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 발전은 무력화되는가?

벌써 수도권 규제완화를 외치는 언론과 재벌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등록 2007.12.21 12:20수정 2007.12.2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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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나자 마자 수도권 규제를 풀자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자 매일경제신문에 큰 제목으로 1면 톱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 바로 수도권 규제풀자는 것입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재계의 염원사항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수도권 규제를 푸는 것이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담고 있는 것이죠.

 

전경련 등 재계도 일제히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이제 갓 당선자가 된 상황에서 벌써 대규모로 투자를 늘릴 것처럼 떠벌리고 있군요. 그동안 정부의 규제로 인해서 기업들이 엄청난 유동성을 보유하고도 투자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이른 바 자본의 태업이 있었다는 것이죠. 이제 그렇다면 자본이 태업을 풀겠다고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자본은 이윤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기업환경을 위해 태업을 할 수가 있을까요? 이윤기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 협조하기 위한 투자를 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것은 자본의 근본적인 속성에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자본은 끝없이 이윤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이윤기회가 있으면 좀 까다로운 조건이라도 투자를 합니다. 이윤기회가 없으면 아무리 절차를 편하게 해 줘도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법인세 인하를 거론하는 일도 귀에 거슬립니다. 기업이 이미 획득한 이익에 대해서만 부과하는 것이 법인세입니다. 그러니 법인세를 좀 올리거나 깎아줘도 투자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미미합니다. 오히려 법인세는 이익나는 기업의 주주지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경영진의 투자의사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는 요소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이윤기회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이윤기회란 무엇일까요? 엄밀히 말해서 이윤획득기회라고 해야 겠군요. 이윤의 획득기회란 바로 시장을 말합니다. 시장에서 수요가 존재하고, 해당재화의 공급원가가 수요가격보다 낮으면 이윤기회가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시장의 상황이 기업의 투자를 좌우하는 것입니다. 시장의 소비자들이 충분한 가처분 소득이 있고, 해당 재화를 구매할 동기가 있으면 기업은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서 투자를 합니다.

 

그러니 결국 기업의 투자에 있어서 절차상의 문제나 규제의 강도 그리고 법인세는 그리 큰 요소가 아닙니다. 수도권이 여러가지 인프라에 있어서 유리하고, 많은 인구가 집중되어 조달과 공급에 모두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부동산의 가격이 높고, 물가도 높으며, 인건비도 높아서 불리한 점도 있지만 그래도 수도권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통팔달의 교통체계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물류비용에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IT기술의 발달과 초고속 인터넷 망은 물론이고, 각종 편의시설도 지방마다 어느정도 갖춰진 상태입니다. 수도권에 투자할 의사가 있다면 지방에 투자하지 못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지금 수도권에서 시행되고 있는 공장총량제 같은 것은 부분적으로 개선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전면 폐지할 경우 문제가 심각합니다. 수도권의 과밀한 인구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각 지방은 지금보다 더한 공동화 현상이 일어날 것입니다. 지역균형 발전과 국토의 효율적 개발이라는 과제는 물거품이 되는 것이죠. 지방은 황량하고 수도권은 과밀해서 양쪽이 모두 어려워집니다.

 

게다가 신규투자의 증가를 유발하지는 못하고 지방에 위치한 공장들이 수도권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로운 일자리가 아니라 지방에 있던 일자리가 수도권으로 이전되는 것입니다. 물론 기업들은 인적 물적 자원이 조달이 용이해지겠지요. 그러나 고용은 창출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참여정부는 엄청난 돈을 보상비로 써가면서 지역균형 발전전략을 추진하였습니다. 행정수도 이전은 헌법재판소의 경국대전 재판으로 행복도시로 축소되었습니다. 각 지방의 혁신도시는 많은 재정이 투입되었습니다. 토지보상비 등으로 풀려나간 자금들이 부동산 시장을 돌며 투기자금화하는 등의 부작용도 일으켰습니다.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장기적 계획은 필수적이었지만 사실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그나마 추진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은 그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도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습니다. 국토를 매우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나마 지역균형 발전전략을 포기하면 그러한 현상은 훨씬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입니다. 지금 우려되는 것은 바로 먼후일의 대한민국 모습입니다. 지역마다 텅텅비워두고 모두가 수도권에서 모여사는 모습말입니다.

 

그렇게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된 대한민국은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질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인구밀도에 있어서는 서울이 최고수준입니다. 더 이상 심화되서는 안될 일이죠. 수도권 규제의 완화가 신규투자를 유발하는 정도는 기대보다 훨씬 못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경제의 문제는 극심한 내수부족입니다. 서민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낮아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실업과 비정규직의 문제로 인한 것입니다. 수도권 규제완화로 구조적 개선은 불가능합니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에 올려놓는 공사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방의 공장들이 수도권으로 모두 이사오는 현상을 바라지 않는다면 그러지 말아야 합니다. 수도권의 과밀화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일입니다. 모처럼 엄청난 고비용과 부작용을 남발하며 추진되던 지역균형 발전전략이 무너져 내릴 조짐입니다. 걱정이군요.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7.12.21 12:20ⓒ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수도권 규제완화 #지역균형 발전 #공장총량제 #지방공동화 #수도권 과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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