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돼지 집단폐사, 오염된 사료 탓도 있으면 배상책임"

"사료에 안전성 갖추지 못한 결함 있다면, 사료업체는 제조물책임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

등록 2013.05.13 14:37수정 2013.05.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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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를 바꾼 이후 키우던 돼지가 갑작스럽게 집단 폐사하기 시작했는데, 폐사 원인에 오염된 사료 탓도 있다면 사료업체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충주에서 돼지 3060마리를 사육해온 양돈업주 J씨는 지난 2005년 3월 사료를 K사 제품으로 바꿨다. 그런데 5월 7일부터 3~4개월 된 돼지가 폐사하기 시작해 불과 열흘 만에 60마리 넘게 폐사했다. 이에 K사가 나와 진단한 후 처방했으나 돼지의 대량 폐사는 계속됐다.

결국 J씨는 충청북도 축산위생연구소에 신고했고, 조사결과 돼지콜레라로 진단했다. 이에 살처분 명령이 내려져 J씨는 살처분 대상 돼지 1502마리를 매몰해야 했다. 당시 조사한 사료에서는 돼지 써코바이러스 2형(PCV-2)이 발견돼 사료가 오염된 것으로 판단했다.

축산위생연구소는 "단시간 내 농장에서의 대규모 집단 폐사 발생은, 외부에서 유입된 돼지콜레라 바이러스가 일부 돼지에 감염된 상태에서 제1차 접종에 의한 항체로 인해 병원성이 발생되지 않고 있다가, 추가 접종하기 전의 공백기에 오염된 사료가 공급됨에 따라 써코바이러스 2형 감염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돼지콜레라 바이러스가 병원성을 발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키우던 돼지의 절반을 잃은 J씨는 "이전엔 농장에서 돼지 폐사가 없었는데, K사로부터 사료를 공급받은 이후에 폐사가 발생하기 시작한 점 등을 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돼지 폐사 및 돼지콜레라 발생은 K사가 공급한 사료의 결함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K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인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이경구 부장판사)는 2007년 10월 양돈업주 J씨가 사료 공급업체 K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K사가 공급한 사료 결함으로 추정된다"며 K사의 책임을 50% 인정했다. 이에 "돼지 집단폐사에 따른 재산상 손해 1억2538만 원과 위자료 500만원 등 총 1억3038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K사가 항소했고, 2009년 1월 서울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정현수 부장판사)는 1심 판결을 뒤집고 K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 농장에서 단기간에 걸쳐 대규모 집단폐사가 발생한 점, 원고 농장과 같은 시기에 K사로부터 사료를 공급받은 다른 농장에서는 집단폐사가 발생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보면 공급한 사료에 병원성 세균에 오염돼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양돈업주 J씨가 사료 공급업체 K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K사에 책임 없다"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료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농장에서 피고의 사료로 바꾸기 전에는 집단 폐사가 발생한 적이 없고, 원심도 피고가 공급한 벌크사료뿐만 아니라 밀봉된 포대사료에서도 돼지 써코바이러스 2형 및 돼지 급성 흉막폐렴균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이 사건 진단팀은 피고가 공급한 사료에 대한 바이러스·세균·곰팡이검사를 정밀하게 실시해 감염 여부를 밝혀낸 사실 등을 종합하면, 피고의 사료는 공급 당시부터 병원성 세균에 오염돼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축산연구소는 오염된 사료가 공급됨에 따라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돼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병원성을 발휘함으로써 대량 폐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린 사실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처음 발생한 돼지 폐사 원인도 모두 돼지열병이라고 한다면 집단폐사의 시기가 훨씬 앞당겨졌을 것으로 보이는 점, 돼지열병 발병 이후 축산연구소에서 실시된 5마리 돼지의 부검결과에서조차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일부 돼지에서만 발견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공급한 사료에는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제조업자인 피고는 사료 사용자인 원고에게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 농장 돼지들이 돼지 써코바이러스 2 등에 의해 폐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봐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것은 제조물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단을 그르친 것으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집단폐사 #사료 #제조물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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