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느끼는 학교와 학부모의 괴리감

교육이상을 추구해야 하나? 출세와 성공을 도와야 하나?

등록 2009.05.16 14:54수정 2009.05.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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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풍경 스케치

 

1. 달라진 스승의 날 풍경

 

  날짜를 옮기자, 아예 없애자, 라는 논란도 많았지만 어김없이 또 스승의 날은 찾아왔다. 해마다 찾아오는 스승의 날이지만 스승의 날도 날이 갈수록 많이 변해 가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올해 학교 관리자들은 학부모가 주는 촌지나 선물을 받지 말라고 한 달 전부터 교사들에게 당부하고 또 당부하였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학교촌지에 대한 국민의식실태조사(3월4일~8일)' 결과 18.6 %가 아직도 촌지를 준 경험이 있다는 결과가 나타나 몇 달 전부터 암행감사반이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암행 감사반은 선물을 들고 오는 학부모의 뒤를 쫓아가 현장에서 적발을 하기도 하고, 혹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트렁크에 싣는 순간 내용을 조사하기도 한다는 소문이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스승의 날이 가까운 날에는 거의 지역교육청, 시교육청 합해서 3개의 감사반이 돌고 있다는 소문을 접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승의 날 선물을 가져오는 학부모는 담임교사가 궁지에 몰리도록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선물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올해는 촌지근절 편지라는 것을 보내는 교사들이 많이 눈에 띄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혹시 그래도 선물을 갖다 주는 학부모가 있고, 그것을 돌려보내지 못하는 교사가 있기도 하겠지만 스승의 날의 풍경은 많이 바뀐 것 같은 모습이다. 아마도 스승의 날 마음이 가장 뿌듯한 사람은 찾아오는 제자가 많은 사람이고, 스승의 날이 쓸쓸한 사람은 찾아오는 제자가 없는 사람일 것이다.

 

  어떤 사람은 2∼3년이 되어도 제자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찾아오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불과 1년 제자들만 찾아오기도 하고, 더러는 그나마 찾아오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6학년 담임을 자주 찾아가는데, 만약에 4,5학년 담임을 찾아가는 경우라면 굉장히 열심히 가르쳤거나 남다른 애정을 준 제자라고 볼 수가 있다.

 

  많은 편지를 받은 사람은 즐겁고, 편지는 커녕 꽃 한송이도 받지 못한 교사는 왜? 라는 퀘스천 마크를 찍으면서 약간 우울해 지기도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자신을 위로하기도 하고, 혹은 자신의 잘못된 점을 반성해 보기도 한다. 최소한 많은 아동이 여러해가 지나도 잊지 않고 찾아온다는 것은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맺었고, 좋은 인상을 주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이 무엇인가? 교사와 학생 사이였다고 모두가 스승인가? 스승이라는 말은 원래 아무렇게나 남발되어 사용되던 말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 감동과 감화를 주어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 진정한 정신적인 지도자, 마음속에서 감사가 우러나는 사람, 이런 큰 만남을 지칭하던 말이었다. 그 스승이란 말이 사랑이라는 말처럼 보편화되어 사용된 것은 28년 전 스승의 날이 생긴 이후부터가 아닌가 한다.

 

2. 스승의 날 스승답지 못한 스승 괴롭히기

 

  언제부턴가 교사들 사이에는 '교사들을 괴롭히기 위한 스승의 날'이라는 표현이 유행이다. 아직도 스승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교사들이 많아 스승의 날에 걸맞게 교사들을 분발시키기 위해 오히려 교사들을 자극하는 말들이 스승의 날을 중심으로 난무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하긴 '진정한 스승'이 되자면 그 길을 매우 멀고도 험난할 것이다. 성품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고, 때로는 뼈를 깎는 고통을 겪고, 하루에도 몇 번씩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버리고 헌신하며, 그러면서도 어린이들에게 카리스마를 갖춘 부드러운 인격자가 되는 비결도 또한 터득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 교사들의 폭력은 많이 줄었지만 이제 항상 친절하고 미소만 지을 것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촌지와 폭력이 감소한 상황에서 이번 스승의 날은 언론의 스승 괴롭히기 행동 또한 많이 감소하였다. 그러나 이제 촌지와 선물이 사라진 스승의 날에 우리 사회는 교사들에게 또 다른 것을 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그것은 바로 공교육이 입시와 성공이라는 학부모의 사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 헌신해 달라고 하는 요구인 것 같다.

