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오르는 학원, 성적 떨어지는 학원

이제 학원도 아이들 생각해야 할 때

등록 2008.01.18 17:41수정 2008.01.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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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1월 13일) 여러 언론사의 뉴스를 통해 서울의  강남·서초 등 이른바 ‘8학군’ ‘버블 세븐’ 지역에 학원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서울대학교 입학 학생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는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국토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한 신문들은, 서울과 수도권의 중소도시들을 비교한 결과를 통해  8학군 버블세븐 지역과 목동 과천 등 집값 상승 지역에서 학원의 20-30% 증가에도 불구하고 송파구 22%, 서초구 15%, 분당구 13%, 용산구 22%, 강남구 1% 등으로 서울대 합격률이 크게 하락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학원에 보내는 것이 반드시 공부에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은 비단 이 기사만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 이미 자녀를 학원에 보내본 사람은 학원에 보낸다고 해도 그 이후의 일이 첩첩산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학원은 학생의 취향과 성격에 맞게 보내야 하고, 너무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보내야 한다. 때로는 학원에 보내놓고 부모가 학원에서 하는 것보다 배로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좋기로 소문난 학원에 보낸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꼭 자녀가 학업에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자녀의 성격과 취향에 맞는 학원이 있을 수 있고, 똑같은 학원이라도 학생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 과연 어떤 학원에 다니면 성적이 떨어지고 어떤 학원에 다니면 성적이 오르는 것인가? 하는 것은 요즘 학부형들이 던지게 되는 매우 절실한 질문 중 하나다.

거기에 대해 답은 없지만 학교에 근무한 교육자로서의 경험과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본 경험이 있는 학부모의 경험을 통해서 그것에 대한 답변을 찾아보고자 한다.

너무 오랫동안 붙잡아 두는 학원은 좋지 못하다   

지난해 초 교육부는 영어교육을 1학년 때부터 실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 계획이 발표되고 나자 영어교육을 더 빨리 시작해야 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내가 입학과 동시에 딸아이를 영어 학원에 보내겠다고 했다. 반대를 했으나 아내의 입장이 강경해 딸아이는 영어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화,목 이틀간 학원을 보냈고 딸아이도 매우 즐겁게 공부하는 것 같았지만 이미 피아노 학원에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딸에게 화 목 두 시간씩 시간을 내는 일이 매우 어려웠다. 멀리에 있는 학원까지 버스를 타고 학원숙제를 시키노라면 하루의 시간이 빠듯했다.

수행해야 할 과제의 양이 너무 많아져서 그런지 딸아이는 어느새 학교의 과제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수행하지 못했고, 시험기간이 돼도 시험을 준비하지 못했으며, 일기쓰기는 늘 미루다가 아침에사 쓰곤 했다. 모든 일이 자발성이 없이 하나의 전쟁을 치르듯 이루어졌다. 그렇게 일년을 보냈다.


1학년 2학기 중간에 우리 부부는 딸아이가 영어학원에도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먼저 자기 스스로 준비물, 시간표 챙기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학원 오가느라고 분주하다 보니까  딸아이는 기본적인 자기 관리 능력을 기르지 못하고 정신없이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먼저 자기 관리 능력을 키우자는 생각으로 2학년 때는 영어학원을 보내지 않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영어는 꾸준히 집에서 지도하기로 했다.

피아노 학원과 몇 달 동안의 수학 방문학습만 했던 올해 딸아이는 스스로 와서 준비물을 챙기고, 없는 것이 있으면 내게 용돈을 요구할 정도로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스스로 자기 할 일을 챙기는 습관이 확실하게 잘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학교에 시험이 있으면 스스로 준비해서 다른 아이들도 다 받는 상이나마 척척 받아온다. 작년에 거의 모두가 받는 상도 받지 못하고 '내 상은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울먹이던 것과는 아주 딴 판이다.

학원에 보낼 때는 반드시 어린이가 학원에 다니면서 보내는 시간을 계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멀리까지 2시간 하는 학원에 보낸다면 이동하는 시간까지 합해서 하루 3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거기에다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 부모와 함께 하는 복습까지 생각하면 하루 4시간을 잡아먹는 셈이다.

여기에 초등학생 기준으로 영어학원과 수학학원 2군데를 보낸다고 생각해 보면 집 가까운 학원으로 보낸다고 하더라도 3시간을 더하면 7시간을 학원활동으로 보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 학생은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친구들도 사귈 수 없게 되고, 텔레비젼을 보며 사회를 공부하는 시간도, 독서를 하면서 자기의 관심분야를 넓히는 일도 할 수 없게 된다.

