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경제'는 그때 그때 달라요

등록 2007.12.27 17:01수정 2007.12.27 17:01
0
원고료로 응원

조선일보가 진실을 고백한다. 이명박 당선자가 국민에게 공약한 것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특히 7% 성장률은 실현가능성도 없으니 접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선거과정에서 제시한 공약은 당선후 달라질 수 있단다. 특히 기업의 투자는 대통령이 바뀐다고 늘거나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선거과정에서 실현불가능한 공약을 제시한다면 국민이 표를 주지 않아서 낙선시키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조선일보의 이런 주장은 수긍이 간다. 또 지금까지의 정권들이 공약한 것처럼 경제를 성장시킨 사례는 없다. 결국 불가능한 공약을 믿고 투표한 국민이 어리석었다. 사실 불가능한 공약을 제시하는 행위는 대국민 사기에 다름이 없다. 참여정부도 분명 7%를 공약했지만 전혀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안되는 것을 달성하려고 무리수를 쓰는 것보다 공약을 폐기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수는 없는 법이다. 기업이 대통령의 정책을 비토하기 위해서 많은 이윤획득기회를 포기하고 투자태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통령의 정책을 돕기 위해서 이윤획득의 기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구잡이로 투자를 하지는 않는다. 조선일보의 생각은 참으로 진실에 부합하는 것 같다. 어떤 기업이 이윤기회를 포기하며, 어떤 기업이 손실을 감수할 것인가?

 

대선이 끝나고 곧장 조선일보에 이런 류의 기사가 나왔다. 그 것이 사설이건 칼럼이건 상관없다. 이제사 조선일보가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서 다행스러울 뿐이다. 대한민국 여론을 가장 높은 비율로 독과점하는 언론이 진실과는 괴리가 큰 거짓을 주장하면 대한민국이 불행해진다. 허위 사실에 기반한 여론이 정치는 물론 경제와 사회문화를 모두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사 이러한 진실을 말하는 것을 다행한 일로 치부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한 주장의 이면에 정치적 의도를 숨기고 있다고 의심되기 때문이다. 만일 조선일보가 한나라당의 정권탈환을 위해 종사한 입장이라면 의심을 거둘 수 없게 된다. 새로 탄생한 이명박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고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조선일보는 대한민국 경제의 위기론을 꾸준히도 설파하였다. 공장들이 모두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점점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 모두가 다 노무현 정권의 기업규제와 친노동 정책에 기인하는 것이다. L자형 장기침체의 늪에 빠졌다. 지속적으로 경제불안 심리를 자극하였다. 노무현 정부가 7%의 성장률을 공약한 것은 국민을 속인 것이다. 재래시장이 장사가 안된다. 이런 류의 주장이 유지되어 왔다.

 

확연히 다르지 않은가? 성장률 공약을 과도하게 했던 것이 누구에게는 비판의 대상이었으며, 누구에게는 당연히 폐기해도 되는 것이란 말인가?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기업이 규제 때문에 국내투자를 하지않고 해외로 빠져나간다고 하더니, 이명박 정부가 아직 취임하기도 전에 이제는 기업은 이윤획득 기회를 보고 투자를 한단다. 누가 하면 다 잘못된 것이고, 누가 하면 다 정당한 것이라는 주장에 다름없지 않은가?

 

조선일보가 과거에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왜곡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때이다. 그럴려면 이명박 당선자가 공약한 것은 모두 지켜야 하고, 지키지 못하면 대국민 사기가 되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정권을 누가 가졌고, 규제를 푸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기업이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아래서도 기업이 투자를 늘리지 못한다면 역시 정권의 규제로 인한 것이 된다. 정권을 흔들고 싶어서 거짓주장을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려면 그렇다는 것이다.

 

만일 곧 출범할 이명박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면 먼저 참여정부에 대해 사과해야 옳다. 대선후보의 공약은 좀 부풀려질 수도 있으나 당선후에는 무리한 공약을 밀어붙이기보다 현실적인 목표로 수정할 수 있다. 또 기업은 정부의 규제여부에 따라 투자여부를 결정하기보다 이윤획득기회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과거 조선일보의 주장과는 분명히 다르다. 참여정부를 흠집내려고 했던 것에 분명히 사과를 하고 비로소 차기정부의 편을 들어야한다.

 

과거 자신들의 틀린 주장을 사과한 일이 없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주장을 그냥 밀러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래서는 대한민국 최고 발행부수의 일간지가 사람에 따라서 그 때 그 때 말을 바꾼다는 비판을 들어 마땅한 것이 아니겠는가? 어떤 정부에서는 성장률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사기이고, 기업의 투자는 정부의 규제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어떤 정권에서는 성장률 공약은 안지켜도 되고, 기업의 투자는 규제보다 이윤기회에 따라서 좌우된다면 좀 우스운 일이 아닌가?

 

정론지를 자칭하는 신문이 그 때 그 때 다른 주장을 천연덕스럽게 해서는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스스로 주장을 견지하거나 아니면 사과하고 주장을 바꾸는 것이 가장 옳은 정론지의 모습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7.12.27 17:01ⓒ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조선일보 #경제성장률 #기업의 투자 #이명박 정권 #노무현 정권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