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큰절... 2년 전을 기억하세요

[取중眞담] 새누리당은 2014년에도 말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다"고

등록 2016.04.06 22:40수정 2016.04.0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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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등장한 콘크리트 바닥 위 참회의 절 새누리당 대구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이 6일 오후 두류공원에서 무릎을 꿇고 '대구시민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한 가운데 정종섭 후보(대구 동구갑)가 무릎을 꿇은 채 눈을 감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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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대구경북선대본부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대구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이 6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대구시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한 후 큰 절을 올리고 있다. ⓒ 조정훈


새누리당이 또 시작했다. 무릎 꿇고 절하며 사죄하는 선거운동 말이다. 반면 다른 쪽에선 "배알도 없냐"고 호통을 쳤다. 텃밭 영남에선 읍소로, 험지 호남에선 호통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일명 '지킬과 하이드' 전략이다.

읍소는 대구에서 시작됐다. 6일 친박계 좌장 최경환 후보(경북 청도)와 김문수, 조원진, 곽상도, 정종섭, 추경호 등 새누리당 대구지역 후보 11명이 대구 두류동 두류공원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땅 바닥에 엎드렸다. 내용을 요약하면, '민심을 외면한 공천 등 당 화합을 해친 일을 반성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한번만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사죄의 큰절을 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박 어벤져스"라며 같이 모여 밥 먹고 단체 사진도 찍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지역에 보낸 진실한 사람'을 자처한 이들이 이젠 단체로 무릎도 꿇고 절까지 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문수 대구 수성갑 후보는 아예 멍석을 깔았다. 범어사거리에서 매일 100배 사죄의 절을 올리겠다고 했다.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대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텃밭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새누리당 부설 여의도연구원이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대구지역 12개 선거구 중에 우세는 6곳 밖에 안됐다. 수성갑 김문수 후보는 김부겸 더민주 후보에 경합열세, 북구을 양명모 후보는 홍의락 무소속 후보에 열세, 수성을 이인선 후보는 주호영 무소속 후보에 열세로 각각 나왔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선 전혀 다른 태도다. 같은 날 전북 전주을 지역 정운천 후보 유세에 나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996년 이후 전북에선 새누리당 당선자가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여러분은 배알도 없나, 전북도민들 정신 차리셔야 한다"고 호통을 쳤다.

2014년의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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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2014년 6.4 지방선거가 3일 앞으로 다가온 6월 1일 윤상현 당시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도와주세요" 피켓을 들고 새누리당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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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대구시장 선거에 등장한 '박근혜 눈물' 2014년 6월 3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거리유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사진이 등장했다. ⓒ 이희훈


새누리당은 이미 상황이 어려울 때 무릎을 꿇는 읍소 전략을 펼쳐 재미를 봤던 적이 있다. 오래 전 일도 아니고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재난대응과 사고수습 과정에서 큰 실망과 분노를 안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당시 지방선거의 기본 정서였고, 당연히 새누리당의 참패가 예상됐다. 하지만 투표일을 사흘 앞둔 6월 1일, 새누리당 의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나섰다. 박대출 의원을 시작으로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 윤상현 당시 사무총장, 서청원, 김무성, 황우여, 이인제, 나경원 의원 등이 "도와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라는 손글씨 피켓을 들고 '1인 호소'에 나섰다. 손수조 부산 사상 당협위원장 등 청년 당원들은 멍석을 깔고 비를 맞으며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이 즈음 각 지역 선거운동 현장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울고있는 사진이 등장했다. 그 사진에는 "대통령을 지켜주세요, 대구를 믿습니다", "위기의 대한민국, 부산이 구합시다" 등 호소가 적혀 있었다.

효과는 있었다. 새누리당은 영남을 지켜냈을 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선전했다. 참패가 예상되던 상황에서 야당이 '승리' 평가를 못하도록 막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새누리당의 승리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다시 2016년으로 돌아와, 다시 무릎을 꿇은 대구 두류동 두류공원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선대본부장은 "대구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데 여기서 야당 후보 당선되고 새누리당 공천 받지 못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이번에 대구 선거가 잘못되면 박근혜 정부는 식물정부가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후보들의 발언도 비슷했다. 이쯤되면 완벽한 2014년의 재현이다.

[관련기사 - 대구 현장] "미워도 다시 한 번" 새누리당, 또 '읍소 전략'

상기하자, 지난 2년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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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의 참회 2014년 6.4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6월 3일 오후 손수조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도와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부산'을 믿어요! 손수조"가 적힌 피켓을 놓고 절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이번에도 효과가 있을까? 지금 새누리당이 대구에서 하고 있는 사죄의 진정성을 보려면 1년 10개월 전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라고 했던 약속을 잘 지켰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이 바꾸긴 바꿨다. 단지 방향이 정반대였을 뿐.

세월호 진상규명 약속을 '진상조사특위 활동 방해'로 바꿨고, 검정제 역사 교과서를 대다수가 반대하는 국정 교과서로 바꿨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가고 있던 부산국제영화제를 표현의 자유가 없는 관제행사로 바꾸려 하고 있고,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던 한국과 일본 사이의 위안부 문제를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사과와 배상이 빠진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 상태로 바꿨다.

경제민주화 공약은 대기업지원 공약으로 바뀌었고, '쉬운 해고'는 '더 쉬운 해고'로 바뀌었다. 직장인으로 바뀌었어야 할 수많은 학생은 청년구직자로 바뀌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라고 했던 약속은 새누리당을 바꾸겠다는 말이 아니었다. 그렇다. 또 주어가 또는 목적어가 빠진 약속이었다.

바뀐 것은 또 있다. 상향식 국민공천제를 '비박계 학살 공천'으로 바꾸었다는 점, 당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친박으로 바꾸었다가, 탈당 무소속 출마 사태를 맞은 정도일 것이다. 바꾸겠다고 약속하며 광화문에서 피켓을 들었던 윤상현 사무총장은 "김무성 죽여버려!"라며 '당 대표 공천 배제'를 시도했다가 오히려 자신을 무소속 후보로 바꿨다.

새누리당 후보들의 읍소를 보며 마음이 동한 유권자라면, 1년 10개월 전 "도와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라고 했던 새누리당의 행적을 다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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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다시 '사죄' 큰절 하는 김문수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대구 수성갑)가 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자신의 선거 사무소 앞에서 '새누리당의 오만함을 사죄드린다'는 피켓을 세워두고 시민들에게 절을 하며 용서를 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바꿔 #읍소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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