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 없는 2%, 여기 있었네

[오마이뉴스·(사)물포럼코리아 공동기획] ① 일본 다마나시 도랑을 찾아가다

등록 2008.10.14 13:31수정 2008.10.1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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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실핏줄로 불리는 도랑을 살리기 위해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한 (사)물포럼코리아에서는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3박 4일 동안 일본 구마모토 현 일대의 물 관리 및 하천관리 실태, 도랑복원 사례 등을 돌아봤다. <오마이뉴스>가 여기에 동행 취재해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말]
a  생활하수로 썩어가던 도랑을 주민들이 살려내어 해마다 축제를 여는 공간으로 탈바꿈 시킨 일본 구마모토현 다마나시의 '우라가와'.

생활하수로 썩어가던 도랑을 주민들이 살려내어 해마다 축제를 여는 공간으로 탈바꿈 시킨 일본 구마모토현 다마나시의 '우라가와'. ⓒ 오마이뉴스 장재완


a  '우라가와'에서는 매년 5월 말에서 6월 초순 경 '꽃창포' 축제가 열린다. 사진은 축제 홍보책자의 한 장면.

'우라가와'에서는 매년 5월 말에서 6월 초순 경 '꽃창포' 축제가 열린다. 사진은 축제 홍보책자의 한 장면. ⓒ 오마이뉴스 장재완


생활오수와 쓰레기가 넘쳐나던 도심 속 도랑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친수공간으로 바꾸어 내고, 그 곳에 창포를 심은 뒤 해마다 축제를 열어 지역경기에 보탬이 되도록 탈바꿈한 도시가 있어 도랑살리기 운동의 한 모델이 되고 있다.

일본 규슈섬 구마모토현 북부에 위치한 다마나시는 인구 7만2000명 정도의 소규모 농촌도시다.

이곳은 일본 에도시대 때 오사카와 도시마 등으로 쌀을 실어 나르는 큰 나루터가 있을 만큼 곡창지대의 끝자락에 놓여있다. 그 곡창지대 사이를 기쿠치강이 흐른다. 배들은 바다에서 이 강을 거슬러 올라와 쌀섬들을 실어 날랐다.

그러나 내륙으로 철도와 도로가 생기고, 더 이상 강을 이용한 쌀 나르기가 사라지자 번성했던 다마나는 쇠락하기 시작했다. 쇠락해가는 도시와 함께 기쿠치로 흘러들어가는 소규모 하천들도 썩어갔다. 생활오수와 축산폐수, 쓰레기들로 넘쳐났다.

생활오수와 쓰레기 넘치던 도랑을 친수공간으로

그러자 일본 정부에서는 이 곳을 메워 주차장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이를 알게 된 주민들이 일어섰다. 쌀 수송을 위한 나루터였던 다카세지역의 도랑 '우라가와'를 살려내고, 이를 중심으로 도심을 재개발해 보자는 취지였다.

즉, 선조들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전하면서도 도시를 새롭게 재건해 보자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청년회, 노인회, 상공회의소 등이 앞장을 서 '우라가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결성됐다.


이들은 기쿠치 강처럼 큰 강은 국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우라가와 같은 작은 도랑을 주민들이 관리해 보자는 취지를 살려 정부와 함께 아이디어를 연구해내면서 우라가와의 재탄생을 도왔다.

정부는 20년 동안 이곳에 10억엔(한화 약 120억원)을 쏟아 부으면서 '우라가와' 및 그 주변의 도심 재건을 도왔고, 주민들은 자원봉사를 하면서 힘을 보탰다.


시민들은 우라가와를 정비하면서 홍수에는 강하도록 돌로 벽을 쌓고, 바닥에는 만조시 밀려들어오는 바닷물에도 견디는 창포를 심었다. 그리고 그 사이를 시민들이 마음껏 지나다닐 수 있도록 나무데크를 놓았고, 버려져 있던 옛 돌들을 모아 예쁜 다리와 징검다리, 휴식공간 등을 만들었다.

또한 정부는 더 이상 이곳에 더러운 생활오수나 폐수 등이 흘러들어 가지 않도록 하수시설을 만들었고, 시민들은 정기적으로 나와 청소를 했다. 지난 해부터는 수질보호를 위해 미생물(EM)을 넣어 주고 있다.

a  왼쪽은 오염되어 방치되던 '우라가와' 사진, 오른쪽은 주민들의 노력으로 새롭게 살아난 '우라가와'의 현재 모습.

왼쪽은 오염되어 방치되던 '우라가와' 사진, 오른쪽은 주민들의 노력으로 새롭게 살아난 '우라가와'의 현재 모습. ⓒ 오마이뉴스 장재완


a  '우라가와'의 데크를 걸으며, 수생식물이 '꽃창포'의 식재 상황을 살펴보고 있는 '한국 도랑살리기 방문단'

'우라가와'의 데크를 걸으며, 수생식물이 '꽃창포'의 식재 상황을 살펴보고 있는 '한국 도랑살리기 방문단' ⓒ 오마이뉴스 장재완


그러한 노력으로 우라가와는 더 이상 버려진 도랑이 아닌, 다마나 시민들의 멋진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뿐만 아니라 매년 5월 말에서 6월 초순이 되면 '꽃창포' 축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1㎞가 넘는 꽃창포 도랑길을 걸으면서 추억을 만드는 이 축제에는 해마다 20만 명이 찾을 정도의 명물이 됐다. 당연히 지역경기에도 도움이 됐고, 그러면서 옛 선조들이 남겨놓은 에도시대의 쌀 창고는 관광객을 위한 전시공간으로, 선조들이 쌀을 굴리기 위해서 깔아놓았던 돌들은 푸른 잔디와 꽃창포 사이를 지나는 멋진 돌길을 만들어 줬다.

이렇게 바뀐 다마나시 우라가와는 도심 속 썩어가는 도랑을 어떻게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도랑살리기의 한 모델이 됐다.

"보여주기식 복원보다는 시민 직접 참여가 의미"

a  '우라가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한 회원이 주민들의 노력으로 다시 태어난 '우라가와'의 복원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우라가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한 회원이 주민들의 노력으로 다시 태어난 '우라가와'의 복원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a  주민들의 노력으로 다시 살아난 '우라가와'의 상류지역 모습.

주민들의 노력으로 다시 살아난 '우라가와'의 상류지역 모습. ⓒ 오마이뉴스 장재완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홍수에 대비하면서도 폭이 좁다는 도심 속 도랑의 특성을 고려하다 보니 하천의 양쪽에 벽을 쌓아야만 했다. 생태적인 측면이 다소 간과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우라가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르와다이 회장은 "우라가와 살리기를 통해 지역주민들은 물과 하천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사람이 어떻게 물과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가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현장을 둘러 본 (사)하천사랑운동 김재승 대표는 "우라가와의 사례는 도랑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는 한국에 큰 의미를 주고 있다, 친환경 생태하천이라는 보여주기식 복원보다는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하여 하천을 시민들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려 하는 모습은 우리가 본 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랑살리기 #구마모토 #우라가와 #물포럼코리아 #다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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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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