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50)

― '사고의 자유', '사고의 한계' 다듬기

등록 2008.05.29 20:02수정 2008.05.2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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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사고의 자유

.. 전체주의는 이전의 어떠한 시대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고의 자유를 말살시키고 있다. 그런데 전체주의가 행하는 사고의 통제는 금지하는 측면뿐 아니라 강요하는 측면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코끼리를 쏘다>(조지 오웰/박경서 옮김, 실천문학사,2003) 106쪽


“이전(以前)의 어떠한 시대(時代)에서도”는 “지난 어느 때에도”나 “예전 어느 때에도”로 손봅니다. “그 유례(類例)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程度)로”는 “그 비슷한 보기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이나 “없었을 만큼”으로 다듬어 줍니다. ‘말살(抹殺)시키고’는 ‘짓밟고’나 ‘억누르고’나 ‘죽이고’로 손질합니다. ‘행(行)하는’은 ‘꾀하는’이나 ‘벌이는’이나 ‘밀어붙이는’으로 고치고, “금지(禁止)하는 측면(側面)뿐 아니라”는 “못하게 막을 뿐 아니라”로 고쳐 주고, “강요(强要)하는 측면도 있다는 사실(事實)을”은 “억지로 시키기도 함을”로 고쳐 봅니다.

 ┌ 사고(思考) : 생각하고 궁리함
 │   - 논리적 사고 / 진보적 사고 / 사고 능력 / 사고의 영역을 넓히다 /
 │     극단적인 사고를 배격하다 / 그런 근시안적인 사고는
 │
 ├ 사고의 자유
 │→ 생각하는 자유
 │→ 생각할 자유
 │→ 자유로운 생각
 │
 ├ 사고의 통제
 │→ 생각길 막기
 │→ 생각하는 틀 좁히기
 └ …

지금 우리 사회는 ‘전체주의’ 사회보다 훨씬 무섭다고 느낍니다. 지난날 제국주의자들이나 전체주의자들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생각하지 못하도록 막는 한편, 사람들 생각이 어느 테두리를 넘어가지 못하도록 가두어 놓았습니다. 오늘날 자본주의자나 세계화주의자나 경제으뜸주의자는 사람들이 자유로이 생각할 수 있도록 풀어놓은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아주 좁은 우물에 갇힌 채 마음껏 헤엄을 치라고 하는 셈입니다. 자유롭지 않은 구석에 몰아놓고는 자유롭게 풀어놓았다고 떠듭니다. 비좁은 우물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뚜껑까지 덮어씌우고는 재주껏 부지런히 힘써서 빠져나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비좁은 우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켜 게으르다고 손가락질을 합니다.

ㄴ. 사고의 자유 2

.. 또한 사고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가르칩니다 ..  <발견하는 즐거움>(리처드 파인만/승영조,김희봉 옮김, 승산,2001) 70쪽


“사고의 자유”라고 하면 이 ‘사고’가 무엇인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한자를 써야 한다느니 묶음표를 치고 한자를 넣어 주어야 한다든지 뇌까리게 됩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알아듣기 어렵거나 헷갈리는 한자말을 써 놓고 이렇게 뇌까리면 안 됩니다. 처음부터 알아듣기 쉬운 말, 헷갈리지 않을 말을 써야지요. 누구나 알아듣고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올바르고 좋은 말을 써야지요.

 ┌ 사고(思考) : 생각하고 궁리함
 │   - 사고의 영역을 넓히다
 │
 ├ 사고의 자유
 │→ 생각하는 자유
 │→ 자유로운 생각
 └ …


‘사고’건 ‘궁리’건 ‘사유’건 우리 말로 하자면 ‘생각’입니다. 이 ‘생각하는’ 문제를 헤아리고 따지면서 깊이를 살펴야 좋은데, 말장난하듯 ‘사고-궁리-사유-사색’ 따위가 어떻게 다른지 골머리 썩히는 일은 개인에게도 우리 말 문화로도 도움될 일이 없다고 느낍니다. 얄궂은 낱말에 매이거나 말풀이에 붙잡힌다면 자유롭고 너르게 바라보고 느낄 우리 삶과 일과 놀이로 나아가지 못하게 돼요.

“사고의 자유”란 무엇일까요? 남한테 매이지 않고 생각을 마음껏 하는 일일까요? 이 생각 저 생각 거리끼지 않고 생각하는 일일까요? “생각하는 자유”일까요? “자유로운 생각”일까요?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좀더 또렷이, 똑똑히, 차근차근 밝히면서 말하면 좋겠습니다.

ㄷ. 사고의 한계

.. 선생님이 아무리 노력하셔도 사고의 한계를 넘어서 있다 ..  <마음의 조국, 한국>(다카노 마사오/편집부 옮김, 범우사, 2002) 201쪽

‘노력(努力)하셔도’는 ‘애쓰셔도’나 ‘힘쓰셔도’로 손질합니다. ‘한계(限界)’는 그대로 두거나 ‘끝’으로 손질해 줍니다.

 ┌ 사고의 한계를 넘어서 있다
 │
 │→ 생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있다
 │→ 내 생각은 한계를 넘어서 있다
 │→ 내 머리는 한계를 넘어서 있다
 └ …

글꼴을 그대로 두고 싶으면, “선생님이 아무리 애쓰셔도 생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있다”로 다듬어 줍니다. 글뜻을 살리면서 글꼴을 조금 다듬어 주어도 괜찮다면, “선생님이 아무리 애쓰셔도 내 생각은 한계를 넘어서 있다”로 고쳐쓰거나, “선생님이 아무리 힘쓰셔도 내 힘은 여기가 끝이다”로 고쳐쓰거나, “선생님이 아무리 도와주셔도 나는 더 힘을 내지 못한다”로 고쳐써 봅니다. “내 생각은 여기까지이다”라든지 “내 생각은 더 뻗지 못한다”라든지 “내 생각은 더 자라지 못한다”로 다듬어도 괜찮습니다. “선생님이 아무리 애쓰셔도 나는 더 따라가지 못한다”로 고쳐 주어도 제법 어울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토씨 ‘-의’ #우리말 #우리 말 #-의 #사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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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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