중 현황 ⓒ 선대인경제연구소


보고서는 우선 '국내총생산(GDP)대비 법인세 비중'으로 나라별 순위를 매기는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그동안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 OECD 국가 가운데 4위"라며 "선진국 기업들보다 세금 부담이 크다"고 주장해왔다.

보고서는 "각 나라마다 조세체계에서 어떤 세목에 어느 정도 의존하는지를 보기 위해 'GDP 대비 법인세 비중' 지표를 쓰고 있다"면서 "이를 마치 각국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 순위로 제시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통계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 높아지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 세금 내는 기업 자체가 늘거나, 세금 내는 기업의 소득이 증가하거나, 법인세율 자체가 올라가는 경우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명목 법인세율은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이 아니다"면서 "결국 세금 내는 기업들이 늘었거나, 이들 기업들의 소득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지난 1982년 이후 2010년까지 기업 수가 17.9배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이들 기업들의 소득은 83.9배 늘었지만 실제 낸 세금은 52.5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 30년 동안 기업들이 고속성장하면서 세금 대상자가 늘고, 이들 기업의 소득도 크게 늘어 법인세 비중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선대인 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면서 소수 재벌대기업에 이익이 급증했지만 일반 가계 소득 증가율은 정체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의 소득이 급증한 반면 가계 소득이 늘지 못하면서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미·일·대만 4개국 상위 3개기업들이 실제 내는 법인세율 비교해 보니

그렇다면 실제 기업들이 내는 세금은 얼마나 될까. 기획재정부는 국세통계연보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실효 법인세율은 13.1%인 반면에 대기업의 경우는 17.7%로 높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보고서 역시 2011년 국세통계연보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기업 전체의 실효 법인세율은 16.6%로 나왔다. 특히 현정부 들어 감세정책이 추진되면서 법인세율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들의 소득규모가 커질수록 법인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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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중소기업의 실효법인세율이 13.1%인 반면 대기업의 경우 17.7%로 높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중소기업과 대기업 구분으로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선대인경제연구소


선 소장은 "정부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분류하면서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정부는) 대기업을 과세표준 200억 원 초과 기업으로 잡는 등 일반적인 통념에 비춰 대기업 범위를 넓게 잡으면서 수치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대신 미국과 일본, 한국, 대만 등 4개국의 상위 3개 기업들의 재무제표 등을 바탕으로 실제 내는 세금비율을 따졌다. 각 나라 기업 선정은 미 경제주간지 <포천>지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기업 순위에 따랐다.

이들 상위 3개사가 내는 실제 법인세율은 미국이 39.4%로 가장 높았고 일본 38.0%, 한국 20.8%, 대만 19.4% 순이었다. 개별 기업별로 보면, 미국의 세브론이 42.7%로 가장 높았다. 이어 미국 엑슨모빌이 42.6%, 일본 NTT가 41.0% 등으로 높았다. 한국은 현대차가 24.2%, 포스코가 21.4%였으며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16.7%였다. 이는 전체 12개 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일부 수출대기업 세금 특혜만 줄이거나 없애도 수조 원의 세금 수입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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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들이 미국,일본 등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실효세율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는 국내외 다른 어떤 대기업에 비해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 선대인경제연구소


선 소장은 "그동안 재계에선 우리 기업들이 미국, 일본 등보다 법인세 부담이 높아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했지만 실제 따져보면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우리 수출기업들의 실제 세금부담은 한국 인구나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국제적으로 매우 낮다"고 그는 강조했다.

선 소장은 "재계와 정부, 일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여전히 법인세 인하를 통한 기업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일부 기업은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재정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다른 곳에서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인세를 내린 만큼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오히려 경기 위축과 투기자본 유입 등으로 국민경제의 건전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장 일부 대기업중심의 각종 세금 감면 혜택부터 줄이거나 없애면 수조 원의 세금 수입 증대 효과가 있다"면서 "현 정부 감세정책 실시 이전 수준으로 법인세를 조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선대인경제연구소 #법인세 #세금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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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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