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달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문제와 해결책은?' 세미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오세훈 시장에 호응해 외국인 최저임금 차별적용 국회토론회까지 열었습니다. 제목이 거창합니다. '저출생 인구위기 시대에 외국인 근로자와 국민이 모두 WIN-WIN 하는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구분적용' 세미나입니다. 세미나 자료집을 읽어봤는데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최저임금으로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수입했더니 국내 돌봄노동자의 현실이 드러나 버렸습니다. 최저임금을 받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던 국내 돌봄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겁니다. 민간 육아도우미의 경우 노동법을 적용받지 않고 시간당 페이만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민간육아서비스 시장의 80% 이상이 시간제이고, 최근 민간 플랫폼을 통해 대학생, 보육교사, 유치원교사 등의 시장 진입이 활발해져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노동조건이 나빠서 인력을 못 구하는 문제를 외면하고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하는 꼼수를 쓰려다 문제만 더 키운 겁니다.
인종이 다르다고 해서 임금을 낮출 수도 없습니다. 헌법과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협약과 각종 국제조약을 위반하는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김경선 한국공학대학교 석좌교수도 발제문에서 외국인에게 생계비를 고려한 최저임금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외국인의 경우 주거비용과 식비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외국인 종사자에게 양질의 숙식서비스를 제공하고 이 비용을 제한 금액의 최저임금을 지급하면 이용자가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가사관리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제안입니다. 그런데 '돌봄서비스분야 민간 시장 기능 활성화와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입니다. 외국인 인력을 수입하고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인프라는 공공이 부담하고, 그 과실은 민간기업이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공공돌봄을 강화하는 쉬운 길을 놓아두고 왜 이렇게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최저임금 사용자위원도 반대하는 외국인최저임금 차별
외국인 돌봄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면 성차별을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성의 경력단절 없어져야 한다'면서 외국인 최저임금 구분(차별) 적용을 주장합니다. 김준형 카이스트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저렴한 외국인 돌봄노동자를 활용한다면 여성노동의 참여와 성별격차 해소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돌봄은 대표적인 여성 노동 일자리입니다. 인종에 따라 돌봄노동자 임금을 삭감한다면 성별임금격차가 해소될까요? 오히려 외국인노동자와의 가격경쟁 때문에 국내노동자 임금에 대한 동결삭감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외국인 여성에 대한 차별은 인종차별에 멈추지 않고 성별, 업종, 나이 등에 따른 차별로 심화 될 수 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 참가한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부장은 최저임금 외국인 차별 적용뿐만 아니라, 업종별, 사업장규모, 나이에 따라서도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는게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여성들의 대표적 일자리가 소규모, 서비스직인 것을 고려한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의 성별임금격차를 보다 심화시키겠다는 주장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주목해야 할 주장도 있었습니다. 제가 최저임금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사사건건 부딪쳤던 사용자최저임금위원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이날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그는 업종별 차별적용을 주장했는데, 이날 세미나에서는 '일본 등과 아시아개도국 외국인근로자 유입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감액적용은 불리'하다고 주장합니다.
외국인근로자의 해외국 취업 이유 1순위는 임금 수준인데, 중장기적으로 아시아개도국도 저출산 문제가 심해질 경우 인력 해외유출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사장들이 외국인 근로자 관리 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의사소통과 생산성 문제를 들었습니다. 인건비 부담은 10.9%(2023 외국인력 종합애로 실태조사)에 그쳤다고 합니다.
다른 발표자들이 인종차별적 시선으로 이주노동자를 인식했다면 중소기업중앙회만큼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이주노동자를 바라본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노동력상품의 수요, 공급 측면 상품의 질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최저임금 차별 적용은 말이 안되는 소리입니다. 오죽했으면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조차 최저임금 차별적용은 안 된다고 하겠습니까.
국가의 임금체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