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등급...그를 뛰어넘는 연쇄살인범, 또 나올까

[리뷰] 앤서니 자이커 <레벨 26>

등록 2012.05.04 11:01수정 2012.05.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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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레벨 26> 겉표지

<레벨 26> 겉표지 ⓒ 엘릭시르

▲ <레벨 26> 겉표지 ⓒ 엘릭시르

살인자에게도 등급이 있다. 실수로 사람을 죽이는 과실치사와 연쇄살인이 같은 취급을 받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인자의 등급을 나누는지가 궁금해진다.

 

앤서니 자이커의 2009년 작품 <레벨 26>에 등장하는 FBI 특수상황국 국장인 톰 리긴스는 이와 연관된 이야기를 요원들에게 늘어놓는다.

 

그에 따르면 정당방위 또는 질투에 빠진 연인의 살인 등이 가장 낮은 등급의 살인으로 분류된다. 자아도취적 살인자, 존 레논을 죽인 마크 채프먼은 레벨 7에 해당한다. 영화 <사이코>의 실제 모델이었던 연쇄살인범 에드 게인은 레벨 13이다.

 

연쇄살인범의 원형으로 알려진 테드 번디는 레벨 17, 영화 <양들의 침묵>의 모델로 여성들을 납치해서 집에 가두고 죽인 게리 하이드닉은 레벨 22에 해당한다. 그야말로 세상에 알려진 가장 잔혹한 악마들이다.

 

반면에 <레벨 26>의 연쇄살인범은 이 모든 살인범을 뛰어넘는다. 그 살인범은 제목 그대로 레벨 26이다. 테드 번디와 게리 하이드닉을 저 아래로 내려다볼 정도라면 도대체 그는 얼마나 지독한 살인마일까?

 

최고 레벨 살인마의 등장

 

그 주인공은 FBI에서 '스퀴걸'이라고 이름을 붙인 연쇄살인범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6개국에서 50여 명을 죽였다. 총으로 쏘아 죽이고 때려 죽이고 불태우고 교살하고 고문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죽였다. 이스라엘, 이집트, 독일, 일본의 범죄 수사팀들이 그를 법정에 세우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는 영리한데다가 인내심이 강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다음 살인을 준비한다. 스퀴걸은 또한 온몸을 감싸는 전신 콘돔같은 슈트를 착용한다. 그래서 현장에 자신의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

 

스퀴걸이라는 이름 역시 그의 범행 현장에서 유래되었다. 한 엄마가 네 살짜리 아이와 함께 승용차를 몰고 자동세차장으로 들어갔다가 그 안에서 스퀴걸에게 죽임을 당했다. 아이는 옆 좌석에서 엄마가 죽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후에 수사관들이 아이에게 범인의 모습을 묘사해보라고 했을때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 '스퀴이이이'였다. 기계에 이물질이 끼었을 때 나는 소리.

 

최악의 살인범이 나타나면 그에 맞설 수사관도 나오기 마련이다. 스티브 다크가 바로 그 인물이다. 다크는 오랫동안 혼자서 전 세계를 누비며 스퀴걸을 추적했다. 2년 전에는 로마에서 체포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실패하고 나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캘리포니아 해안 별장에 틀어박히고 말았다.

 

특수상황국장 톰 리긴스는 국방장관으로부터 다크를 설득해서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살인범을 잡기위해 국방장관이 나설 정도면 스퀴걸의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이제 다크와 스퀴걸의 2차전이자 마지막 게임이 시작된다. 다크는 자신만의 논리와 육감으로 스퀴걸에게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한다.

 

2년 뒤에 다시 시작된 대결

 

작가인 앤서니 자이커는 정말 최악의 살인마를 만들어내려고 작정을 했던 모양이다. 스퀴걸이 사람을 납치해서 죽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역시 레벨 26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가 오히려 점잖게 느껴질 정도다.

 

스퀴걸도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사람을 죽인다. 자신이 낳은 자식을 버린 엄마, 상원의원과 바람이 난 여자 등이 그의 표적이 된다. 그렇다고 꼭 여자들만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성당의 사제들과 거리를 배회하는 10대 청소년들도 그의 사냥감이 된다.

 

'연쇄살인범은 특정 부류의 사람들만 노린다'라는 일반론이 그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잡기 힘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연쇄살인을 수사하는 수사관들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스퀴걸은 악몽같은 존재다. 스퀴걸을 뛰어넘는 연쇄살인범은 아마도 당분간은 등장하지 못할 것만 같다.

덧붙이는 글 <레벨 26> 앤서니 자이커 지음 / 조영학 옮김. 엘릭시르 펴냄.

레벨 26 : 어둠의 기원

앤서니 자이커 외 지음, 조영학 옮김,
엘릭시르, 2012


#레벨 26 #연쇄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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