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판사님, 제발 한번만 이 학교에 와 보십시오"

후쿠오카 조선학교 방문기

등록 2019.12.24 11:07수정 2019.12.24 11:07
0
원고료로 응원
*이 글은 대전청년회에서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후쿠오카 조선학원을 방문하고 쓰는 여행기입니다. 

이 글의 첫 삽을 뜨기 위해서 고민한 시간이 얼마였던가…… 아 그전에 우리가 후쿠오카를 다녀온 날짜가 언제였지? 그래.  2019년 11월 26일부터 28일이였어. 대전 청년회 대표 원진이형, 오마이뉴스 심규상 기자님과 함께 재일동포와 조선학교에 대해 책으로 글로만 배웠던 친구들이 그날 모였다.

그 중에서 난 우리가 '그들'을 만났던 감상과 오랫동안 풀리지 않아 속상하고 답답했던 세월에 대한 이야기를 대신 전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어떻게 보면 가장 부담스럽고 어려운 역할을 선뜻 내가 맡아 안은 이유는 조금이나마 일찍 '그들'을 알고 그들의 책을 읽어본 내가 '그들'을 이야기하는게 더 낫겠다 싶어서였다.

처음 우리가 준비했던 것은 각자의 한자 이름이 적힌 명함이었다. 일본에서 정착하며 살아왔던 재일동포들의 명함은 사실 일본 사람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또, 우리에게 '조선학교를 지키기 위해 여러분들은 이 이야기를 한국에 돌아가서 친구들과 꼭 나눠주세요'라고 부탁했던 일본인 변호사 키요다 미키님에게 우리 이름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싶은 욕심 때문이기도 했던 것 같다.

각자의 명함을 준비한 후 우리가 한 일은, 일상적인 여행 준비와 큰 차이가 없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후쿠오카 조선학원이 위치한 오리오 역에 가기 위해, 그리고 편히 쉴 수 있도록 숙소를 찾는 일과 교통편을 알아보는 일. 엔화로 환전하는 일. 그 정도가 전부였던 것 같다.

'그들'에서 '우리'로
 

후쿠오카조선학교 중급부 한 교실의 수업시간. 학생들의 표정은 여유로웠고 진지했다. 이따금 웃음소리도 터졌다. ⓒ 심규상

 
첫날 일정은 후쿠오카 공항에 오전 10시반쯤 도착해서 후쿠오카가 속한 큐슈 지방의 최고 번화가인, OOO역으로 가는 것이었다. 계획 상 둘째 날부터 동포들을 만나기로 했었기 때문에 우리의 첫날은 일본문화를 경험하며, 불매 운동의 직격타를 맞고 있다는 일본 상권이 얼마나 우리 없이 버티고 서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기대와는 달리 일본의 번화가는 크리스마스를 한달 앞둔 시기의 그 어느 모습과도 다르지 않았다. 길 거리에서는 새로 연 가게가 있으니 한 번 들러 보라며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고, 이른 점심을 먹고 한가롭게 쇼핑을 즐기고자 하는 중년 부인들의 경쾌한 발걸음과 일찍부터 문을 연 게임 랜드 속 기계들이 내는 윙윙거림으로 가득했다.

이렇게 모든 것이 풍요로워 보이는 일본 땅에서…… 70년전 조국이 분단되어 이 땅으로 돌아오지도 그 땅에 뿌리 내리지도 못한 우리 동포들은 어떤 생각을 가졌을가? 그것을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하나의 상징이 바로 조선학교, '그들'이 '우리학교'라 부르는 바로 그 곳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나의 고향 땅과, 고향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 고향 사람들이 하는 말을 가르쳐 줘야겠다.' 그들은 그 일념 하나로 그 누구도 '조센징'이라고 멸시하며 내주지 않으려 했던 그 야박한 땅 사이에서…… 아이들을 길러낼 학교를 세워냈다. 기술을 가진 자 기술로! 자본을 가진 자 돈으로! 힘을 가진 자, 두 주먹으로! 팔을 걷어붙여가며, 늪지를 메우고, 언덕을 깎아내려 아이들이 뛰어 놀 운동장을 닦고 아이들이 공부할 교사를 쌓아 올렸다.

그렇게 소중하게 지켜온 '우리학교'를 일본정부는 맘 편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 일본의 정규교육과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 일본어로 수업하지 않는다.
- 일본정부가 지금까지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조선인에 대한 착취의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 북한으로부터 오랜 기간 지원금을 받아왔다.
- 일본사회를 전복시키려는 의도로 반일 교육을 하고 있다.

이런 식민 지배 가해자의 겁에 질린 적반하장 격 논리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던 동포들이 맨주먹으로 일궈낸 그 '우리학교'를 일본정부는 70년간 탄압해왔다.

지금 '우리학교'에 다니고 있는 재일동포 4세들은 매일 방과후에 역과 번화가로 나가, '고교 무상화 배제'라는 차별에 맞서 싸우기 위해 일본시민들을 만나고 있었다. 그렇게 법정 공방으로 들어간 것이 벌써 수년째…… 많은 일본의 양심적인 헌법학자들의 연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사법부는 양심적이고 인도주의적인 판결이 아니라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침략을 정당화해온 반성 없는 아베 정부를 위해 복무하고 있다.

"판사님. 제발 한번이라도 이 학교에 찾아오셔서 아이들이 무얼 배우고 있는지 봐 주십시오." 절규에 가까운 처절한 호소도 그들에겐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의 그 반짝이고 해맑은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법정으로 가져갔더랬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정말 저들의 '우리학교'는 차별 받아야 마땅한 학교인가? 일본사회를 전복시키려는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고 생각하는가? 일본의 아이들과 다를 게 없는 교복(이것은 일본 극우세력들이 여학생들의 치마저고리를 칼로 찢었던 테러를 걱정한 때문이기도 하다.)을 입고 그들이 배워 마땅한 조선인의 한 맺힌 역사를 배우며, 어쩌면… 그릇된 역사관을 가진 일본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이 아이들을, 우리 아이들을, 누가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번 첫 만남을 통해 '그들'은 적어도 나에겐 '우리'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불러주는 노랫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꽹과리 소리와 징 소리와 장구 소리, 북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 울림은 한국에서 내가 어릴 때부터 들어온 그 소리와 다를 게 하나 없는 눈물 나게 아름다운 소리였다. 그리고 결심했다. 기어코 그 소리들을 한국의 친구들에게 들려 주겠다고. 그래서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이 그 아이들을 우리 아이라고 부르며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도록 하겠노라고……. 

우리의 후쿠오카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대전지역에서 통일운동을 벌이는 대전청년회(대표 김원진,왼쪽) 회원 6명은 후쿠오카 조선학교와 자매결연을 위해 지난달 27일 후쿠오카 조선학교를 방문했다. 대전청년회는 후쿠오카조선학교 학생들과 교류를 이어갈 예정이다. ⓒ 심규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AD

AD

인기기사

  1. 1 조국 잡으려다 사면초가... 독이 된 윤석열의 입
  2. 2 고 최숙현 동료들 "팀닥터가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3. 3 '윤석열 저거 죽여야겠다' 방향 잃은 김경진의 해석
  4. 4 '세계1위 한국라면' 보도의 깜짝 놀랄 반전
  5. 5 '한국은 빼고 가자' - '내가 결정'... 세계 두 정상의 속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