만약에 아주 인내심이 강하고 학원 다니기를 즐거워 하는 학생이라면, 그리고, 그 학생이 텔레비전을 보거나 독서하는 활동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학원이 그 학생에게는 어울리는 학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부모가 둘 다 밤까지 바쁘다고 해도 너무 많이 시간을 빼앗아 가는 학원은 결코 권장하고 싶지 않다.

과제가 많은 학원은 좋지 못하다

이 글을 전개해가는 기본 입장은 학생들에게는 학원을 몇 개를 다니건 간에 학교공부에 적응하기 위한 일정의 시간이 필요하고, 또한 그들에게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독서를 하고 문화생활, 취미, 특기활동을 전개해나가는 데에 필요한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과제를 무더기로 내주는 학원 역시 결코 좋은 학원이라고 볼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병원균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해내지 못한 채 이 약, 저 약 다 섞어서 처방을 내리는 의사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시대의 학생들은 모두 학교를 다니면서 학원을 다니고 있다. 그리고 거기다가 학원도 두 개 정도는 보통으로 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영어학원, 수학학원, 태권도학원, 음악학원, 미술학원, 또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컴퓨터 학원 등이 있다. 그런데 학원마다 숙제를 많이 내주면 아동에게는 엄청난 양의 과제부하가 걸리게 된다. 그러면 학생들은 학교에서 내주는 다양한 과제학습, 탐구학습 등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만약에 학원을 3군데 다닌다면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와 함께 4개의 숙제가 생성될 것이다. 그러면 이 모든 상황은 학생의 잠재력과 천재성을 모두 빼앗아가고 기계적으로 지식을 주입받는 멍청한 지식기계로 만들 뿐 아니라, 어느 것에도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없는 상황을 불러 오게 된다. 이러한 점은 학원을 담당하는 사설학원 강사님들이나 학부모님들도 잘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숙제를 내주지 않고서도 학원에서 모든 활동이 충분히 이뤄지도록 할 수도 있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양적 교육은 오히려 학력의 향상을 저해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숙제의 양은 절대 줄어들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 역시 휴식과 낭만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당연히 적절한 양의 숙제가 제시돼야 한다. 

학원 체질, 비학원 체질

우리 주위에는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서울대학교를 들어갔다는 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부모의 능력과 상관없이 선천적으로 훌륭한 두뇌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학생들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학생들의 경우에도 분명하게 학원을 다녀서 성적이 오르는 체질과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는 체질이 분명히 존재한다. 

시간관리를 잘 하고 성실하며 학습과제를 빨리빨리 처리하는 학생이라면 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될 수도 있다. 그런 학생은 학교의 체험과 학원의 체험이 서로 보완되어 좋은 학습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또 늘 집에서 빈둥거리며 놀기나 하는 학생이 있다면 학원에 가서라도 공부를 하게 되어 학원이 좋은 자극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학교에서 교사가 실력이 있고, 성실하게 가르치고 있다면 과제도 다 처리하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학교과제부터 잘 처리하도록 하는 게 상식적으로 옳은 순서이다.

학원공부만 열심히 하고 학교공부를 소홀히 하는 학생은 시험이 문제집에서만 출제되지 않는 이상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만약에 그 학교 교사가 시험문제를 학교에서 배운 것으로 출제를 하는 습관이 있다면 그 학생은 학교 시험문제를 망치게 될 것이다.(불행하게도 아직도 많은 대한민국의 선생님들은 자신이 가르친 문제를 출제하지 않고 문제집을 참고해서 시험문제를 내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자   

많이 주입을 해서 학생의 머릿속에 많이 들어간다면 이 세상에 가르치는 일만큼 쉬운 일이 없을 것이다. 많이 가르치고 잔뜩 숙제 내서 하게 하면 모든 일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습량과 과제가 너무 많아지면 학생은 어느 것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학생들을 부적응과 무능력감 속으로 빠뜨린다.   

학원은 이미 맞벌이 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불가력의 위탁장소가 되었다. 또한 학생들은 학원을 통해 자신에게 부족한 지적 부분을 보충하거나 자신의 특기적성을 개발해나갈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학원이 학생들의 개인 의지를 무시하고, 학생들에 불필요하게 과도함 짐을 부여하고 있다. 성적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부모들은 학생의 노력은 생각하지도 않고 결과에 매달림으로써 학생들을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들기도 한다. 

학원도 짧고 효율적인 교육, 과제를 남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학생들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 독서를 하거나 자기 자신의 취미와 특기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공부를 한다면 나는 2시간보다는 1시간 공부하는 학원에, 숙제를 많이 내주는 학원보다는 학원에서 모든 학습량을 다 소화시켜주는 학원에 나의 아이들을 보내고 싶다.
#사교육 #입시지옥 #낭만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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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공간에서 3자녀를 키우며 살아가면서 4차원적 사고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3차원 공간 속에서 4차원적인 문제발견력과 문제해결력으로 수학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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