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에 찬밥 한 덩이 미련 없이 던져 넣는 어머니
지금 오랜 실직에 지친 '백수'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반 실직이나 다름없는 '반백수'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은 너무나 힘겹고 서글프기 짝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쫄쫄 굶고 앉아 있을 수도 없습니다. 이들은 달랑거리는 돈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퉁퉁 불어터진 라면을 먹으면서도 취직이란 끈을 절대 놓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왕따' 당한 백수와 반백수들은 아무리 힘겨워도 "찌그러진 양은냄비 속에서 꼬들꼬들 익어가는 라면에 찬밥 한 덩이 미련 없이 던져 넣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삶에 대한 의지를 활활 불태웁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어려울 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라면과 찬밥 한 덩이로 가르쳐 주시는 어머니가 곁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라면이 찬밥과 함께 "푹푹 개죽처럼 끓어"도, "가난이 쟁반 위"로 올라도, "우리들의 그 절제된 여인"인 어머니가 "오목한 국자로 침묵"을 퍼 올리는 것을 바라보며 새로운 희망을 꿈꿉니다. 어쨌든 이 모진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취직을 할 수 있고, 어머니와 가족들 고생길도 끝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경북 포항에서 살고 있는 권선희(43) 시인은 '라면'이라는 시에서 찬밥 한 덩이와 함께 푹푹 끓다가 칼국수 가락처럼 불어 터진 라면을 바라보며 어머니 모진 삶을 떠올립니다. 어머니께서 살아온 삶은 꼭 두 글자 '살자'였다는 것입니다. 시인은 '살자'라는 두 글씨처럼 퉁퉁 불어터진 라면을 "주둥이를 내밀고 당겨 앉아" 먹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백수와 반백수들은 "도대체 얼만큼 (더 열심히) 살아야 제대로 된 라면을 먹을 수 있을까"요. 이들이 주어진 직장에 다니며 스스로 능력을 맘껏 뽐내고, 그에 대한 임금을 맘껏 받을 수 있는 그런 날은 언제쯤 올까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서로 기대며 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세상이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닐까요.
'살자', 두 글자 라면 면발로 불어터지는 연말연시, 백수와 반백수여!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백수이자 반백수입니다. 저도 쌀이 떨어져 갈 때면 라면을 끓여 찬 밥 한 덩이 말아먹으며 반듯한 직장에 다니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다 함께 추운 마음과 추운 마음을 서로 부대끼며 백수와 반백수가 없는 세상, 양극화가 없는 그런 세상을 위해 '2009 취업 촛불' 하나 밝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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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2 15:1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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