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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거 아세요>를 들으면서 기사를 쓰는 '기자의 일'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기자들은 매일 '그거 아세요'를 외치며 기사를 내보내는 것만 같으니까요. 개인적인 사연을 넘어 '세상에 이런 일이 있대' 하면서 이야기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그 역할을 잘하기 위해 이해하기 쉽고 명료하게 쓰라는 요구를 기자들이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훈님, 그거 아세요? 과나의 <그거 아세요> 가사 속에 담긴 정보와 메시지는 재미있고 정겹기라도 하지, 요즘 온라인에서 주목받는 기사들은 공해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난주 포털 뉴스에서 본 대표적인 이슈는 명태균 게이트, SBS 플러스 예능 <나는 솔로>와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출연자 논란이었습니다. 전자는 의미가 있더라도, 후자는 이렇게까지 기사가 많이 나오고 화제가 될 일인지 의문이었습니다.
<기자협회보>가 2021년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읽힌 뉴스 1~50위를 조사해 봤더니 "페이지뷰 상위권 대다수는 연예인이나 셀럽 관련 논란, 온라인 커뮤니티 발 기사"였다고 합니다. 독자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언론사는 연성·저질화된 기사를 쏟아내고, 독자들은 이런 기사에 길들어 정작 알고 싶어했던, 알아야만 했던 정보를 놓치는 상황인 거죠.
<기자협회보>는 "깊이 있는 기획·탐사보도가 올라와도, 포털 이용자에 외면받기 일쑤"라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언론사 입장에서) 생산이 쉽지 않은 '좋은 뉴스'는 안 읽히는 반면 수월히 내놓을 수 있는 '안 좋은 뉴스'가 많이 읽히고 수익 또한 담보된다고 할 때 합리적인 선택지는 분명하다"라고 현 상황을 설명합니다.
네이버에서 많이 읽힌 기사의 제목을 토대로 <그거 아세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위 기사에 나온 2021년 기준으로는 아래와 같습니다. 기괴하고 참담합니다.
"그거 아세요? 대구 상간녀 결혼식 습격 사건 / 레깅스만 입고 자주 외출하는 딸이 걱정돼요. 그거 아세요? 자고 일어났더니 얼굴이 괴물로 20대女 끔찍한 경고 / 처제와 결혼해서 아이가 생겼습니다."
반면 꼭 독자들에게 가닿아야 할 내용의 기사는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 지난 2일 <열린라디오 YTN>에서 말한 내용 중 유독 가슴 아픈 부분이 있었습니다. 김 소장이 2024년 1월 9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통과되고 30일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때까지 6대 종합일간지의 언론 보도 모니터링을 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는 <경향신문> 45건, <한국일보> 19건, <한겨레> 17건, <중앙일보> 14건, <동아일보> 12건, <조선일보> 6건에 불과했습니다.
김 소장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 직접 '언론에 서운한 것'을 물어보니 "언론들이 보도를 해주지 않은 것, 무관심한 것"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참사에 대한 국가의 대응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또 당시 정치적 국면하고도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유독 보도량이 적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참고로 <조선일보>의 경우 같은 기간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근황을 소개하는 기사만 6건이었습니다. 그에 대한 특별한 이슈가 없었음에도 말입니다.
신문 지상에서 금세 사라지는 '중요한 사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