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스런 한 끼 '연꽃밥상'

연쌈밤과 연근삼합, 연부침개에 연맥주까지

등록 2009.11.14 14:06수정 2009.11.14 14:0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연근삼합. 돼지고기와 연근, 양파가 어우러진다.

연근삼합. 돼지고기와 연근, 양파가 어우러진다. ⓒ 이돈삼


국도를 따라 전남 무안을 지나는 길이다. 연근(연뿌리) 캐기 체험행사가 14일 연꽃방죽에서 열린다는 플래카드가 거리에 내걸렸다. 갑자기 연쌈밥이 먹고 싶어진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은 연근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탓이다.


내친김에 가을비를 맞으며 '하늘백련브로이'로 달려간다. 무안 회산 연꽃방죽에서 가까운 하늘백련브로이는 연쌈밥과 연맥주 등 연음식을 만들어 파는 곳이다. 차에 함께 있던 동료들의 의향을 물어보니 모두들 화들짝 반긴다.

한달음에 하늘백련브로이로 간다. 실내가 아늑하다. 공기도 다사롭다. 활활 타고 있는 장작난로 덕이다. 연쌈밥을 주문하고 잠시 앉아 두런두런 얘기 나누고 있노라니 밑반찬과 부침개가 나온다.

a  연 부침개. 연잎 분말을 더했다.

연 부침개. 연잎 분말을 더했다. ⓒ 이돈삼


a  밑반찬도 모두 맛깔스럽게 생겼다.

밑반찬도 모두 맛깔스럽게 생겼다. ⓒ 이돈삼


젓가락이 부침개를 먼저 찾아간다. 맛이 차지다. 입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 부드럽다. 일반적인 재료에다 연잎 가루를 섞어 연녹색의 색깔과 맛을 냈단다. 연근과 함께 나온 삶은 돼지고기도 맛깔스럽게 생겼다.

돼지고기 한 점에 연근 한 조각과 묵은김치를 얹어 입에 넣어본다. 이른바 '연근삼합'이다. 아삭아삭 씹히는 연근의 맛이 새록새록 온몸으로 퍼진다.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돼지고기도 부드럽다. 묵은김치 맛도 별나다.

따로 맛본 돼지고기에서도 연잎 맛이 느껴진다. 연잎 농축액을 더해 삶아서 그런다는 것이다. 고기가 약간 검은 빛을 내면서 맛깔스럽게 보이는 것도 연의 공력이다. 돼지고기 특유의 느끼함도 전혀 없다.


세 가지를 한꺼번에 입안에 넣었는데 텁텁한 느낌이 없다. 홍어삼합과 다른 독특한 맛이다. 개운하고 상쾌한 느낌만 있을 뿐이다. 이 또한 연근의 위력이다. 연근이 돼지고기 특유의 느끼함까지 중화시켰다.

a  연쌈밥. 호기심을 자극한다.

연쌈밥. 호기심을 자극한다. ⓒ 이돈삼


a  연쌈밥. 연잎 분말을 섞어 밥맛이 깔끔하다.

연쌈밥. 연잎 분말을 섞어 밥맛이 깔끔하다. ⓒ 이돈삼


그 사이 연쌈밥이 나온다. 연잎으로 감싼 게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예쁘게 덮어놓은 연잎을 조심스럽게 펼쳐본다. 훈김이 가득 배어있다. 촉촉한 게 젓가락질을 재촉한다. 밥알은 연녹색으로 물들었다. 연잎 분말로 맛과 색을 냈단다.


밥은 찹쌀과 멥쌀, 검정쌀을 적당히 섞어 지었다. 밥알에서 부드럽게 씹히는 맛을 내는 건 연근이다. 잣과 대추, 은행도 고명으로 올려 먹음직스럽다. 특수처리된 연잎까지도 식욕을 끌어 올린다.

밑반찬으로 나온 갖가지 나물과 조림 맛도 깔끔하다. 잡채도 느끼하지 않고 색다르다. 후식으로 나온 연잎식혜도 기품 있다. 물 대용으로 나온 연잎차도 감미롭다. 가짓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맛깔스럽고 기품 있는 상차림이다.

식사와 함께 한 연맥주도 목넘김이 부드럽다. 연향도 은은하게 배어난다. 맛도 신선하다. 이곳에서 직접 만든 데다 열처리를 하지 않아서 그런다고 한다. 진흙탕에서 자라는 연이 이렇게 훌륭한 먹을거리로 재탄생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a  연쌈밥 식단. 젓가락이 바쁘게 움직인다.

연쌈밥 식단. 젓가락이 바쁘게 움직인다. ⓒ 이돈삼


a  연맥주 한잔. 목넘김이 부드럽다.

연맥주 한잔. 목넘김이 부드럽다. ⓒ 이돈삼


사실 연은 버릴 게 하나 없다고 한다. 꽃은 세파에 찌든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연잎은 피를 맑게 해준단다. 심장과 위장을 보호하고 니코틴 제거에도 효능을 지닌다.

연근은 또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위벽을 보호해 준다. 해독작용도 한다. 치질과 궤양에도 좋단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맛은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탄닌과 카페인은 적어 때문이라고.

연꽃이 진 자리에 줄기만 앙상하게 남은 연꽃방죽이 달리 보이는 이유다. 연근으로 가득한 진흙탕이 무엇보다 소중하게 느껴진다.

a  연음식과 연맥주를 파는 하늘백련브로이. 회산 연꽃방죽 부근에 있다.

연음식과 연맥주를 파는 하늘백련브로이. 회산 연꽃방죽 부근에 있다. ⓒ 이돈삼


#연쌈밥 #하늘백련브로이 #연근삼합 #회산백련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