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의 살아생전 모습. 2018.4.20
이희훈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설레고 또 찡했습니다. 그의 소설이 상실과 파괴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 하는 이들의 고군분투를 그린다는 점이, 세상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세상은 바꾸지 못하더라도 고통받는 많은 이들을 위로할 수는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정훈님,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울삶'에 가보신 적 있으신가요?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희생당한 유가족(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원)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2018년 인터뷰 때문에 처음 간 그곳에서 안절부절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을회관 같기도 한 곳이었는데, 벽면에 열사들의 영정사진이 채워져 있었으니까요.
당시 고 배은심씨(이한열 열사 어머니)는 제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그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이를 잃은 뒤에 30년 넘게 전국을 돌아다니고, 경찰과 싸우고, 길바닥에 드러누웠다고 했습니다.
그건 <소년이 온다> 동호 어머니 이야기이기도 하고, <작별하지 않는다> 정심의 일대기와도 비슷합니다. 가족을 잃은 고통과 분노에서 그치지 않고 거대한 폭력과 마주한다는 점, 죽은 자가 하고 싶었던 말을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의 주인공들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윤리와 존엄을 끝까지 밀고 나갑니다. 그것만이 '넋'을 기리는 방식이라고 믿는 사람들처럼요. 총을 들고서도 겨누지 못한 시민군 진수, 5.18 이후에도 도청 앞 분수대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것에 분개하는 은숙, 제주에서 경산과 대구를 오가며 절박하게 오빠의 생사를 묻고, 민주화 이후에는 그 죽음(보도연맹원 학살)의 진상을 파악하는데 누구보다 열심이었던 정심...
소설에서나 현실에서나 유가족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빨갱이·폭도'(5.18, 4.3)라고, '데모꾼'(용산참사)이라고, '놀러 갔다가 죽은 것'(이태원 참사)이라고 하는 세상을 향한 일종의 결의였을 겁니다. 가족의 억울한 죽음이 정작 사회에선 어떤 의미도 지닐 수 없을 때, 혹은 무시나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을 어느 누가 견딜 수 있을까요. 그러므로 그들의 삶은 본질적으로 권력자가 폭력을 통해 '절멸'하려 했던 '인간다움'을 지키고자 하는 투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겠죠.
너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