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81) 경제적

― ‘경제적 기적’, ‘경제적으로 넉넉’, ‘경제적 문제’, ‘경제적 지원’ 다듬기

등록 2009.03.24 21:19수정 2009.03.2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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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경제적 기적

 

.. 지금은 경제적 기적을 일으킨 시기인지라 .. <캐테 콜비츠>(운디네, 2004) 107쪽

 

..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 <나무가 되고 싶은 화가 박수근>(나무숲, 2000) 44쪽

 

'시기(時期)'는 그대로 둘 수 있습니다만, '때'로 다듬어 주면 한결 낫습니다.

 

 ┌ 경제적 기적을 일으킨

 │→ 경제 기적을 일으킨

 │→ 모두들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

 ├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 살림이 넉넉하지는

 │→ 돈이 넉넉하지는

 └ …

 

생각해 보면, 우리 나라 살림살이를 놓고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지만, "경제적 기적"이라고도 합니다. 경제로 일으키는 기적이 무엇인가 싶어 살며시 궁금한데요, 잘살게 되었기에 경제로 일으킨 기적인지, 못사는 사람과 푸대접받는 사람과 따돌림받는 사람과 외로운 사람이 있어도 국민소득 숫자가 올라가서 경제로 일으킨 기적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보기글에서 말하는 "경제적 기적"이란 무엇일까요. "잘사는" 일을 가리키는 듯하지는 않습니다. "모두가 넉넉하게 살아가는" 일을 가리키는 듯하지도 않습니다. "너나 없이 느긋하게 살림을 꾸리는" 모습을 가리킬까요? 아무래도, "돈이 넘쳐나게 된" 일을 가리키는구나 싶습니다. "돈만 많이 벌어들인" 일을 이야기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두 번째 보기글에 나오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모습이란, "쓸 수 있는 돈이 많다"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한 마디로 "살림이 넉넉하다"고 하는 셈이며, "돈이 넉넉하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ㄴ. 경제적인 문제

 

.. "여보, 경제적인 문제는 어떻게 하죠?" 엄마가 걱정스레 물었다. 교통비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 <우리 가족 시골로 간다>(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 양철북, 2004) 93쪽

 

'교통비(交通費)'는 그대로 두어도 되고, '찻삯'이나 '버스삯'이나 '전철삯'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 경제적인 문제는 어떻게 하죠?

 │

 │→ 돈 문제는 어떻게 하죠?

 │→ 돈 걱정은 어쩌지요?

 │→ 교통비는 어떻게 하죠?

 │→ 찻삯은 어떻게 하죠?

 └ …

 

돈이 적거나 살림이 쪼들린다고 할 때 으레 "돈이 적다"거나 "돈이 없다"거나 "살림이 어렵다"거나 "살림이 쪼들린다"고 하지만, "경제적으로 힘들다"고도 으레 이야기하게 됩니다. 돈을 다루는 일에서 '돈'이라는 낱말을 거의 안 쓰고, 나라살림을 맡는 자리에서도 '경제 부처'만 있기 때문입니다.

 

신문이며 잡지며 방송이며 인터넷이며 책이며, 모두들 '경제' 타령입니다. '경제' 전문가가 있고, '경제' 다루는 기자가 있으며, '경제'가 잘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여보, 우리는 돈이 얼마 없는데 어쩌지요?

 ├ 여보, 우리 살림은 가난한데 어쩌지요?

 ├ 여보, 우리 주머니로는 힘든데 어쩌지요?

 ├ 여보, 우리 형편으로는 어려운데 어쩌지요?

 └ …

 

돈 아니면 못 사는 세상입니다만, 그렇다고 하여도 '돈'이 아닌 '경제'를 말합니다. 돈 없으면 사람 대접을 못 받는 판이지만, 이렇다고 하여도 '돈'이 아닌 '경제'를 이야기합니다.

 

말이 말다이 자리잡지 못하고, 삶이 삶다이 꾸려지는 일이 드물게 됩니다. 사람이 사람다이 살아가지 못하고, 세상이 세상다이 흘러가지 못합니다. 이러는 가운데 우리 생각은, 우리 넋은, 우리 매무새는, 우리 슬기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ㄷ. 경제적 지원이 있은

 

..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또 경제적 지원이 있은 것도 아니다 .. <곤충을 벗삼아 한 평생>(신유항교수 정년퇴임 기념 문집 간행위원회, 1996) 109쪽

 

"시킨 것도 아니고"는 "시킨 일도 아니고"나 "시키지도 않았고"로 다듬으면 어떨까 싶군요. "지원(支援)이 있은 것도 아니다"는 "도움도 있지 않았다"나 "도와준 적도 없었다"로 다듬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 경제적 지원이 있은 것도 아니다

 │

 │→ 돈이 많지도 않았다

 │→ 돈이 넉넉하지도 않았다

 │→ 돈으로 한 일도 아니다

 │→ 돈을 받은 적도 없다

 │→ 돈을 대준 사람도 없다

 └ …

 

돈이 많은 사람이 우리를 도와주어 무슨 일을 걱정없이 하도록 마음써 주기도 합니다. 부모가 돈이 넉넉해서 딸아들이 자기 꿈을 근심없이 펼치도록 마음써 주기도 합니다. 살림을 보태 주는 사람은 제 식구이기도 하지만 낯선 사람이기도 합니다. 누구이든 우리한테 '돈으로 도와(경제적 지원)' 줍니다.

 

 ┌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또 돈이 넉넉히 있지도 않았다

 ├ 누가 시키지도 않았으며, 또 돈을 보태 주는 사람이 있지도 않았다

 ├ 누구 시키는 사람도 없었고, 또 돈을 대어 주는 사람도 없었다

 └ …

 

생각해 보면, 돈이 있다고 하여 올바르거나 아름다운 길을 걷지는 않습니다. 돈이 없다고 하여 나쁜 길로 빠지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가난한 살림에도 착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넉넉한 살림에도 비뚤어지고 괴롭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살림이 빠듯하면서 이웃을 기꺼이 돕는 사람이 많습니다. 살림이 넘쳐나면서 이웃돕기에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래도록 배우고 많은 책을 읽고 지식이 넘쳐나다 못해 툭툭 터져나오고 있음에도, 누구나 넉넉히 읽고 즐길 수 있는 글을 못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거의 배우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글쓰는 재주가 없다고 하는 판이지만, 누구나 손쉽게 읽고 즐겁게 나눌 글을 쓰는 사람도 퍽 있습니다.

 

있어도 있지 않은 셈이고, 없어도 없지 않은 셈이라고 할까요. 있으나 있음을 즐기며 나누지 못하고, 없어도 없는 가운데 넉넉히 즐기거나 나누는 셈이라고 할까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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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4 21:19ⓒ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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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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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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