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엣가시' 나꼼수, MB가 손 못 댄 까닭은?

[갈등의 정보사회학 시리즈④] 소셜미디어와 방송의 경계 : 팟캐스트와 방송법 논쟁

등록 2014.03.26 10:46수정 2014.04.0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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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우리 앞에 열린 정보사회는 지난 산업사회의 유물들과의 갈등과 투쟁으로부터 시작된다. 갈등은 불가피하다. 새로운 시대의 첫 장을 위해서는 당연히 존재해야 된다. 문제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갈등의 본질, 논쟁의 사회적, 철학적 맥락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논쟁을 통해 정보사회를 이해한다는 것은 현실 속에서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현실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정보사회학을 전공한 필자가 매주 하나씩 주요 쟁점들을 분석·정리해서 올린다. 독자 여러분의 논쟁적 참여를 기대한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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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통령' 이외수 작가 ⓒ 권우성


2014년 3월 20일 현재 소설가 이외수씨의 트위터 팔로어는 170만 명이 넘는다. 연예인을 제외하면 국내 최고다. 이외수씨는 다른 사용자들과의 대화도 제일 활발하여 영향력에 있어서도 국내 최고다. 그가 트위터 대통령, 줄여서 '트통령'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외수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 사회 현안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 중 몇몇은 사회적 의제로 부각되어 치열한 논쟁이 되기도 한다. 한 개인의 견해가 대중담론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지금은 개인이 곧 미디어인 시대다.

일반적 의미에서 미디어는 매스미디어로 대변되는 신문, 잡지, TV, 라디오 등과 같이 근대 이후 통신기술의 발달과 도로, 철도와 같은 사회적 인프라의 급속한 확장과 직접적 관계가 있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중문화, 대중 민주주의 등은 매스미디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제적·산업적으로는 산업사회의 패러다임과 연계되어 있고 정치적·사회적으로는 민주주의 발달과 관련되어 있다.

민주주의의 전제 조건은 대중에게 동일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 정보가 특정 지역, 특정 계층에 편중되어 전달되면 안 된다. 투표를 위해서는 후보자와 후보자의 정책에 대하여 모두가 다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신문과 잡지는 초기에 이 역할을 잘 수행했다. 미국이 유럽보다 민주주의가 더 발달한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건국 이후 잘 닦인 도로와 철도가 대중지 보급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고 미국 시민들은 다양한 종류의 신문과 잡지를 구독하면서 정치적 안목을 갖게 되었다.

매스미디어 시대는 가고 '1인 미디어' 시대가 왔다

이런 매스미디어 시대에 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주체적으로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었다. 하나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이 되어 발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문 한편에 실리는 독자의 소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정치가나 예술인의 발언은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매스미디어에서 받아 게재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편집될 가능성이 있고 미디어 기업의 이해관계 등에 의해서 수정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독자의 소리 또한 마찬가지다. 투고한 모든 기사가 게재되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 기업의 선택에 의해 특정 내용만 게재될 수 있다. 결국 어느 경우에서든 개인은 매스미디어의 충실한 소비자로서의 역할만 강요받는 상황이었다.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이런 전통적 의미의 미디어 개념이 수정되기 시작했다. 미디어는 더 이상 매스미디어가 아니고 연결 가능한 모든 것들이 미디어의 이름을 갖기 시작했다. 연결은 누구라도 가능하게 되었고 일반 개인 아무라도 미디어의 주체가 될 가능성이 열렸다. 소위 1인 미디어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1인 미디어는 미디어의 소비적 객체였던 개인이 생산적 주체로 전환되어 스스로 미디어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생각·이념을 대중에게 알리는 시스템이다. 소셜미디어는 이 1인 미디어의 개념을 사회적으로 좀 더 확산시켜 정리한 개념이다. 우선 위키피디아에서 정리한 소셜미디어의 개념을 알아보자.

