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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남북정상회담 5주년 기념행사가 평양에서 3박 4일간에 걸쳐 많은 의미를 남기고 끝났다. 이번 행사는 처음부터 남북의 화해와 단결이라는 중요한 의미 외에도 6·11한미정상회담 이후의 북한의 대응과 관련하여 매우 주목 받았다.

즉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성사와 면담에서의 김정일 위원장이 한국과 미국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보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한국은 이번 행사에서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 성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6·15 회담 성사의 두 주역인 임동원,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을 대동하는 등 각별히 신경을 썼다.

무산 되는 듯싶던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이 17일 오전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2시간 반에 걸쳐 진행되었다. 여기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우리가 원하는 체제를 보장하는 것이 관철된다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며 "NPT(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로부터 핵사찰을 받아 철저하게 검증을 받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이 북한을 확실히 인정을 한다면 7월 중에라도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이와 더불어 다가오는 8·15광복절 남북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정 장관의 제의에 대해서도 흔쾌히 동의했으며 김정일 위원장의 남한 답방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북핵문제,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하여 6·11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인 답변이 이루어진 것으로 비록 '체제 보장'이라는 전제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기대 이상의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부시 대통령의 유화적 태도에 대한 화답이다.

부시 대통령은 한미 6·11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경우 다자간 틀 내에서 체제 보장도 할 수 있고 많은 경제지원도 할 것이라고 했다. 또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서도 미스터라는 호칭을 써 한껏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부시는 6·11 정상회담 불과 3일 후인 6월 14일 탈북자 출신으로 조선일보 기자로 있는 강철환씨를 초청하여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절대적 공감을 표시했다. 또 15일에도 크리스토퍼 힐 동아시아 태평양 차관보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거론하는가 하면 16일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문제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아니라 '북한 핵무기의 완전한 포기'라고 주장했다.

즉, 미국의 이러한 태도는 6·11정상회담에서와는 달리 북한 체제에 대한 적대감을 표현함과 동시에 6자 회담 복귀 이후의 상황에 대한 대북 공세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뒷통수를 친 셈이다.

미국은 지금 이라크 전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테러로 수십명의 사람이 죽어나고 미군 사상자도 날로 늘어나는가 하면 이라크 주둔 미국 동맹군들이 하나씩 하나씩 빠져 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부시 대통령의 인기는 40%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까지 곤두박질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지난 2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선언에 대해서도 일부의 우려와 달리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도 높은 공세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처지는 더욱 어렵다. 정확한 수치와 상태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남한의 비료 지원에 대한 그들의 솔직한 감사표시에도 그 절박함이 배어난다. 중국이 도와 주리라는 보장도 없다. 북한으로서는 어쨌든 남북간, 북미간의 관계를 풀어 테러지원국 지정에 따른 경제제재도 해제되고 경제 지원도 받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이 체제 보장만 확실히 해준다면 '철저한 검증' 즉 벌거벗겠다고까지 한 것이다. 사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선언도 이런 북한의 절박함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미국이 응답할 차례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의 완전한 포기와 관련한 모든 것을 할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북한은 이제 핵무기 개발 선언도 했고 더 이상 쓸 카드도 별로 없다. 미국이 지금까지 누누이 밝혀왔던 주장 즉 "북한 체제를 붕괴시킬 의도는 전혀 없다" "북핵 문제를 평화적, 외교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라는 말이 진실이라면 미국은 북한의 체제보장에 대한 좀더 믿음직한 제안을 해나가야 한다.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엉뚱하게 북한을 자극시킬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미관계정상화를 통해 북한을 국제 사회 무대에 끌어내어 북한이 검증받도록 하면 된다. 미국의 대국다운 '통 큰' 태도를 한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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