 

  교육청 평가와 학교평가가 강화되면서 잡무는 잡무대로 주면서, 거기다가 사교육의 감소를 위한 공교육 강화 정책에 발맞추느라고 교사들은 혹사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교사들 입장에서는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거냐?'라는 볼멘 소리가 먼저 터져 나올만도 하다.

 

  그러나 공교육이 입시위주의 교육을 척결대상으로 삼고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을 구호로 외치는 동안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는 너무나 큰 갭이 생겨났고, 마침내 시야가 좁은 일부 학부모 사이에는 '공교육 무용론'까지 등장하는 상황이고 보면 '입시'와 '성공'을 요구하는 학부모의 욕구를 전혀 등한시 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따지고 보면 열심히 헌신하면서도 그 목표점이 학부모와 다름으로 인해서 좋은 교사로 평가받지 못하는 수많은 교사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상황을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범대와 교육대학에서 교사들은 인간의 역사가 추구해온 민주주의와 이상을 교육 속에서 추구하도록 교육 받는다. 학부모 개개인의 사적인 욕구달성을 위해 종사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그 후에 교사가 선택하는 개인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이렇게 이상을 추구하는 교사들에게 그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사적인 출세욕구를 위해 헌신하라고 말하는 것 역시 몰상식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3. 진로교육은 강화하지만 입시전형을 잘 모르는 공교육

 

  공교롭게도 5월 3주는 서울시 교육청이 정한 '진로체험주간'이었다. 그래서 서울시 각 학교들은 진로주간 운영계획을 세우고, '진로찾기 대회'를 열도록 공문지침을 받았고, 작년에 이어 각 학교에서 다양한 진로행사가 벌어졌다.

 

  이와 같이 원론적인 '진로교육' 행사가 현장에서 벌어지지만 진로교육에 관심이 많은 교사라고 하여도 아동의 원하는 직업으로 꿈을 키워나가기 위해 어떤 코스를 밟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얼마 전에 결혼식장에서 외사촌을 만났다. 그는 아들이 고3이 되었는데 미술에 자질이 많아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데, 미술 쪽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나중에 고등학교 미술교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천경자가 한 때 중학교 교사였던 사실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어떻게 고등학교 교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었다. 우연히 며칠 전 딸이 미대를 졸업했지만 소질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해 교육대학원을 나와 다시 임용고시를 봐서 중학교 미술교사가 되었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서야 겨우 그러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들을 교사들은 오로지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해서 알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학부모보다 이러한 경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게 될 위험성도 없지 않다. 이런 다양한 직업의 경로는 차지하고라도 고등학교 진학담당교사가 대학입학전형에 대해서 잘 몰라서 서울대에 수시로 진학할 수 있는 학생이 그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공교육 교사들이 이와 같이 입시전형에 무지한 것은 수업과중, 잡무 등에 그 원인이 있지만 공교육 교사는 숫자가 정해진 성공으로의 입문을 돕는 일 보다 교육이상을 실현하는 게 주된 업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이상을 실현하더라도 최소한 학부모들에게 필요로 한 입시전형 혹은 학생의 진로문제에 대해서 교사들은 기본적으로 충분한  지식을 획득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교육 기관 역시 전형과 다양한 진로과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수업은 하지 않고 전형만 연구하는 교사를 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교육청 차원에서 '전담연구원'을 조직하여 연구하고 현장교사들에게 연수를 하도록 해주는 부서가 필요하다. 더불어 사교육기관이 비밀리에 가지고 있는 '입시전략'과 '노하우'들이 공교육 기관에서도 충분히 홍보가 되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공교육 교사는 절대 사교육교사처럼 교육을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야 공교육이 학부모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공교육은 학부모로부터 괴리당하지 않은 채 공교육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제 단순히 교육과정 정상화만이 전부가 아니다. 얼마나 인성교육을 제대로 시켰는가, 특기적성 교육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시하고 있는가? 도덕교육을 얼마나 제대로 시키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 보아야 한다. 스승의 날 스스로에게 해보는 생각이다.

2009.05.16 14:54ⓒ 2009 OhmyNews
#스승의날 #공교육강화 #입시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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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공간에서 3자녀를 키우며 살아가면서 4차원적 사고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3차원 공간 속에서 4차원적인 문제발견력과 문제해결력으로 수학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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