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장 센 일부 피디들, 위계질서 무너뜨려"

[인터뷰] 'PD수첩' 인사발령 주도한 윤길용 MBC 시사교양국장

등록 2011.05.13 16:17수정 2011.05.1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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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7시 MBC는 시사교양국 소속 이우환·한학수 피디에게 각각 '드라미아' 놀이동산 개발단과 경인지사 발령을 통보했다. 두 피디의 '경력'을 헤아릴 때 이해하기 힘든 인사였다. 하지만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과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이 이번 인사를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두 사람이 모두 'PD수첩'에 몸담았던 시사교양 피디 출신이라는 점이다. 누구보다 'PD수첩' 역사와 위상을 잘 아는 '선배'들이 본부장과 국장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후배'들을 치고 있는 형국이 벌어지는 셈이다.

특히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은 'PD수첩'의 창립 멤버였다. 하지만 윤 국장은 지난 3월 2일 시사교양국 피디들의 거센 발발에도 불구하고 'PD수첩' 소속 피디 11명 중 6명을 다른 부서로 발령낸 바 있다. 여기에는 'PD수첩'의 간판인 최승호 피디도 포함돼 있었다.

게다가 윤 국장은 김재철 사장의 고교·대학교 동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MBC노조 등에서는 그의 시사교양국장 발탁을 두고 "MBC 내에서 흔치 않은 완벽한 '고소영 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인사에 사장이나 부사장이 관여하지 않았다"

 윤길용 문화방송 시사교양국장(휴대전화 촬영)

윤길용 문화방송 시사교양국장(휴대전화 촬영) ⓒ 구영식

13일 오전 MBC 3층 시사교양국장실에서 만난 윤길용 국장은 "이번 인사조치는 시사교양국의 총책임자인 국장과 최종 책임자인 편성제작본부장의 협의 아래 이루어진 것"이라며 "사장이나 부사장이 관여할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회사도 작금의 사태에 충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한학수 피디는 전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오늘(12일) 오후 6시 윤길용 국장이 불러서 갔더니 윤 국장이 저와 이우환 피디를 발령내는 것은 '경영진의 방침'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시사교양국장이나 편성제작본부장보다 '윗선'에서 인사가 이루어졌음을 암시하는 발언이다.


하지만 윤 국장은 "내가 '경영진'을 언급한 것은 편성제작본부장이 경영진에 속하기 때문이었다"며 "인사는 저와 편성제작본부장이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국장은 이번 인사조치의 배경과 관련 "일부 피디들이 너무 자기 주장이 세서 그것이 심지어 조직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그것이 국장의 국 운영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또한 "시사교양국은 드라마나 예능에 비해 경쟁력이 별로 없다"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시사교양국의 미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국장은 이번 인사가 '정치적인 결정'이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즉 전국언론노조 사무처장을 지냈고(이우환 피디), MBC 비상대책위와 평피디협의회를 주도해온(한학수 피디) 점 등이 이번 인사조치에 반영됐다는 얘기다.

윤 국장은 "이우환 피디는 언론노조 사무처장을 지낼 정도로 언론노조의 열성 지지자"라며 "언론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이고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과 연관된 단체에 파견갔다가 온 사람이었으면 ('PD수첩'에 들어오는 것이)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국언론노조 사무처장을 지낸 이우환 피디의 정치성향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이 피디는 지난 3월 'PD수첩'에 들어와서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남북경협 중단 1년'을 취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윤 국장이 이 피디에게 취재 중단을 지시하면서 갈등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MBC의 한 피디는 "이 피디는 5․24 남북경협 중단 조치 1주년을 맞아 경협 중단 조치로 인해 피해를 보는 북한투자기업들을 취재해 왔다"며 "하지만 윤길용 국장이 시청률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취재 중단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윤 국장은 "방송하는 사람은 시청률에 예민하다"고 전제한 뒤, "지난주 금요일 부장을 통해 남북경협 취재는 안된다는 뜻을 전했다"며 "그런데도 지난 월요일 그런 지시를 어기고 촬영을 나갔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부장과 국장이 안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라며 "그렇게 국장의 지시를 불응할 거면 딴 방으로 가는 걸 생각해보라고 (이 피디에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그램에 이념을 투입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실상 이 피디를 겨냥하기도 했다.

"평피디연합회 방치하지 않겠다"

이어 윤 국장은 한학수 피디의 경우 MBC 비상대책위와 시사교양국 평피디협의회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해온 점을 문제삼았다.

윤 국장은 "임의단체인 비상대책위가 해체된 뒤 또다른 임의단체인 평피디협의회가 만들어졌다"며 "평피디협의회는 시사교양국 문제를 침소봉대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국장은 "시사교양국이 MBC의 해방구, 골치덩어리, 탈레반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 중심에는 평피디협의회가 있다"며 "평피디협의회는 몇 차례 성명서를 발표해 부장, 국장 체제를 무력화시켜왔다"고 지적했다.

윤 국장은 "한 피디는 비대위와 평피디협의회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해왔다"며 한 피디를 평피디협의회의 핵심인물로 지목했다. 실제 한 피디는 현재 평피디협의회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평피디연합회를 방치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한 피디도 전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10명 이상의 운영위원 체제로 운영되는 평피디협의회가 그동안 몇차례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며 "제가 그런 평피디협의회의 운영위원으로 있는데 저를 찍어서 경인지사로 발령낸 것은 평피디협의회를 정조준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국장은 "현재 국면을 과도하게 이끄는 강경세력이 세를 얻고 있는데 이것은 정상적인 조직 상태가 아니다"라며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제대로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가 이번 인사"라고 강조했다.

윤 국장은 "저도 'PD수첩'을 6년 동안 했기 때문에 그 애정이 남다르다"며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PD수첩'을 절대로 죽이지는 않는다"고 일각의 ''PD수첩' 죽이기' 주장을 일축했다.

윤 국장은 이어 "시사교양국이 돈 벌어다 주는 곳은 아니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사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며 "옛날 것만 고집하면서 저항하는 것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윤 국장은 "지금은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때"라며 "노동이나 정치 등을 다루는 것은 경쟁력에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청률로만 따질 수는 없지만 의제설정 등을 논하기에 앞서 (시사교양국의) 경쟁력이 아주 안 좋다"며 거듭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MBC #윤길용 #PD수첩 #이우환 #한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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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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