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가 되기 전에는 어떤 풍경이었을까?"

수몰의 아픔 이겨낸 대청호가 만든 명품 산책길

등록 2011.10.04 08:57수정 2011.10.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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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올레를 시작으로 지리산과 북한산 둘레길, 관동별곡 800리길, 영덕의 블루로드 등 산책길들이 유행처럼 개발되고 있다. 그런 명품 산책길이 대청호 주변에도 있을까?

대청댐이 건설되며 마을들이 자취를 감췄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며 바깥세상과 소통을 이루던 길도 사라졌다. 하지만 옛날 그 자리에서 수몰의 아픔을 이겨낸 옛길들은 대청호가 만든 풍광 때문에 더 아름답다.


"와! 정말 멋지다."
"호수가 되기 전에는 어떤 풍경이었을까?"

대청호반을 걷다보면 멋진 풍경을 자주 만난다. 알려지지 않은 옛길에서 운치가 묻어나 감탄을 한다. 물을 가득담은 대청호가 마음을 편하게 해줘 사색도 한다.

a  찬샘마을 풍경

찬샘마을 풍경 ⓒ 변종만


청남대에 가면 호수 건너편으로 대전광역시 황호동이 보인다. 이곳에 수몰민들이 즐겨 찾는 명품길이 있다. 들머리인 찬샘마을(피골)까지 한적해서 좋은 호반도로가 이어진다. 치열하게 싸운 백제군과 신라군의 피가 내를 이루었다는 피골은 농촌체험마을(042-274-3399)로 변신해 찾는 사람들이 많고 마을 앞 습지에 멋진 버드나무들이 있다.

a  효 표석

효 표석 ⓒ 변종만



a  대청호반길 이정표

대청호반길 이정표 ⓒ 변종만


a  사색을 즐기는 숲길

사색을 즐기는 숲길 ⓒ 변종만


둥구나무집 옆으로 호반 길을 따라가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숲길이 이어진다. 입구에서 1.6㎞ 거리에 정리가 잘된 가족묘와 효도 및 공경을 강조하는 효 표석, 2.9㎞ 거리에 큰 느티나무와 성황당이 있다. 황호리 마을보호수는 수령이 300년이나 된 노거수로 청주와 대전을 이어주던 옛길의 산증인이다.


3.7㎞ 거리의 부수동반환점이 가까워지면 나무사이로 짙푸른 호수가 나타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반환점에서 왼편으로 산길을 5분여 걸으면 바다같이 넓은 대청호가 발길을 가로막는다. 호수 건너편을 바라보면 청남대 본관과 오각정·그늘막·초가정, 구룡산의 현암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a  대청호 풍경

대청호 풍경 ⓒ 변종만


청남대가 개방되기 전에는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던 지역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갈수기에 물이 빠지면 숨어있던 마을의 자취가 모습을 드러낸다. 물가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우물터, 역사의 현장을 지키고 있는 깨진 항아리, 가족의 행복을 지켜주었을 낮은 돌담이 호수의 푸른 물과 어울리는 모습이 이 길을 사색의 길로 만들었다.


이곳까지 대전에서 시내버스 노선이 연결되고 마을에서 자전거를 대여해(1시간 3000원)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해바라기를 닮은 태양열 발전판이 상징탑처럼 서있는 광장에 노고산성과 성치산성으로 연결되는 등산로와 찬샘정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길이 자세히 안내되어 있다.

청정 환경을 자랑하는 옥천에도 고급 산책길이 있다. 이곳의 대청호는 사방이 병풍을 쳐놓은 듯 수면을 따라가며 길게 이어진 절벽이 아름답다. 4번 국도 군북면 이백삼거리에서 경부고속도로 굴다리를 빠져나와 추소리 방향으로 접어들면 굽잇길 사이로 나타나는 호반 풍경이 아름답다. TV 다큐멘터리로 소개되었던 추소리는 마을의 대부분이 대청댐으로 수몰된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그래서일까. 길가의 언덕에서 만나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쉼터 역할을 하는 정자, 돌로 쌓은 성황당이 정겹게 느껴진다.

a  추소리 마을 표석

추소리 마을 표석 ⓒ 변종만


추소리는 자기를 알리는 방법도 남다르다. 입구의 나지막한 표석에 마을을 알리는 작은 문패가 걸려있다. 마을을 둘러보면 모두가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뒤편의 환산에서 내려다보면 마을 앞 호수에 작은 섬들이 여러 개 떠있다. 이곳이 국토해양부와 한국하천협회에서 '아름다운 하천 100선'으로 인정한 부소담악으로 물 위에 떠있는 산을 의미한다.

a  부소담악 풍경

부소담악 풍경 ⓒ 변종만


S라인이 아름다움의 대명사다. 호수에 펼쳐진 700여m의 바위산과 병풍바위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S라인을 대표한다. 대청호가 생기기 전에도 호수를 연상할 만큼 넓고 깊은 소옥천의 물길이 추동을 돌아 부소무니 앞으로 굽이쳐 흘렀다. 그 당시 금강의 물길이 산자락을 적시고 있는 모습에 반한 우암 송시열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소금강으로 노래했다.

기암괴석과 송림이 호수와 어우러지며 만들어낸 바위산의 절경이 보는 이를 감탄시킨다. 바위절벽 위에서 수면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노송과 곱게 단장한 단풍나무들이 반기고, 양쪽으로 펼쳐진 바위절벽 사이로 용머리까지 등산할 수 있는 숲길이 나있다. 짧은 거리지만 유명산을 등산하듯 산행의 묘미를 골고루 느낀다. 암벽을 오르내리는 스릴과 낭떠러지 위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a  부소담악 풍경

부소담악 풍경 ⓒ 변종만


가을철의 대청호는 단풍으로 물든 산과 수면위에 비친 산 그림자가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중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부소담악의 풍경이 최고다. 사진작가를 비롯해 일부 사람들만 알고 있던 부소담악이 이제는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청호소식 9+10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대청호소식 9+10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청호 #찬샘마을 #황호동 #추소리 #부소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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