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e사람52화

"정부가 국민상대로 거짓말
쌀개방, 국민동의와 농업 대책마련이 우선"

[인터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 쌀 대책팀장 송기호 변호사

등록 2014.07.18 20:42수정 2014.08.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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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변호사. ⓒ 유성호


"민주주의 국가에서 무슨 '선언'을 하나요. 군주제에 살고 있나요?. 국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 법적으로 국민적 의견 수렴을 거치도록 돼 있어요. 하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허위 논리를 가지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어요."

전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어투는 단호했다. 송기호 변호사 이야기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 쌀 대책팀장이기도 한 그는 국제통상전문 변호사다. 18일 정부가 쌀 시장 개방을 공식 발표한 것을 두고, 그는 한마디로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일부 통상관료가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쌀 관세화를 통한 시장개방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 행정절차법 등을 들어가며, 쌀 관세화 유예 종료에 대한 행정예고와 함께 사전에 국민적 동의와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정부가 오는 9월에 세계무역기구(WTO)에 쌀 관세율을 통보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런 법적근거도 없는 잘못된 논리"라고 말했다. 이어 "농민을 포함한 국민과 정부, 정당 등 이해당사자들이 충분한 사전 논의와 합의를 거친 후에 시장 개방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면서 "그 과정에서 (쌀 시장 개방후) 우리 농업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지 대책을 내놓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쌀 관세율 9월말 WTO통보는 아무런 법적 의무나 근거 없어"

- 오늘 정부가 쌀 시장 전면 개방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먼저 '선언'이라는 표현 자체가 말이 되질 않는다. 우리가 무슨 군주제 국가에서 살고 있는가. 이것은 '선언'을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 정부 표현대로라면, '쌀 관세화 유예 종료 선언'이다.
"(곧장) 쌀 관세화 유예 종료라는 대단히 중요한,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선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행 행정절차법에 따라서 국민들에게 행정예고를 해야 할 사안이다."

- 정부 스스로 법을 어기고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긴가.
"그렇다. 정말 정부가 쌀에 관세율을 도입하기로 정했다면, 현행법에 따라 행정예고를 하고 국민적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는 농민을 포함한 국민과 정당, 국회 등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 이동필 농식품장관은 오늘 9월말까지 쌀 관세율을 정해서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할 것이라고 하는데.
"매우 중요한 이야기다. 우선 '9월말'이라는 시한에 대해서 정부가 계속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가 WTO에 9월말까지 쌀 관세율을 통보할 아무런 법적 근거나 의무가 없다. 마치 정부는 9월말까지 (관세율을) 통보해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는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 무슨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
"현행 WTO 내용에 보면, 해당 국가가 관세율을 정해서 시행을 하고 난 후 3개월 이내에 WTO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쌀을 수출하는 나라들은 통보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이에 대한 검증을 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정부가 만약 내년 1월 1일부터 쌀에 관세를 매긴다면, 3월 31일까지 WTO에 관세율을 통보해주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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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쌀 수입 전면 개방' 발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내년 1월 1일부터 누구나 관세만 내면 쌀을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쌀 수입 전면개방을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 9월말이 아니고, 내년 3월말까지 통보해주면 된다?
"그렇다. 그리고 우리에게 쌀을 수출하는 나라들은 내년 6월 말까지 검증을 해서 이의신청 등을 하면 된다."

- 그런데 정부는 마치 '9월말'이 관세율 통보 시한인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9월말이라는 시한은 우리나라에 쌀을 수출하는 상대국의 입장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 우리가 쌀에 관세를 매기기도 전에 3개월동안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셈이다. 그리고 난 다음에 우리 내부의 국내법 절차와 함께 국제법상 조약 시행을 함께 일치시키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 그것이 가능한가.
"내 생각엔 불가능하다. 이미 쌀시장을 개방한 대만이나 일본 등의 예가 그렇다. 우리가 어떤 수준의 관세율을 정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쌀을 팔려는 수출국 입장에선 당연히 낮은 관세율을 요구할 것 아닌가. 일본도 자국에서 정한 관세율에 따라 시행한 후 국제법상 조약을 인정받기까지 4년 넘게 걸렸다. 우리도 마찬가지가 될것이다."

- 정부가 그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9월말이 마치 시한인 것처럼 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 한마디로 국민을 상대로 날짜를 정해놓고 압박카드로 쓰는 것이다. 쌀시장 개방에 대한 국민적 동의와 합의 등 민주주의적 절차를 축소하려는 수단으로 쓰는 것이다. 그동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나 비준 등 각종 조약체결 때마다 정부가 해온 방식이다. 일방적으로 시한을 정해놓고 따라오라는 식이다."

"국민적 사전 동의와 합의가 우선... 민변 차원에서 특별법 제출"

송 변호사는 특히 정부의 9월말 WTO 관세율 통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유는 국민적 동의와 함께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다.

"(WTO에) 쌀 관세율을 통보하는 것은 사실상 조건부 조약체결 행위예요. 일단 우리가 (관세율을) 통보해버리면 우리 국민이나 국회 차원에서 그것이 정말 적정한지 심의할 수가 없게 됩니다. 통보한 후 다른 나라들이 (우리 관세율을) 검증한 후에는 조약으로 인정돼 버립니다."

- 국회 차원에서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만약 관세율을 정하게 된다면 그것을 계산하고, 결정하고, 징수하는 것은 우리의 주권이다. 그리고 사전에 충분히 국회차원에서 검증을 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쌀 관세화로 간다면 현행 관련 국내법부터 고쳐야한다."

- 어떤 법을 말하는가.
"예를 들면 양곡관리법부터 개정해야 한다. 지금 이 법에 따라 쌀 수입이 안된다. 이것을 그대로 두고 관세화로 가는 것 자체가 논리에 맞지 않다. 일본도 주 식량법을 개정한 후에 관세화로 갔다. 우리도 국회에서 법 개정에 따른 심의과정을 거쳐 (관세화 등) 합의를 먼저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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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청사앞에 뿌려진 '쌀' 18일 오전 정부가 관세화를 통한 쌀 수입 전면개방을 발표한 가운데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지키기 범국민운동본부, 전국농민회총연맹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쌀을 뿌리며 정부의 기습적인 발표에 항의했다. ⓒ 권우성


- 정부는 양곡법 보다는 관세법시행령 등을 정비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 같다.
"(목소리를 높이며) 일방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충돌하는 법 체제도 바꾸지 않고, 국회의 사전동의나 관련 협의절차도 무시하겠다는 발상이다. 정말 관세화가 필요하다면 국민적 동의와 함께 충분한 대책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 정부는 시장개방의 불가피성과 농민 피해 최소화를 말하고 있다.
"그동안 계속 해왔던 이야기다. 정말 시장개방이 필요하다면, 이후 어떻게 우리 농업을 지킬 수 있는지 대책을 마련해서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토론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지 않은가. 민변 차원에서 쌀 관세율에 관한 별도의 특별법 등을 마련해 놓고 있다. 아직 시간은 충분히 남아있다."
#쌀 시장 개방 #송기호 변호사 #W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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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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