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천재 수학자에게 테러를 가했을까

[신간] 레너드 로젠 <올 크라이 카오스>

등록 2014.04.28 11:06수정 2014.04.2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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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올 크라이 카오스> 겉표지

<올 크라이 카오스> 겉표지 ⓒ 김준희

수학자 또는 물리학자 같은 과학자가 살인사건을 수사한다면 어떨까. 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능력이 있어야 한다.

우선 사건현장에서 발견되는 증거물들을 수집하고 분석해서 그것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두 번째는 사건의 앞뒤 정황을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사건 관계자들을 만나서 탐문수사를 벌여야 한다.


이외에도 다른 요소들이 있겠지만 일단 이 세 가지로 압축해보자. 첫 번째와 두 번째에서는 과학자도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 탐문수사의 경우라면 약간 의문이 든다.

사람들을 상대하며 그들이 거짓말을 하거나 무언가를 숨기고 있지 않은지 등을 판단하는 것은 경험 많은 수사관이 아니라면 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그런 판단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들을 구슬리거나 다그치기도 해야한다. 한마디로 사람을 능숙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얘기다.

수학자의 후손인 인터폴 형사

그렇다면 이런 과학자의 후손이 살인사건을 수사한다면 어떨까. '앙리 푸앵카레(1854-1912)'라는 이름의 실존했던 수학자가 있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활동했던 그는 '푸앵카레의 추측'이라는 난제를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문제는 일명 '7대 밀레니엄 문제'로 선정되기도 했고, 미국의 수학연구소에서는 이 문제의 해결에 100만 달러의 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푸앵카레는 수학자이면서 동시에 물리학자이기도 했다.

레너드 로젠의 2010년 작품 <올 크라이 카오스>에서 주인공인 앙리 푸앵카레는 바로 그 앙리 푸앵카레의 증손자로 등장한다. 물론 작품 속의 푸앵카레는 가상의 인물이고 자신의 이름이 자신의 증조부와 같은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말한다. 작품 속에서 푸앵카레는 과학자가 아니라 수사관으로 활약한다. 그는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인터폴 소속의 형사로 30년 가까이 인터폴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런 푸앵카레에게 새로운 임무가 떨어졌다.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의 보안을 총괄하라는 것. 하지만 푸앵카레가 이 임무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 마치 테러처럼 보이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세계무역기구 회의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었던 천재 수학자 제임스 펜스터가 숙박하고 있던 호텔의 객실이 폭탄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범인은 특이하게도 로켓연료를 이용한 폭탄을 만들어서 테러를 감행했다. 로켓연료를 사용한 만큼 폭발력도 엄청났기에 당시 객실에 머물고 있던 제임스 펜스터의 시신도 만신창이가 되었다. 범인은 분명히 펜스터를 노린 것이다. 푸앵카레는 잔인하고 괴상한 이 살인사건의 수사를 시작한다.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기이한 살인사건

<올 크라이 카오스>에서는 희생자가 수학자여서 그런지 수학자들이 여럿 등장한다. 수학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수학자의 후손이라고 해서 꼭 수학을 잘 하라는 법은 없다. 작품 속에서 푸앵카레는 수학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수학자들은 무질서한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려고 한다. 그런 방법 가운데 하나는 예측 불가능한 것을 모형화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도시의 교통 시스템을 모형화하고, 날씨의 변화를 모형화 한다. 바다의 파도변화를 그래프로 설계하고, 방안을 날아다니는 파리의 이동경로를 방정식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형사들도 질서를 부여하려고 한다. 살인사건 현장은 모든 것이 무질서하다. 형사들은 이 현장을 질서 있게 만들려고 한다. 현장에서 발견되는 각종 증거물들에 그에 맞는 의미를 부여하고, 사건의 정황을 논리적으로 배치하려고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살인자를 추적하려고 하는 것이다. 과학자의 세상과 형사들의 세상, 다른 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면이 있다. 작가 레너드 로젠이 왜 수학자의 후손을 주인공으로 택했는지 알 것도 같다. 형사 푸앵카레의 활약은 이후에도 이어진다.
덧붙이는 글 <올 크라이 카오스> (레너드 로젠 지음 / 박아람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올 크라이 카오스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1

레너드 로젠 지음, 박아람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2014


#올 크라이 카오스 #앙리 푸앵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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