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가와'에서는 매년 5월 말에서 6월 초순 경 '꽃창포' 축제가 열린다. 사진은 축제 홍보책자의 한 장면.
오마이뉴스 장재완
생활오수와 쓰레기가 넘쳐나던 도심 속 도랑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친수공간으로 바꾸어 내고, 그 곳에 창포를 심은 뒤 해마다 축제를 열어 지역경기에 보탬이 되도록 탈바꿈한 도시가 있어 도랑살리기 운동의 한 모델이 되고 있다.
일본 규슈섬 구마모토현 북부에 위치한 다마나시는 인구 7만2000명 정도의 소규모 농촌도시다.
이곳은 일본 에도시대 때 오사카와 도시마 등으로 쌀을 실어 나르는 큰 나루터가 있을 만큼 곡창지대의 끝자락에 놓여있다. 그 곡창지대 사이를 기쿠치강이 흐른다. 배들은 바다에서 이 강을 거슬러 올라와 쌀섬들을 실어 날랐다.
그러나 내륙으로 철도와 도로가 생기고, 더 이상 강을 이용한 쌀 나르기가 사라지자 번성했던 다마나는 쇠락하기 시작했다. 쇠락해가는 도시와 함께 기쿠치로 흘러들어가는 소규모 하천들도 썩어갔다. 생활오수와 축산폐수, 쓰레기들로 넘쳐났다.
생활오수와 쓰레기 넘치던 도랑을 친수공간으로 그러자 일본 정부에서는 이 곳을 메워 주차장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이를 알게 된 주민들이 일어섰다. 쌀 수송을 위한 나루터였던 다카세지역의 도랑 '우라가와'를 살려내고, 이를 중심으로 도심을 재개발해 보자는 취지였다.
즉, 선조들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전하면서도 도시를 새롭게 재건해 보자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청년회, 노인회, 상공회의소 등이 앞장을 서 '우라가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결성됐다.
이들은 기쿠치 강처럼 큰 강은 국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우라가와 같은 작은 도랑을 주민들이 관리해 보자는 취지를 살려 정부와 함께 아이디어를 연구해내면서 우라가와의 재탄생을 도왔다.
정부는 20년 동안 이곳에 10억엔(한화 약 120억원)을 쏟아 부으면서 '우라가와' 및 그 주변의 도심 재건을 도왔고, 주민들은 자원봉사를 하면서 힘을 보탰다.
시민들은 우라가와를 정비하면서 홍수에는 강하도록 돌로 벽을 쌓고, 바닥에는 만조시 밀려들어오는 바닷물에도 견디는 창포를 심었다. 그리고 그 사이를 시민들이 마음껏 지나다닐 수 있도록 나무데크를 놓았고, 버려져 있던 옛 돌들을 모아 예쁜 다리와 징검다리, 휴식공간 등을 만들었다.
또한 정부는 더 이상 이곳에 더러운 생활오수나 폐수 등이 흘러들어 가지 않도록 하수시설을 만들었고, 시민들은 정기적으로 나와 청소를 했다. 지난 해부터는 수질보호를 위해 미생물(EM)을 넣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