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양당 대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좋은 공약입니다. 옥에 티라면 한동훈 대표나 국민의힘 모두 특고노동자 17개 직종과, 예술인과 자영업자 중 일부가 고용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음에도 육아휴직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은 겁니다. 집권정당의 수뇌부도 알기 어려울 정도로 제도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역시 22대 총선공약집에서 '아이를 가진 부모 누구나 출산 육아를 보장받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노동환경을 개선하겠습니다'라고 공언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거대양당이 모두 특고 플랫폼 프리랜서 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들의 존재가 법안에 새겨지지 않고 있습니다.
육아휴직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연금을 개혁하겠다면서 연령별로 보험료를 차등적으로 징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금재정이 어려우면 연금을 삭감할 수 있는 '자동조정장치'까지 내걸었습니다. 정부가 근거로 제시한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 및 적용방안(2023)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1992년 생 가입자의 경우 생애 총연금액이 20%가 삭감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게다가 현재 경제적 격차는 연령으로 나뉘지 않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의 17세 아들은 약 2000억원어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10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청소년은 11명, 50억 이상은 19명, 10억 이상은 90명입니다.
반면, 한국경제인협회 중장년내일센터 '2023년 중장년 구직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평균 50.5세이고, 재취업 후 37.3%의 임금 하락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사용자가 국민연금보험료 절반을 분담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연금보험료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특고 플랫폼 노동자들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개혁을 해야 한다면 연금으로부터 배제된 노동자들과 연금부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특고플랫폼기업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겁니다.
이렇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4대 보험을 보장받는 노동자가 아니라 3.3%의 소득세를 내는 비임금근로자가 무려 847만 명에 이릅니다. 이들을 외면하면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저출생 문제는 물론, 경제적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윤석열은 '노동약자 보호법', 한동훈의 대안은?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 문제를 외면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특고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노동약자'로 부르면서 노동약자보호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노동약자'를 보호하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노동법은 노동력을 사용해서 이윤을 얻는 사용자와 노동력을 제공해 소득을 얻는 노동자의 힘이 불균형하다고 전제합니다. 이 때문에 근로기준법으로 최소한의 근무조건을 보장하고, 사회보험으로 위험에 대비합니다. 한 발 나아가 노동3권 을 노동자에게 보장, 노사가 대등한 협상을 통해 자율적으로 근무조건을 정하는 것을 보장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밀고 있는 노동약자보호법은 그 목적이 불분명합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약자를 위한 공제조합 설립, 분쟁조정심의위원회' 등을 노동약자보호법의 핵심으로 꼽았습니다.
우리는 국가가 운영하는 4대보험이라는 좋은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가 노동자의 질병, 노후, 실업, 산업재해 육아와 출산, 재취업을 보장하는 보험을 놓아두고 별도의 공제조합을 만들자는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노동법이라는 전 세계가 합의한 좋은 규칙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윤석열 정부는 노동법대신 '노동약자'를 강조하는 걸까요? 노동약자를 긍휼히 여기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문수 장관이 주인공이 되는 정치적 효과외에는 답을 찾기 어렵습니다. 노동약자라는 호칭이 시혜적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그 내용이 노동약자를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자신 있게 특고 자영업자의 육아휴직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던졌던 한동훈 대표가 등장해야 할 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고, 보호받지 못하는 특고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