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테니스공 세탁하는 남자입니다

정년 퇴직후 운동복과 함께 테니스공도 빠는 이유

등록 2014.07.17 17:20수정 2014.07.1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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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테니스를 처음 시작한 때가 고등학교 1학년, 지금으로부터 40년도 더 전 일이었다. 그동안 군복무 기간, 직장을 얻기 직전 조기 축구회를 다녔던 기간 등 약 10여 년을 제외하면 대략 30여 년은 테니스를 쳤다. 지금도 열흘에 엿새 정도는 아침마다 테니스를 한다.


오전 5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서울 송파구 오륜동에 있는 테니스장에 나간다. 오전 6시부터 오전 8시께까지 동호회원들과 테니스 경기를 한다. 이곳 테니스장에서 동호회를 만들어 운동을 한 지 23년이나 됐다. 오랫동안 같이 운동을 하다 보니 30여 명의 동호회원은 가족을 제외한 누구보다도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다. 우의도 아주 돈독하다.

동호회원들 운동모습 아침이면 이렇게 모여 운동을 합니다.
동호회원들 운동모습아침이면 이렇게 모여 운동을 합니다.양동정

이런 운동복을 매일 스스로 세탁 하루 입은 반바지가 요모양이,.매일 샤워 하면서 스스로 세탁하기로...
이런 운동복을 매일 스스로 세탁하루 입은 반바지가 요모양이,.매일 샤워 하면서 스스로 세탁하기로...양동정

테니스장 가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

지난 2013년 6월 말을 끝으로 약 36년간의 공직을 마쳤다. 정년퇴직을 하고 나니 아침에 테니스장을 가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 비가 오기라도 해서 운동을 거르게 되면 '좀이 쑤신다'는 말이 딱 맞는 상태가 된다. 퇴직을 준비하는 분들께 퇴직 후 즐길 수 있는 운동 한 가지 정도는 일정 수준에 도달할 정도로 익히기를 권한다.

이전까지는 직장을 다닌다는 핑계로 땀에 젖은 운동복을 그냥 벗어 두면 아내가 빨아줬다. 그런데 이제 백수가 되고 나니 땀에 젖은 운동복을 직접 빨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샤워를 하면서 매일 손수 세탁하기로 마음먹고 실천에 옮겼다. 빨래를 하면서도 매일 이렇게 즐겁게 테니스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다.

세탁해서 말리는 중 이렇게 세탁을 해서 말려 쓴답니다.
세탁해서 말리는 중이렇게 세탁을 해서 말려 쓴답니다.양동정

테니스 볼 세탁중 이렇게 세탁을 합니다.
테니스 볼 세탁중이렇게 세탁을 합니다.양동정

흙투성이가 된 테니스 볼. 아침시간에 10분만 공을 치면 이렇게 흙투성이가...
흙투성이가 된 테니스 볼.아침시간에 10분만 공을 치면 이렇게 흙투성이가...양동정

빨래거리가 운동복에서 테니스공까지 추가된 이유


그런데 요즘 일이 한 가지 더 늘어났다. 지난 봄에 우리가 운동하는 테니스장의 배수가 잘 안 된다는 이유로 송파구청에서 객토공사를 했다. 공사를 한 후로 습기가 많은 아침운동을 할 때는 볼에 진흙이 묻어 약 10분마다 볼을 교환해서 쳐야 하고, 진흙이 묻은 볼은 세탁해서 말려야 한다.

전문가에게 테니스공에 진흙이 묻는 이유를 물어봤다. 객토한 흙에 진흙과 마사토 비율이 적당히 섞여야 하는데 진흙이 너무 많이 섞여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슬이 있는 아침이면 진흙이 수분을 품고 있어 볼에 묻는 것이란다. 이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 별 수 있나. 그래도 나는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땀에 젖은 운동복과 테니스공을 세탁한다.


이런 일조차도 36년 직장생활을 마친 퇴직자가 즐겁게 해야 할 일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테니스공을 세탁해서 말리는 나에게 하는 아내의 한마디한다.

"당신 참! 지극정성이요. 가족에게도 그렇게 하지?!"
"알았어!"

마음속으로만 대답하고 말았다.

세탁한 볼 말리기 양파망에 넣어서 말린답니다.
세탁한 볼 말리기양파망에 넣어서 말린답니다.양동정

#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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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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