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위기의 대안은 미네르바 신드롬"

한국경제정책연구회 창립 심포지엄에서 진보적 경제학자들 "집단지성 중요"

등록 2008.11.27 22:30수정 2008.11.2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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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7일 오후 서울 을지로 은행회관 세미나실에서 '위기의 한국경제 : 정책대응과 구조개혁'이라는 이름의 한국경제정책연구회 창립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을지로 은행회관 세미나실에서 '위기의 한국경제 : 정책대응과 구조개혁'이라는 이름의 한국경제정책연구회 창립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 선대식


"대안은 미네르바 신드롬!"

누리꾼들의 주장이 아니다. '먹물'들의 통렬한 반성이다.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제학부 교수는 "먹물들이 운영하는 정책결정 구조는 10년 전에 실패했고, 지금도 실패하고 있다"며 "미네르바로 상징되는 집단(다중)지성을 정책결정 구조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권 교수만의 독특한 의견이 아니다. 이러한 주장은 27일 오후 한국경제정책연구회의 창립 심포지엄에서도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주요한 정책 대안 중에 하나로 제기됐다. 이 연구회는 진보적 경제학자들이 대안적 경제정책을 내놓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위기의 한국경제 : 정책대응과 구조개혁'이라는 제목의 이날 심포지엄에서 '미네르바'라는 대안을 도출하기까지 4시간 동안 경제 위기의 심각성과 이명박 정부의 대응능력 부족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위기의 근본 원인은 우리 사회의 정책결정 구조"

학자들의 위기 진단에 앞서, 현직 증권사 전무가 인식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심각한 위기감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다. 조홍래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전무는 정책당국자와 시장참여자가 나쁜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황이 실제로 나쁜 쪽으로 흘러가면, 시장참여자들은 기겁하고, 정책당국자들은 허둥지둥한다"며 "이는 우리가 지난 5~6개월 목격했던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실제 위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전무는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해있는 외화리스크, 은행의 자산건전성, 일반 가구의 현금흐름 악화, 대외 여건 악화 등 4가지 리스크를 언급하며 "IMF가 조용히 달러를 공급하겠다고 했을 때 조용히 받거나 거절하면 되는데, 그렇지 못해 시장참여자들의 불안만 조성했다"고 밝혔다.

경제학자들 역시 이명박 정부의 어설픈 위기 대응 능력이 위기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는 철학 없이 시장 만능주의와 관치라는 두 개의 상반된 정책을 모두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목숨을 던질 자세로 일하겠다'고 했다"면서 "굉장히 무서운 생각이다, 대운하, 종부세 완화 등 인기 없는 정책을 목숨 내걸고 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재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전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강만수 장관을 바꾼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위기의 원인은 이명박 정부에만 있는 게 아니다"며 "큰 그림이 잘못돼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정책결정 구조에 큰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이 '노무현 정권이 잘못해서 이명박 정권을 뽑으면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파출소 피하려다 경찰서를 만난 꼴"이라며 "여기서 잘못하면 경찰서를 피하려다 국정원을 만날 수 있다,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네르바 신드롬과 같은 집단 지성 이용해야"

유종일 교수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는 미네르바 신드롬을 언급했다.

"미네르바 신드롬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 국민들은 경제현상이나 정책을 이해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인터넷 공간은 경제정책 결정 구조의 민주화와 경제정책 담론의 진화를 위해 중요하다. 정책 형성과정에서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는 "(지난 1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연구기관장들의 좌담회에서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을 제외하곤 모두 '7%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다"며 "한민족 5000년의 대표적인 곡학아세였다, 이들은 위기가 오는지 잘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권영준 교수는 "(오픈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엔 왜곡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쳐다보고 있기 때문에 바로 수정된다"며 "위키피디아나 '미네르바 (신드롬)'에서 보이는 집단지성이 경제정책 결정 구조에서 활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우리 사회에서 누리꾼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먹물들이 운영하는 정책결정 구조가 10년 전에 실패했고, 지금도 실패하고 있다, 한국 경제 위기의 정책적 해결책 중의 하나는 누리꾼들의 다중지성을 먹물들이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역시 "집단 지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진보든 보수든 모든 이의 참여의식을 높이고 양심적인 토론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네르바 #한국경제정책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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