TV, 신문, 잡지, 라디오 등과 같은 전통매체가 일대다(one-to-many)의 일방적 관계형에 기초한 커뮤니케이션의 속성을 가졌다면, 소셜미디어는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다양한 이용자들에 의해 생성되고 공유되는 다대다(many-to-many)의 쌍방향적 관계성을 토대로 하므로 1인 미디어, 1인 커뮤니티의 특징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소셜미디어는 방송매체의 일방적 독백을 사회적 매체의 대화로 변환시키고, 그 이용자들이 콘텐츠 소비자임과 동시에 콘텐츠 생산자가 되는 것을 가능케 함으로써 정보의 민주화와 개방화를 촉진시킨다.

이 정의에서 중요한 두 가지 키워드는 개인과 관계성이다. 개인이 타인과 "관계를 생성 또는 확장시킬 수 있는 개방화된 온라인 플랫폼"이 소셜미디어다. 타인은 개인의 지인이 될 수도 있고 매스로 대변되는 일반 대중일 수도 있다. 연결만 된다면 누구라도 서로 소통할 수 있다. 이 새로운 미디어는 서로 관계가 있는 소수의 폐쇄된 그룹 안에서 운영될 수도 있고 익명의 대중을 상대로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전자에는 네이버에서 개발한 밴드(BAND)가 해당되고 후자에는 대표적 소셜미디어인 팟캐스트가 해당된다. 그리고 둘 사이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제한적 개방형의 소셜미디어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라 하더라도 개인이 타인과 "관계를 생성 또는 확장시킬 수 있는 개방화된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개인은 소셜미디어를 만들어 활용하는 주체가 되는 동시에 능동적 소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활용하는 특정 소셜미디어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다른 소셜미디어를 선택할 수도 있고 스스로 만들어 활용할 수도 있다. 불특정 개인이 주체가 되어 미디어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분명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현상이다.

소셜미디어는 방송인가 혹은 사적 채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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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 ⓒ 유성호


소셜미디어가 사회적으로 논쟁이 된 것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흥행 이후다. 물론 그 이전에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한 사회적 의제의 확산이 가능했고 집단지성의 가능성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SNS의 중요성이 논의된 적은 있어 왔다. 그러나 <나꼼수> 이전의 논의 과정은 인터넷 기술이 진보하면서 모바일 네트워크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흐름 이상의 것이 아니었다. <나꼼수>는 어플리케이션의 다운로드 횟수부터 개별 콘텐츠의 다운로드 횟수까지 하나하나가 새로운 기록들이었다.

"3개월 전 공식적으로 평균 다운로드 200만 건, 조회 수 600만 건을 기록했는데, 지금은 1000만 건이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략) 미 팟캐스트 뉴스·정치부문과 에피소드 부문에서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고, 뉴욕타임스(NewYork Times) 인터넷 판에서 특별 세션으로 나꼼수에 대해 보도를 했다."(인터넷 <시사포커스> 2012년 5월 8일)

이 정도의 영향력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사회적으로 미칠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나꼼수>에서 내보내는 콘텐츠 하나하나가 정치적·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이라 전 국민의 관심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나꼼수>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나꼼수>를 규제해야 한다는 보수 진영의 여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나꼼수>의 영향력이 기존 지상파 TV나 보수 언론매체의 그것보다 커졌기 때문에 적절한 법적 규제 장치를 적용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팟캐스트는 현행 방송 관련법에 해당되지 않는다. 현행법에 의해 규제나 지도관리가 불가능하다. 공식적으로는 사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면, 그리고 그와 같은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면 정부의 입장에서는 어느 방법을 쓰던 규제나 관리할 필요성이 생긴다. 영향력은 선용될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오용과 남용의 가능성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우선 현행 방송법에서 사용하는 방송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방송"이라 함은 방송프로그램을 기획·편성 또는 제작하여 이를 공중(개별계약에 의한 수신자를 포함하며, 이하 "시청자"라 한다)에게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송신하는 것으로서 다음 각목의 것을 말한다.

