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위에 군림하는 천안문화원장

대법원 강제추행 확정 선고에도 현직 유지 시사... 퇴진여론 고조

등록 2007.11.30 17:15수정 2007.11.3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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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의 법정 다툼끝에 권연옥(71) 천안문화원장의 강제추행 혐의와 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가 모두 유죄로 결정됐다. 대법원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권연옥 문화원장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지난달 29일 선고했다. 이로써 권 원장은 강제추행 혐의와 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선고된 5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선고로 원장의 강제추형 혐의와 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를 둘러싼 법적인 공방이 종식되자 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권연옥 원장은 “대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자리를 떠날 이유가 없다”며 현직 고수를 시사, 논란을 빚고 있다.

 

1심 항소에 이어 2심 상소에서도 기각 선고

 

대법원 제1부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제1호 법정에서 열린 권연옥 문화원장의 판결에서 “상고이유의 주장은 적법한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재판장과 주심 등 4명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권 원장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앞서 권연옥 원장은 자신의 항소를 기각한 대전지방법원의 2심 판결을 수긍할 수 없다며 지난 8월 30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접수했다. 대전지법 제2형사부는 지난 8월 2심 선고에서 ‘피해자들을 강제로 추행한 사실이 없다’며 권 원장이 제기한 항소를 기각, 1심 선고를 유지했다.


권연옥 원장이 항소에 이어 상고까지 제기했지만 대전지법과 대법원이 잇따라 "이유 없다"며 1심 재판부의 손을 그대로 들어준 것.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단독 재판부는 지난 4월13일 1심 선고에서 “2005년 10월 일자불상에 권 원장이 원장실에서 문화원 여직원 양모씨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원장실에서 2006년 3월 일자불상에 요리강사 강모씨의 가슴을 아래에서 위로 1회 추행한 점에 대해 피고인은 완강히 부정하지만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죄는 인정되지만 피고인인 권연옥 원장이 고령인 점 등을 언급하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권연옥 문화원장, "떠날 이유 없다" 밝혀

 

권연옥 원장은 지난해 9월 검찰에 자신의 강제추행과 관련한 고소장이 접수된 직후부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자신이 신임 문화원장으로 부임한 후 취한 일련의 개혁조치들에 반발하는 직원과 몇 사람이 허위사실을 만들어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권연옥 원장과 변호인은 1, 2심 법정에서도 천안문화원의 갈등관계, 강제추행 발생장소로 지목된 원장실이 구조상 추행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임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서는 원장실의 현장검증도 이뤄졌다.


그러나 원장과 변호인의 기대와 달리 1심 재판부는 권 원장의 유죄를 인정, 벌금형을 선고했고 2.3심 재판부도 원심을 확정했다.

 

a  천안문화원의 수장인 권연옥 원장의 강제추행과 성폭력특별법 위반이 대법원에서도 인정됐다. 사진은 천안문화원 전경.

천안문화원의 수장인 권연옥 원장의 강제추행과 성폭력특별법 위반이 대법원에서도 인정됐다. 사진은 천안문화원 전경. ⓒ 윤평호

천안문화원의 수장인 권연옥 원장의 강제추행과 성폭력특별법 위반이 대법원에서도 인정됐다. 사진은 천안문화원 전경. ⓒ 윤평호

 

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간직하며 천안의 대표 문화기관으로 자리매김한 천안문화원의 수장이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데 이어 법정까지 서게 되자 그동안 지역사회에서는 원장의 퇴진여론이 불거졌다.


그러나 권연옥 원장은 검찰에 불구속 기소 직후 “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원장직을 그대로 수행할 것”이라며 중도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1, 2심 선고가 이루어질때마다 퇴진여론은 반복적으로 제기됐지만 원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항소와 상소로 대응했다.


이번 대법원 선고는 원장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까? 권연옥 원장은 “관계가 없다”고 단언했다.


대법원 선고가 임박한 지난 26일 인터뷰에서 권연옥 원장은 “대법원 결과와 상관없이 자리를 떠날 이유가 없다”고 못박았다. 권 원장은 “지금 내가 떠나가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현직고수를 강력히 시사했다.


대법원 판결 뒤 수차례 원장에게 전화를 했지만 통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5년 2월 취임한 권연옥 문화원장의 임기는 4년. 문화원 정관상에는 1차에 한해 중임할 수도 있다.

 

천안문화원 안팎, 원장 퇴진여론 고조
시민사회, 퇴진 관철위해 연대 모색, 이사회도 절차 밟아

천안문화원장의 강제추행과 성폭력특별법 위반이 대법원에서도 유죄로 인정됐다는 사실을 접한 문화원 안팎에서는 권연옥 원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한식 천안문화원 부원장은 “문화원 임원의 한사람으로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늦었지만 본인과 문화원 정상화를 위해서 권 원장이 빨리 신분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자진 퇴진하지 않을 경우 문화원 정관에 따라 총회에서 원장 해임을 결의할 수 있다”며 “총회소집을 위해 이사들의 서명을 받는 중”이라고 말했다.


윤성희 천안예총 지부장은 “지역문화의 대표기관인 천안문화원의 수장이 강제추행과 성폭력특별법 위반으로 몇 차례나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점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당장 원장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윤 지부장은 “원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시만사회차원의 퇴진운동도 필요하다”고 덧붙혔다.


진경아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도 원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진 집행위원장은 “대법원 유죄가 확정된만큼 원장이 더 이상 자리를 지킬 명분은 사라졌다”며 “공적인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라도 다른 단체와 연계해 원장의 퇴진운동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연옥 문화원장과 함께 천안문화원 사태의 한축을 이룬 이정우 천안문화원 사무국장은 지난 27일자로 해고됐다. 이 사무국장은 절차와 사유가 잘못된 부당해고라며 법적인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권연옥 원장은 인사위에서 의결된 적법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천안시는 원장과 사무국장이 강제추행과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고 재판에 연루된 천안문화원에 시 지원 예산 가운데 일부만 상반기에 지급됐다. 현재는 예산지원이 전면 보류된 상태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58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2007.11.30 17:15ⓒ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58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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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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