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한국YWCA연합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사)한국가사노동자협회,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제13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정민
돈은 국가가 내지만 돌봄서비스는 공공이 아니라 민간업체가 제공합니다. 이 때문에 돌봄노동자의 근무조건과 처우는 공공이 돌보지 않습니다. 산후도우미 업체의 채용공고를 검색해보면 돌봄노동자는 10만 원 정도를 일급으로 받습니다. 돌봄노동 전반으로 시선을 돌리면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필수노동자 실태와 정책 과제'를 보면 2019년 기준 돌봄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52.8만원에 불과합니다. 문제가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양난주 대구대 교수 등이 참여한 '사회서비스 시장화 정책의 성평등 효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돌봄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69.4만원으로 전체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 282만원의 60%에 불과합니다. 돌봄노동은 대부분 중년 여성과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노동이라 여겨져 저평가되기 때문입니다.
돌봄을 기업논리로만 접근하면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과 돌봄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돌봄이 필요한 국민들은 돌봄서비스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돌봄서비스를 판매해야 할 기업들은 서비스 가격을 무한정 올릴 수 없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기업들은 돌봄노동자의 임금을 깎아 이윤을 얻는 쉬운 방법을 택합니다. 이는 국민들이 받는 돌봄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아이를 키우는 방법도 시대에 따라 변합니다. 신생아는 태열 때문에 집안 온도를 22~24도로 유지해줘야 하는데 옛날 아이 키우던 방식으로 꽁꽁 싸매는 돌봄노동자 때문에 갈등을 빚는 부모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아이 건강, 수유방식, 산모케어 등에서 돌봄노동자와 부모들의 의견이 달라 갈등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업체가 돌봄노동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돌봄서비스를 민간기업들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게 아니라 공공이 생산하고 제공하는 '공공재'로 접근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산업을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투자를 해 이윤을 얻기 힘들지만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서비스라 국가가 투자를 하고 제공하는 것이지요. 치안과 전기 철도 등이 공공서비스입니다. 물론, 돈이 될 여지가 있다면 기업이 공공서비스 분야에 참여하여 이윤을 얻어가는 것을 허용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를 민영화 또는 사유화라고 부르며 경계하고 비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재인 돌봄서비스가 이미 민간에 맡겨져 있습니다. 아동복지시설의 83.4%, 장애인복지시설의 79.8%를 민간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돌봄만큼 필수적이고 중요한 노인돌봄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장기요양기관 전체 2만 8868곳 중 국가나 지자체가 설립한 기관은 256개(0.9%)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개인이 설립한 기관이 대부분으로 2만 4628곳(85.3%)이나 됩니다.
지금은 제가 공동체의 도움을 받아 딸을 키우고 있지만, 몇 년 뒤에는 부모님을 돌보아야 하고 30년 쯤 뒤에는 제가 누구가로부터 돌봄을 받아야 하는데 막막하기만 합니다.
우리 모두는 과거에 아기였고, 미래에는 노인이 됩니다. 어떤 국민도 돌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5월 31일 사회보장전략회의에서 '사회보장 시스템 자체를 시장화 산업화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국제 돌봄노동자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