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달마산이 있고 산사가 있고 그리고 매화가 있는 곳. 마음속으로만 그려왔던 사찰을 직접 거닐 수 있고 그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겐 대단한 축복이다.지난 3월 21일과 22일, 1박 2일의 일정으로 미황사(美黃寺)가 있는 해남으로 갔다. 파주로부터 멀고도 먼 길이다. 버스로 5시간을 달려서 나주를 지나니 봄기운에 점퍼가 버겁다. 차창 밖 논밭의 보리들이 이미 한 뼘의 초록으로 자라 남도의 야트막하고 아름다운 정취를 더 해 준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 이 먼 길을 걸어서 걸어서, 혹은 말 등에 앉아 여행했으리라. 차창 밖으로 보는 것보다 더 짙은 보리밭의 초록과 생명의 기운을 받으면서···. 해남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곱게 단장한 아주머니와 할머니들과 눈이 마주쳤다. 새 옷을 차려입고 소박하게 화장하신 모습이 봄볕처럼 곱다. 오늘이 해남장날이란다. 해남 장날 풍경을 살피고 싶은 욕심을 다스렸다. 해가 지기 전에 의도했던 미황사를 마음에 담는 일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 중에서 하나를 놓아야 된다는 것은 항상 쉽지 않은 결정이다. 놓는 일에 무심해지려면 얼마나 더 나이를 먹어야할까···. 단호하게 미황사행 버스에 올랐다. 큰사진보기 ▲해남장날에 곱게 단장하고 나오신 아주머니와 할머님 강복자 미황사로 들어서자 바로 대웅보전과 그 너머의 병풍을 두른 듯한 달마산의 전경이 대웅전 기와 너머로 보인다. 웅장한 기암절벽을 휘두르고 있는 장엄한 대웅전은 너무나 위엄이 있어 보인다. 큰사진보기 ▲기암절벽으로 병풍을 두른 해남 미황사 강복자 가는 봄비에 젖은 담장위의 청매화 한 그루. 봄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가랑비 속에서도 매화 향은 짙기만 하다. 큰사진보기 ▲돌담 너머로 고개를 내민 청매화 한그루 강복자 큰사진보기 ▲봄비에 몸을 적시고도 향기를 멈추지 않았다. 강복자 한적한 산사에서 몇몇 신도들이 부처님께 인사를 올린다.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니 몸이 무겁다. "세상의 묵은 짐을 다 지고 올라왔구나!" 스스로 마음을 내려 놓는다. 새 울음소리만 들리는 이곳에 세상의 묵은 짐을 지고 온 내가 미안하다. 큰사진보기 ▲부처님을 만나고 자신을 직시하게 되는 법당 강복자 수행자들이 모두 두 손을 앞으로 다소곳이 모으고 조용한 걸음으로 내면을 응시하며 걸어가고 있다. 잠시나마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참나'를 찾아서 공부하는 도반들, '참사람의 향기'라는 특별수행프로그램에 참가하신 분들이다((미황사에서는 일반인들이 참가할 수 있는, 7박 8일간 산사에서 법문, 다도, 묵언하는 참선수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큰사진보기 ▲미황사의 대웅보전과 요사채 강복자 산사에 어둠이 찾아오고, 달마산이 감산 미황사에 완전한 고요가 찾아왔다. 달마산은 이렇듯 매일 묵언 수행하니 산이 산이 아닌 것이다. 묵언이 웅변보다 더 강한 기운으로 나를 감싼다. 그리고 나를 깨어나게 한다. 큰사진보기 ▲텅 빈 밤의 산사에 오히려 충만을 느낀다. 강복자 푸른 어둠속에 대웅보전만 불을 밝힌 모습을 보니 마치 범선이 우주를 나는 모습이다. 그 범선에 올라 해탈의 세계를 유영하고 싶다. 비에 씻긴 맑은 매화향기만 가득한 산사의 밤. 이 산사에 머물다 가신 옛 선사님들의 마음이 내 마음에 투영된다. "고독이란 타인으로부터 자기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 빗장을 치는 것이다."- '산사에서 부친 편지'중에서문제와 해답은 타인과 밖이 아니라 자신과 그 빗장을 친 자신 안에 있음이 분명하다. 큰사진보기 ▲문제와 답은 스스로 빗장을 친 그 안에 있기 마련이다. 강복자 달마산을 휘돌아 대나무숲을 흔들고 내게 다가온 소슬한 바람이 말했다."'해탈'을 향한 그 열망도 욕심이니 그것조차 내려놓으라." 큰사진보기 ▲해탈의 열망도 욕심이다. 강복자 . 확대 ( 1 / 20 ) ⓒ 강복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미황사 #해남 추천3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강복자 (bjkang86) 내방 구독하기 이 기자의 최신기사 실패할 수 없는 작은 도전들을 사랑하는 이유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악취 뻘밭으로 변한 국가 명승지, 공주시가 망쳐놨다 [이충재 칼럼] '주술'에 빠진 대통령 부부 "여긴 너무 좋아요"... 22명 수녀들이 반한 이곳 AD AD AD 인기기사 1 이러다 12월에 김장하겠네... 저희 집만 그런가요? 2 [단독] 쌍방울 법인카드, 수원지검 앞 연어 식당 결제 확인 3 "무인도 잡아라", 야밤에 가건물 세운 외지인 수백명 4 악취 뻘밭으로 변한 국가 명승지, 공주시가 망쳐놨다 5 "김영선 좀 해줘라"...윤 대통령 공천 개입 정황 육성 확인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어둠 속 대웅전, 마치 범선이 우주를 나는 것 같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이러다 12월에 김장하겠네... 저희 집만 그런가요? [단독] 쌍방울 법인카드, 수원지검 앞 연어 식당 결제 확인 "무인도 잡아라", 야밤에 가건물 세운 외지인 수백명 악취 뻘밭으로 변한 국가 명승지, 공주시가 망쳐놨다 "김영선 좀 해줘라"...윤 대통령 공천 개입 정황 육성 확인 망가진 한국을 구하는 글...나는 왜 가디언에 그렇게 말했나 명태균, 김영선에게 호통 "김건희한테 딱 붙어야 6선... 왜 잡소리냐" 윤 대통령만 모르는 '100일의 기적'...국제적 망신 5분 지각에 '대외비' 견학 버스는 떠났고 아이는 울었다 [단독] '코바나 후원' 희림건축, 윤 정부 출범 후 국방부 계약액 2배 증가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