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민중 주체의 시대다. 4.19와 6월 민중항쟁을 보라. 민중이 아니면 나라를 바로잡을 주체가 없다. 제2의 6월 민중항쟁으로 살인마 리명박을 내치자"

범민련 초대 의장을 지낸 강희남(89) 난산교회 명예목사가 자결하면서 남긴 네 문장으로 쓴 유서이다. 짧은 네 문장에 쓴 내용이지만 현 시국을 이토록 잘 드러낸 글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살갗이 파르르 떨렸다.

생전에 강희남 목사를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다. 또 그가 범민련 초대 의장을 지냈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알았다. 장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목사가 자진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머리가 복잡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지만 강희남 목사가 택한 죽음의 방법은 받아 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그들이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대한민국 현 상황을 안 다면 죽음의 방법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목사가 장로 대통령을 '살인마'라면서 '내치라'고 했다. 이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목사가 장로 대통령을 향해 살인마라고 외칠 정도라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조종에 가깝다는 뜻이다.

목사가 자결하면서 장로에게 살인마라고 외치면서 내치라고 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을 정죄한 것이 아니라 심장에서 나오는 참된 사랑의 외침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이런 말을 할 수 없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외면해 버린다. 그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강희남 목사 자결을 보면서 지난 4일 청와대에서 7대 종단 대표들이 이 대통령에게 했다는 말들이 떠오른다. 어느 종단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에 대해 "이번 서거 정국에서 일부 방송의 보도는 문제가 있으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종교 대표자는 대통령이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직언을 해야 한다. 이유는 종교 지도자는 진실을 말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진실을 외면한 종교 지도자는 자격이 없는 자이다. 진실을 보도한 방송을 탓하지 말고, 진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던 방송과 일부 신문을 탓하는 것이 종교 지도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말 아닌가?

또 다른 종교 지도자는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과거 선인들은 항상 나라와 시대 걱정을 함께 했고, 이것이 바로 '선우후락(先憂後樂)'"이라면서 "지식인들의 상징인 대학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면서 북한의 세습이나 핵실험은 왜 언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학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해야 할 정도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훼손되었다. 그렇다면 시국선언을 하는 대학교수들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자기들 앞에 앉은 이 대통령에게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라고 직언해야 한다. 청와대에 들어간 이유가 대통령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일이라면 애초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종교 지도자는 생명을 내놓고 진실을 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목사까지 자결해야 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죽음의 방법을 탓하지 말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이명박 정권을 향하여 비판할 책임이 종교 지도자들에게 있음을 강희남 목사 죽음은 보여주고 있다. 민주주의여! 다시 일어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