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품바 결합한 한국발레에 감동하다

서울발레시어터 터키 앙카라 공연 성황

등록 2007.09.19 17:52수정 2007.09.20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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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판소리와 하회탈의 소재로 뭉크의 절규를 스토리화 한 제임스 전의 신작 <mask>. 터키 공연을 통해 세계초연되었다.

판소리와 하회탈의 소재로 뭉크의 절규를 스토리화 한 제임스 전의 신작 . 터키 공연을 통해 세계초연되었다. ⓒ 김기

판소리와 하회탈의 소재로 뭉크의 절규를 스토리화 한 제임스 전의 신작 . 터키 공연을 통해 세계초연되었다. ⓒ 김기

지구상에 한국과 자연스럽게 형제국이라 부르는 유일한 나라 터키와 수교한 지 올해로 50주년을 맞아 터키에서는 연초부터 국립국악원 등 문화단체의 방문공연이 잇따르고 있다. 2005년 통계로 한국 수출대상국 23위였으며 최근까지 교역량은 꾸준히 증가세에 있어 여러모로 우리나라로서는 중요한 국가가 아닐 수 없다.

 

한·터 수교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을 대표해 서울발레시어터(단장 김인희)가 터키 수도 앙카라를 찾아 한국 모던발레의 진수를 선보여 터키 관객들을 완전히 매료시켰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앙카라 국립오페라극장에서 18일 오후 8시(현지시각) <생명의 선>이라는 타이틀로 발레공연을 올렸다.

 

이날 공연에는 그 동안 한국 공연단체 방문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에르트롤 귀나이 터키 문화부장관을 비롯해 많은 터키 고위관료들이 자리를 했으며, 김창영 주 터키 대사를 비롯해서 중국, 인도 등 10여개국 대사가 관람하여 화제가 되었다. 또한 에르트롤 장관과 김 대사는 공연 직후 무대로 곧바로 올라와 무용수들을 격려하고 기념촬영까지 하는 등 공연에 대한 높은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a  서울발레시어터 신작 mask의 한 장면. 연은경, 정운식의 파드 뒤.

서울발레시어터 신작 mask의 한 장면. 연은경, 정운식의 파드 뒤. ⓒ 김기

서울발레시어터 신작 mask의 한 장면. 연은경, 정운식의 파드 뒤. ⓒ 김기

서울발레시어터가 이날 보인 작품은 <1X1> <생명의 선> <희망> <탱고 포 발레> 등 기존 작품과 세계 초연작인 <mask>로 총 2시간 가량이 소요됐다. 수도이면서도 세계적인 자국 도시인 이스탄불에 비해 공연 횟수 등이 소원한 앙카라 문화관객들은 한국의 모던발레에 대단히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개관한 지 50년이 넘는 앙카라 국립오페라극장 객석은 680석 규모로 결코 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오페라단, 발레단과 더불어 오케스트라까지 보유하고 있어 앙카라 시민들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입장권 없이 초청으로 이루어진 이 날 공연에는 680석 전석이 거의 가득 찼으며 인터미션 때에는 중간에 돌아간 사람 없이 모두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로 객석보다 상대적으로 넓은 로비가 발 디딜 틈도 없을 지경이었다.

 

라마단 기간임을 감안할 때 이날 공연 관람객수는 대단히 놀라운 반응이 아닐 수 없다. 라마단기도가 오후 7시에 끝나는데 천천히 많이 먹는 터키 식사 습관에 비추어 볼 때 저녁을 거르거나 혹은 간단한 요기로 때우고 관람한 것이다.

 

로비에서 만난 터키 시민 귤나즈 체틴씨는 “시누이가 발레리나여서  평소 발레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의 모던발레는 새롭고 감동적이었다. 특히 <희망>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희망>은 서울발레시어터가 8년 전 초연한 해외에서 특히 반향을 끌어내는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도 익숙한 품바타령에 맞춰 안무한 것이다.

 

a  품바타령에 안무한 <희망>은 터키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박수를 처 무용수들의 동작에 호응할 정도로 호응이 컸다.

품바타령에 안무한 <희망>은 터키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박수를 처 무용수들의 동작에 호응할 정도로 호응이 컸다. ⓒ 김기

품바타령에 안무한 <희망>은 터키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박수를 처 무용수들의 동작에 호응할 정도로 호응이 컸다. ⓒ 김기

중간휴식을 마치고 보여진 <mask>는 터키 관객들에게 한국 발레에 대한 분명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한국 발레를 처음 대하는 터키 관객들에게 <mask>는 한국과 모던발레 두 가지를 동시에 인식시켰다.

