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몰아친 태풍으로 파도가 거세게 일었다.
송성영
얼마 전 태풍 '뎬무'가 전남 고흥 우리 집 앞 바다로 몰아쳤습니다. 거센 파도를 몰고 와 집 앞 해변의 자갈 언덕을 사라지게 했습니다. 그러고는 평소처럼 잔잔한 파도가 본래대로 자갈 언덕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자갈 언덕을 다 쌓기도 전에 또다시 '곤파스'라는 태풍이 몰아쳐 겨우 쌓아 놓은 자갈 언덕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럼에도 바다는 다시 자갈 언덕을 쌓아 올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바다는 자신을 무너뜨리고 치유합니다. 그 어떤 두려움도 없습니다.
이사 와서 당장 생활비가 걱정이었습니다. 집 짓겠다고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500만 원을 빌렸는데 거기서 남은 얼마간의 자금으로 당장의 생활은 가능했지만 앞으로의 생활비가 문제였습니다. 그 두려움 때문에 생활비를 충당할 일이 있을 때까지는 당장 방송 원고 쓰는 일을 접어 둘 수 없었습니다.
300여 평의 밭농사를 지어가며 바다를 통해 뭔가를 해야 할 것이었기에 이사 오고 나서 거의 매일같이 바다로 나섰습니다. 바다로 나선다 하여 무슨 뽀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무엇을 해서 먹고살 것인가? 애초에 바닷가로 이사 오게 되면 중고 배를 구입할 예정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중고 배를 알아봤더니 보통 1톤짜리가 300~400만 원 정도였지만 엔진 값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보통 쓸 만한 엔진이 500만 원이 넘었습니다. 거기다가 어업권이 배 구입비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어지간히 쓸 만한 엔진이 달린 중고 배에 어업권까지 장만하려면 1000만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했습니다.
삽을 들고 나타난 사람들 뒤따라 가 봤더니 이른 봄. 어딘가에 묻어놓은 뼈다귀를 찾아 헤매는 우리 집 개 곰순이처럼 집 앞 바다에서 끙끙거리고 있는데 평소 인적이 거의 없는 해변으로 몇몇 사람들이 삽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슬그머니 뒤따라 가 보았습니다.
다들 장화를 신고 물 빠진 해변에서 뭔가를 캐고 있었습니다. 조개였습니다.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손바닥만큼 큰 조개며 그보다 작은 조개도 캤습니다. 물이 들어오기 전까지 3시간 정도 해변을 돌아다니면서 열댓 개의 조개를 손쉽게 건져 내고 있었습니다. 저만치라면 당장 하루 이틀의 밑반찬 거리로는 충분해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