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알수록 수수께끼 같은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들

[서평]<중앙아시아, 마지막 남은 옴파로스>

등록 2009.06.16 14:52수정 2009.06.16 14:52
0
원고료로 응원
평생 한번쯤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남들이 다 가고 싶어 하는 미국이나 서유럽보다는 동유럽, 중앙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우선은 절대 용기가 필요하고, 여행안내서도 부족하며, 혼자 가기 힘들며, 온갖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옴파로스 중앙아시아, 마지막 남은 옴파로스
옴파로스중앙아시아, 마지막 남은 옴파로스이지출판
하지만, 일단 여행을 떠나고 나면 나름대로 미지의 세계를 찾은 성취감과 저렴한 비용, 생동감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에 크게 감동을 받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나는 오늘 <중앙아시아, 마지막 남은 옴파로스>(이지출판)를 통하여 그동안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책으로 둘러본다.


중앙아시아에는 흔히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중국의 신장지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같은 국가도 있지만,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 같은 낮선 이름의 나라도 있다. 이제부터 미지로 여행을 떠나보자.

책 제목에 나오는 옴파로스(Omphalos)는 한국인들에게는 옷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라틴어로 '배꼽' '세계의 중심' '방패의 중심돌기'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 중앙 또는 중심을 의미한다.

21세기 광대한 시장과 무한한 자원으로 세계의 중심이 되고 있는 이들 나라를 둘러보면서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옴파로스를 찾고자 한다. 

미국이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라면 실크로드를 따라 중앙아시아로 가는 길은 세계배낭여행자들에게는 환상의 무대이다. 하지만 중앙아시아는 생각만큼 환상적이거나 매혹적이지는 않다.

중앙아시아는 오랫동안 세상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카라반들이 오가던 길이다. 그 카라반들이 동서양을 왕래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풍습이 탄생하였고, 중앙아시아는 동서양문화의 커다란 가교역할을 해왔다.


또한 이 길은 고대 왕국들이 패권다툼을 벌이던 곳이기도 하다. 알렉산더 대왕과 오스만터키제국의 침략, 칭기스칸과 아무르 티무르, 그리고 우리에게 낯익은 고선지 장군도 이 길을 따라 서역정벌에 나섰다. 법현과 현장 같은 스님도 진리를 찾아 구도자의 길을 걸었던 길이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정복자들의 침략으로 비운의 땅이었던 중앙아시아는 몇천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안타까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직도 곳곳에서 전쟁의 포화가 남이 있고 수많은 아이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세상에 돌아볼 곳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이한신 선생은 무려 9년간을 오가며 중앙아시아 지역을 둘러보았다. 안락한 여행 방법을 포기하고 주로 기차여행을 고집하면서 사람들을 만났고, 세상을 본 것이다.

<중앙아시아, 마지막 남은 옴파로스>은 원래 여행기로 쓰여진 책이 아니다. 저자의 일기장과 메모, 사진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출판사의 판단에 따라 한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문장이 거칠기는 하지만, 진솔하고 솔직담백해서 더 좋다.

중앙아시아의 순수한 자연과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과 나눈 우정과 사랑, 아직 미지의 땅이기에 무한한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는 이들 국가의 모습을 기록했다. 따라서 이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옴파로스 중앙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는 이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한 몫을 한다.

먼저 중국의 변방국가인 신장 위구르 지역은 중국 정부와 갈등하고 있는 다수의 위구르인들이 있고, 포도와 포도주가 넘쳐나는 투루판이 있어 행복하다. 사막을 가르는 모래바람 속에서도 퀴툰과 같은 공업도시가 속속 생겨나고 있으며, 아름다운 미녀들이 넘쳐나는 고장이다.

초원의 나라 카자흐스탄공화국은 세계에서 9번째로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으며, 1930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된 10여만 명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또한 최근에는 한국기업도 상당히 많이 진출하고 있으며, 특히 건설과 토목, 석유, 광업 분야의 많은 기업들이 국가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오지와 사막이 많은 관계로 여행자들은 누구나 쉽게 친해지고, 푸르디푸른 카스피 해와 시원한 밤공기를 맞으며 우랄 강을 품고 안고 잠들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또한 사막화로 곳곳에 말라버린 도시가 있고, 여행자의 돈을 뜯는 경찰관도 많은 곳이다. 돌의 도시 타슈켄트에는 낭만이 있고, 40~50년도 더 된 구형 자동차가 즐비한 곳이기도 하다.