 

이 작품은 한국 하회탈을 주요 소재로 해서 주제인 '뭉크의 절규'를 45분간 풀어갔다. 부단장인 연은경을 비롯 정운식 등 서울발레시어터의 중심 단원들이 총출돌한 이 작품을 본 터키 관객들은 공연 후 탈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질문을 해올 정도로 하회탈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남도 구음으로 작품의 앞뒤를 여닫은 이 작품은 세계적 화가 뭉크의 익숙한 주제를 바탕으로 한국의 음악과 탈을 결함시킴으로써 주제의 전달과 더불어 유럽 발레와 구분되는 한국발레의 독창성에 확인시키는 효과를 동시게 거뒀다. 또한 한복을 발레에 접합하면서도 본연의 화려하고 선명한 색상을 잘 살려 의상에 대한 칭찬도 만만찮게 뒤따랐다.

 

품바타령에 기초한 <희망>과 판소리와 하회탈을 도입한 <mask>의 성공적인 반응은 단지 공연 한번의 성과이기보다는 해외에 보내지는 공연에 대한 전술적 방향을 제시한다. 서울발레시어터의 이번 터키 공연은 한국 문화관광부와 외교통상부의 지원으로 실현되었다.

 

a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제임스 전의 2006년 작 <탱고 포 발레>는 터키에서도 통했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제임스 전의 2006년 작 <탱고 포 발레>는 터키에서도 통했다. ⓒ 김기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제임스 전의 2006년 작 <탱고 포 발레>는 터키에서도 통했다. ⓒ 김기

앞서 다녀간 공연팀들도 모두 같은 장소에서 공연되었지만 반응은 이날에 비해 높지 않았다는 것이 현지 교민들의 반응이었다. 국내 공연과 달리 해외공연의 경우는 역시 한국적 요소가 강하면서도 해당 국가의 문화적 정서와 공감되는 장르가 효과를 담보하는 것이 분명하다.

 

서울발레시어터는 터키 공연을 마치고 이스라엘(텔 아비브)와 세르비아(베오그라드)에 연이어 공연하게 된다. 터키에 이은 2개국 공연은 각각 대사관의 초청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3개 나라 모두 한국 발레는 처음 선보이게 된다. 처음인 만큼 한국발레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라 김인희 단장 등 서울발레시어터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터키의 성공으로 조금은 안도하는 모습이지만 이스라엘에는 오하드 나할린, 나초 두아토 등 세계적 발레 안무가가 존재하고 있어 발레 수준이 매우 높다. 서울발레시어터의 경우 이스라엘과 세르비아 공연 성과여부에 따라 유럽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  <1x1>에서 멋진 앙상블을 보인 서울발레시어터 조현경, 윤미애의 연기.

<1x1>에서 멋진 앙상블을 보인 서울발레시어터 조현경, 윤미애의 연기. ⓒ 김기

<1x1>에서 멋진 앙상블을 보인 서울발레시어터 조현경, 윤미애의 연기. ⓒ 김기

 

터키로 떠나기 전 사전 정보는 터키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앙카라에서 만난 터키인들의 한국사람에 대한 친절함은 지나칠 정도였다. 영어하는 사람이 매우 적은 실정이어서 서로 의사소통이 어렵지만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자세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진짜 한국사람이 맞냐는 질문도 받는데, 그 속에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끈끈하게 묻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공연 이틀 전부터 극장에서 공연 준비를 하고, 연습도 해야 하는 단원과 스태프들에게 터키 국립오페라극장 스태프와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감동 자체였다. 공연 전에는 일부러 찾아와 공연의상을 함께 다려주고, 분장을 돕겠다는 등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받을 수 없는 호의과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

 

a  터키 문화부장관 등 고위관료들은 공연 직후 이례적으로 무대에 올라 무용수들을 격려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등 큰 호감을 보였다. 가운데 수염 기른 이가 문화부장관 그 왼쪽이 김창영 대사

터키 문화부장관 등 고위관료들은 공연 직후 이례적으로 무대에 올라 무용수들을 격려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등 큰 호감을 보였다. 가운데 수염 기른 이가 문화부장관 그 왼쪽이 김창영 대사 ⓒ 김기

터키 문화부장관 등 고위관료들은 공연 직후 이례적으로 무대에 올라 무용수들을 격려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등 큰 호감을 보였다. 가운데 수염 기른 이가 문화부장관 그 왼쪽이 김창영 대사 ⓒ 김기
2007.09.19 17:52ⓒ 2007 OhmyNews
#서울발레시어터 #터키 #발레 #판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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