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눈이오름에서 바라본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 오름의 모습
조남희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무줄과 같은 영업시간이다. 이건 제주도 하고도 대평리에만 해당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대평리 하고도 대평포구의 명물식당. 그렇지만 여기서 장사하는 분들이 서울과 같은 생각과 방식으로 하는 게 아니란 건 느껴진다.
대평포구 박수기정 가는 길에 내가 잘 가는 횟집이 하나 있다. '명물식당'이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사람이 내려오면 밥이라도 한 끼 대접해야 하는데, 역시 제주 바닷가 하면 신선한 고등어회에 뿔소라 정도는 펼쳐놔줘야 '나 고등어회 처음 먹어봐'라는 서울 사람들에게 뭔가 좀 사준 티를 낼 수 있는 것이다. 하긴 요즘은 주머니가 가벼워져 그것도 고민이긴 하다.
어쨌든 그날 저녁도 지인과 명물식당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성큼 들어서는데, 오늘 장사 안 한단다. 알고 보니 명물식당 사장님의 집안 잔치가 성대하게 열리고 있었다. 그럼 할 수 없지요, 하고 다음날 저녁 다시 찾았다. 그런데 오늘은 아예 문을 안 열었다. 전날의 집안 잔치로 인한 '과도한 음주'로 인해 '어제는 달렸으니 오늘은 쉬는 걸로'다. 당황스럽다.
며칠 전 명물식당을 다시 찾으니, 또 문을 안 열었다. 궁시렁대며 하는 수 없이 흑돼지나 먹어야겠다며 집 근처에 새로 생긴 고기집에 갔다. 그런데 얼큰히 취한 얼굴의 명물식당 사장님이 앉아 있다.
"아니, 사장님! 여기 계시면 어떡해요! 갔다가 문닫아서 여기 왔잖아요~." 고기집 개업 기념으로 낮부터 달리고 계시단다. 그리고 근고기집 사장님에게 나를 소개하신다.
"우리집 VIP 손님들이야~ 늦게 와서 많이 먹고 문닫고 가지 ㅋㅋㅋ 그나저나 우리 VIP 손님 뺏기면 안 되는데~."얼굴이 빨개진다. 조용히 고기안주에 술잔을 따를 뿐이다. 제주 사람들이 다 그렇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뭔가 좀 서울과 다른 느낌이긴 하다. 영업시간이라는 게 손님과의 약속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명물식당 사장님의 배짱이 난 좋다.
그건 돈을 벌만큼 벌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기준과 방식으로 소위 내가 '꼴리는 대로' 하겠다는 것이 보여서다. 육지에서 온 손님을 '돈'으로만 본다면, 간쓸개 다 내놓고 비위 맞춰야겠지만, 적절한 가격에 신선하고 맛있는 회를 푸짐하게 선보이고, 손님을 대하는 매너도 딱 적당하다. 그리고 쉬고 싶을 때는 쉰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접할 때마다 '아, 내가 제주에 있구나' 싶다.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제주를 배워 가는 게 너무나 재미있다. 나를 당황스럽게 할 또다른 것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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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는 서울처녀,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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