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경찰이 시민 귀가 시간까지 단속하나

따뜻한 가슴으로 국민의 손과 발이 되겠다더니....

등록 2009.06.12 15:22수정 2009.06.1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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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제 22주기 6.10 민주화 항쟁' 기념식을 치른 서울 광장에서 있었던 경찰의 무차별 폭력 상황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서 처음엔 내 눈을 의심했다. 시민들이 전경들에게 밀려 인도로 달려가는 중이었는데 방패로 뒷덜미를 내리쳐 짐승처럼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전쟁터도 아니고 평화롭게 집회를 마친 열린 광장에서 경찰이 휘두르는 폭력이라 믿기 어려웠던 것이다.


6월 10일 서울광장 모임이 어떤 모임이던가? 독재 정권의 하수인들에게 무자비하게 물고문을 받아 무고하게 생명을 잃은 박종철 열사와 최루탄을 머리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가 흘린 피 값으로 민주화를 앞당긴 6.10 민주화 항쟁 22주기를 기념하는 기념식이었다. 시민들은 기념식을 끝내고  흥분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흩어진 신문지 조각까지 치우고 조용히 해산을 했다. 설령 일부 시민들이 밤늦도록 광장에 남아 있었다고 해도 광장은 열린 공간이며 차량이 다니는 곳도 아니지 않는가? 통행금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택가에서 고성방가를 불러 수면을 방해한 것도 아닌데 전투경찰을 투입해 시민들의 귀가 시간까지 단속을 해야 할 의무라도 있다는 것일까?

a 도로에 세워 놓은 경찰차 "따뜻한 가슴으로 국민의 손과 발이 되겠습니다"라는 문구와 경찰의 모습이 커다랗게 붙어 있다.

도로에 세워 놓은 경찰차 "따뜻한 가슴으로 국민의 손과 발이 되겠습니다"라는 문구와 경찰의 모습이 커다랗게 붙어 있다. ⓒ 이명옥


"따뜻한 가슴으로 국민의 손과 발이 되겠습니다."

주말이면 예외 없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부딪치게 되는 것이 무장한 전투경찰들과 전경차이다. 전투경찰차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따뜻한 가슴으로 국민의 손과 발이 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커다란 사진이 붙어있다. 사진속의 경찰은  정말 따뜻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문구와 사진을 보며 정말 경찰이 '국민의 손과 발'이 되는 세상이라면 길에서 무장 경찰과 전경차를 보지 않아도 될텐데, 라는 생각을 했었다.

a 전경차와 방패 시민들은 전경차만 봐도 위화감을 느낀다.

전경차와 방패 시민들은 전경차만 봐도 위화감을 느낀다. ⓒ 이명옥


불행하게도 아직까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사진 속처럼 따뜻한 미소와 따뜻한 가슴으로 국민의 손과 발 노릇을 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저 경찰에 밀려 맨몸으로 인도로 뛰어가는 무고한 시민의 뒤통수와 목을 방패로 내리찍고, 여대생을 무지막지하게 군홧발로 짓밟는 가슴 아픈 모습만을 보았다. 힘없는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찍어 넘기는 것, 촛불을 들었다고 어린 아들을 무등 태운 젊은 아빠의 귀가 길을 막는 것, 그것이 "따뜻한 가슴으로 국민의 손과 발이 되겠다"는 경찰들의 모습이라니 정말 길을 나서기가 두렵고 떨릴 지경이다.

a 경찰의 방패와  시민의 촛불 경찰의 방패와 마주한 것은 무장한 손이 아니라 평화의 촛불을 든 손이다.

경찰의 방패와 시민의 촛불 경찰의 방패와 마주한 것은 무장한 손이 아니라 평화의 촛불을 든 손이다. ⓒ 이명옥


감히 지금의 경찰들에게 '따뜻한 가슴이나 국민의 손과 발'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경찰을 봐도 목례 정도는 건네며  평화롭게 길과 광장을  다닐 수 있는 사회를 바랄 뿐이다. 지금처럼  경찰이 아무데서나 무자비한 폭력을 마구 휘두르는 사회라면 시민들은 경찰만 보이면 혹시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길을 걸어 다녀야 할 것이기에.
#경찰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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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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