가. 텔레비전방송 : 정지 또는 이동하는 사물의 순간적 영상과 이에 따르는 음성·음향 등으로 이루어진 방송프로그램을 송신하는 방송

나. 라디오방송 : 음성·음향 등으로 이루어진 방송프로그램을 송신하는 방송

다. 데이터방송 : 방송사업자의 채널을 이용하여 데이터(문자·숫자·도형·도표·이미지 그 밖의 정보체계를 말한다)를 위주로 하여 이에 따르는 영상·음성·음향 및 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방송프로그램을 송신하는 방송(인터넷 등 통신망을 통하여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이하 같다)

라. 이동멀티미디어방송 : 이동중 수신을 주목적으로 다채널을 이용하여 텔레비전방송·라디오방송 및 데이터방송을 복합적으로 송신하는 방송 
(방송법 제1장 제2조)

<나꼼수>와 같은 팟캐스트나 SNS을 통한 사적 채널 모두 이 방송법에 규정되지 않는다. "방송프로그램을 기획·편성 또는 제작하여 이를 공중에게 송신하지도 않고", 방송법이나 "방송 통신설비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정된 "전기통신설비"도 이용하지 않는다. 새로운 법을 만들기 전까지는 규제할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셜미디어가 기존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을 잠식하거나 때로는 더 커지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느 정도 규제나 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규정에 의한 형식성인가 아니면 사회적 영향력인가? 미디어의 개념이 재정립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적 채널이라 하더라도 대중적 영향력이 크다면 공적 미디어로 분류하거나 규정하고 그에 적절한 사회적 관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만약 소셜미디어가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여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는 경우 그 사회적 손실은 누가 감당해야 하나?

그러나 반대로 소셜미디어에 대한 규제나 관리 규정이 생긴다면 인터넷 실명제에서 보았던 것처럼 위헌시비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또 법 이전에 자본주의 시장 질서에 역행한다고 기업들의 불평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크다. 정보화 시대의 중요한 논쟁적인 이슈다.

미디어의 언어는 항상 절제되어야 하는가    

매스미디어가 신뢰성을 얻는 이유 중 하나는 그 표현방식에 있다. 매스미디어에서는 표준화된 언어와 사회적으로 용인된 수준의 표현을 사용한다. 객관적 표현과 절제된 용어는 정보 수용자들에게 안정된 느낌을 주고 보도 내용에 대한 균형적 감각을 제공한다. 이러한 용어 사용은 특정 주제에 대해 찬반 논쟁이 벌어졌을 때 합리적 토론을 가능하게 해준다. 표준어에 의한 언어 사용이 사회적 신뢰성을 담보해왔고 맞춤법과 표준어는 매스미디어가 신뢰를 축적하는 기본 요소였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서 사용되는 표현은 매스미디어의 그것과는 다르다. <나꼼수>에서는 공적으로 사용되는 언어 대신 개인들 간 사적 분위기에서 쓰는 단어나 표현들이 자주 나온다. 매회 욕도 등장하고 비어나 속어도 자주 나온다. 마치 뒷골목 불량 학생들의 대화 같은 느낌도 준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방식이다. 물론 모든 팟캐스트가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양한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다양한 형태의 표현방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비어 사용이 마당극과 이전 정통극 사이에 주요 경계가 된 것처럼 매스미디어와 소셜미디어 사이의 경계 역시 이런 비어 사용 여부와 중요한 관련이 있다. 소셜미디어는 사적 채널이라는 본질적 속성상 언어의 형식보다는 언어가 담고 있는 비판적 요소, 사회적 메시지를 더 중요시한다. 좀 더 거칠게 표현하자면 점잖은 언어 사용은 중요하지 않다. 개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이념 또는 취향 등에 따라 여러 종류의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구비되면서 콘텐츠의 표현 방식 또한 개별적이고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미디어가 갖고 있어야 한다고 사회적으로 동의된, 진중하지만 건조한 화법이 팟캐스트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아니 적용시킬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출발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는 기본적으로 1인 미디어, 독립미디어 속성이 강하고 비상업적 특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표준'을 따를 필요가 없다. 절제된 언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어의 본 모습이 중요하다. 그것이 1인미디어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김홍열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독문학, 국문학을 공부했고 성공회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 박사 과정 후 <정보네트워크 변화에 따른 가상공간의 확장과 권력관계의 재구성>으로 학위 취득했다. 저서로는 <축제의 사회사> (2010. 한울), <디지털 시대의 공간과 권력>(2013, 한울)이 있고 현재 성공회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성공회대와 명지대에서 '과학기술의 사회학'과 '정보사회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팟캐스트 #소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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