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추석 이후 한 대표 앞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쌓여있습니다. 꽉 막힌 대결 구도의 정국을 여당 대표로서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정갈등, 민생문제 등에서도 별다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내부의 친윤에 끌려다니고 있고, 거대 야당에 밀린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대표로서의 위신이 서지 않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한 대표는 지난 24일 열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 전, 별도로 독대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독대 요청을 거부했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대표가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식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이날 만찬은 말 그대로 '밥만 먹고' 끝났습니다. 의대 증원 문제나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합니다. 한 대표가 대통령실에 재차 독대를 요청했다고 하나 기약이 없어 보입니다.
정훈님은 한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가요? 그는 비대위원장 시절 "실용적이고 합리적으로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길을 찾는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이 지금의 민주당보다 훨씬 개혁적이고 진보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외교·정치·경제·노동·환경 등 각 부문에서 난맥상을 노출시키고 있는 윤 정부와 이에 발맞추는 국민의힘을 보고 '실용·합리'라는 가치를 떠올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국민의힘의 현 모습에는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한 대표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인이 된 그에게는 법무부 장관 시절 언뜻 비쳤던
개혁적이거나 인권친화적인 모습마저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인혁당 사건 피해자에게 부과된 지연이자를 면제시켰고, 제주 4.3 일반재판 수형인을 '직권 재심 청구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다시 재판을 받아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의 국가배상소송에 대해선 상고도 포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되자마자 야당을 향해 "운동권 특권" "종북세력" 운운하면서 기존의 이미지마저 퇴색되고 말았습니다. 윤 대통령이나 기존 보수 정치인과의 차별화에 실패한 셈입니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을 향해 제대로 들이받지도 못합니다. 한 대표는 마음먹으면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이건 당 대표가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패'입니다. 하지만 감히 쓸 생각을 못합니다. 논란이 된 김문수, 이진숙, 뉴라이트 인사 임명 등에도 침묵하면서 한 방은커녕 '잽'조차 못 날립니다. 한 대표는 '의정갈등' 국면이 정국 주도권을 자신 쪽으로 끌고 올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며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꿈쩍도 안 하는 눈치입니다.
진짜 문제는 여태껏 그의 무능이 개인적 '실패'에서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 대표가 의료대란, 무분별한 거부권 남용, 부자감세 등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대해 지금껏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여당 대표라는 이유만으로 동조해 왔기에 지금 국민들의 삶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한겨레>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는 역대 현직 대통령과 여당 차기 대선주자의 대결을 보여주면서
"현재 권력이 미래 권력 죽이면 공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에 맞서지 못한다면, 한 대표의 정치 인생도 끝이 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공교롭게도 그가 첫 곡으로 소개한 톰 웨이츠의 <웨이 다운 더 홀>의 가사가 현 상황과 맞아떨어집니다.
"정원을 걸을 때는 등 뒤를 조심해야 해. 실례지만, 바른길을 걸어야 해."
"너는 악마를 마음 깊은 곳에 가둬야 해."
"유혹에 신경 쓰지 마. 그의 손은 너무 차가우니까. 나를 도와 악마를 마음 깊은 곳에 가둬야 해"
"절벽에서 뛰어내리겠다"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한 도전을 빗대서 한 말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하나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싸우는 이에게 희망은 없습니다. 한 대표가 존 레넌처럼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볼 땐, 쉽지는 않아 보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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