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성부부 혼인평등소송 시작 기자회견에서 동성부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동성부부 11쌍은 한국의 동성혼 법제화 실현을 위해 동성부부의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는 행정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딸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결정이라는 비난도 있습니다. 규진씨 부부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당해야 할 딸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나 딸을 힘들게 하는 것은 책임감을 가지고 사랑으로 아이를 돌볼 김규진·김세연 부부가 아니라 손쉽게 차별적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일 겁니다.
최근 법원도 '가족'과 국가에 관한 중요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우리나라는 부양자의 건강보험으로 피부양자의 건강보험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성커플은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이 불가능합니다. 지난 7월 18일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인 동성 배우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국가가 개개인의 동반자 관계에 개입해 구성원의 성별 차이에 따라 건강보험제도의 보호를 부여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가치평가적 행동을 하는 것은, 국가가 개인의 내밀한 성적 지향의 발현과 형성에 개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비장애인, 이성애 중심의 '정상가족'만을 인정하는 기존의 국가체계로는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을 담을 수 없습니다. 23년부터 혼인 평등과 다양한 가족을 인정받기 위해 '모두의 결혼' 캠페인이 시작된 이유입니다.
다양한 가족 인정해야
우리 부부는 국가와 공동체의 도움으로 법적 가족이 될 수 있었습니다. 서울 역세권에 임대아파트 공고가 떴고 신혼부부에게 우선순위로 공급한다고 했습니다. 예비신혼부부로 접수나 해보자고 넣었다가 덜컥 당첨이 됐습니다. 설마 임대아파트 때문에 결혼까지 해야 하나 고민하다 집이라도 한번 보자고 해서 함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랐습니다. 비밀번호가 있는 집문을 열고 창문을 여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결혼하자'고 외쳤습니다.
아이는 임대아파트처럼 국가가 보증해 주지도 않습니다. 정해진 비밀번호도 빨리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정해진 호수도 없지요.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저 지금 함께 사는 사람과 함께라면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3인 가족이 될 수 있었습니다.
임대아파트에 법적 부부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도, 아이를 기르고 이웃들과 평화롭게 지낼 기회는 모두에게 주어져야 할 보편적 권리입니다.
편지를 쓰는 와중에도 틈틈이 작고 소중한 아이를 보고 왔습니다.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네요. 그러다 문득 나의 아이에게만 내 시선이 머물러 버리면, 이 아이 역시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려면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바꿔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를 위해서라는 수사는 불필요합니다. 지금 우리를 위해서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을 함께 꿈꾸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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