호수의 나라 키르기스스탄공화국은 카라콜의 이수쿨 호수가 너무 좋고,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텐산산맥 또한 장관이다. 추강, 나린강 등은 숨이 막히도록 아름답다. 중앙아시아 최대의 상업도시 오쉬에는 온갖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즐비하고, 유혈 폭동이 있었던 안디잔에서는 처량한 사람들을 만났고, 어머니의 자궁같이 포근한 페르가나에서는 안식을 얻었다. 마르길란에서는 아직도 비단을 손을 짜는 여공들을 보면서 아쉬움 속에 돌아서야 했다.

파미르 고원의 나라 타지키스탄공화국에서는 여행객을 가장한 테러리스트로 오해를 받아 고생을 하기도 하고, 호잔에서 결혼식장과 시장을 둘러보고서 사람 냄새를 실컷 맡았다. 구걸하는 아이들 속에서도 너무나 평화로운 두샨베를 산책한다. 타지키스탄은 주로 이란계와 아르카니스탄계의 혼혈이 많은 페르시안에 가까운 종족으로 다른 중앙아시아와는 느낌이 남다르고 아이들의 큰 눈동자가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다.

독립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나라라 아직 법과 제도가 미흡한 수준이며, 세계의 지붕인 파미르 고원과 카라쿨 호수에서는 모든 것이 귀하고 소중하다는 진실을 배운다.

실크로드의 나라 우즈베키스탄공화국은 조용히 쉬어갈 수 있는 카르쉬가 있고, 고향 같이 정겨운 타슈켄트가 있어 좋다. 우즈벡에서 만난 구 소련의 50년 된 명차에 감동을 하면서 중고차 시장을 둘러보았고, 과거로 돌아간 도시 부하라에서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도시전체가 공원인 누쿠스와 성처럼 아름다운 히바, 고려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세종한글학교에도 방문한다. 

마지막으로 사막의 나라 투르크메니스탄공화국은 정말 너무 볼 것이 없었지만, 나야조프 대통령의 동상과 국기만 아주 높게 나부낀다. 하지만 국민들 중 독재자 대통령을 욕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1달러면 60리터의 휘발유를 살 수 있고. 시내버스 500번을 탈 수 있다. 주변국들과는 달리 테러의 위험도 없다. 국토의 90%이상이 악명 높은 카라쿰 사막이지만, 주거지 10%는 너무 깨끗하고 잘 가꾸어진 남유럽풍의 도시로 사우디에서 공수해온 야자수를 가로수로 심었고, 시내 공원은 얼마나 정성스럽게 쓸고 닦는지 벽돌 하나하나가 윤이 났다. 정말 알면 알수록 이상한 수수께끼 같은 나라가 바로 투르크메니스탄이다.

일기형식의 기록문인 관계로 지역과 상황에 대한 상세한 해설과 구체적인 여행로를 지도를 통하여 설명하는 것, 풍경사진 등이 부족하기는 했지만, <중앙아시아, 마지막 남은 옴파로스>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자 하는 여행가들에게는 훌륭한 교과서가 되는 듯하다.

유목민을 자처하는 저자 이한신 선생은 옛 소련 전문여행가이자 중앙아시아포럼 사무국장이며, 중앙아시아 지역 전문가로서 중앙아시아 NGO 활동에 몸담고 있다. 1998년 마지막 남은 옴파로스, 중앙아시아에 첫발을 내디딘 후 1999년 1차 실크로드와 중앙아시아 원정을 떠나 그 해 다시 1개월간 2차 실크로드와 중앙아시아 원정을 다녀왔다.

2000년에는 20여 일간 실크로드를 2002년에는 2개월 반 동안 3차 실크로드와 중앙아시아 원정길에 올랐다. 2004년 또다시 1개월간 파미르 고원을 다녀왔으며, 2005년 4개월간 실크로드를 따라 중앙아시아를 거쳐 카프카스까지 이어지는 4차 대원정을 마무리했다. 저서는 <중앙아시아, 마지막 남은 옴파로스> <숨겨진 보물 카프카스를 찾아서>가 있다.

중앙아시아, 마지막 남은 옴파로스 - 유목민 이한신 9년 동안 12만Km를 기차로 떠돌다

이한신 글.사진,
이지출판, 2007


#중앙아시아 #옴파로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3. 3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4. 4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5. 5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