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보도문' 발표 당일, 서로 다른 주장8월 25일 새벽 남과 북이 각각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우리정부는 북측이 '사과'했다고 주장했고, 북측은 '심각한 교훈'을 언급하며 훈계했다. <한겨레> 8월 26일자
한겨레
제4항의 '동시에'란 단어가 있고 없음으로 인해 두 가지가 크게 달라진다. 기존에 우리 정부와 언론이 평가한 회담의 성과를 돌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그 의미가 엄중하다. 실수로 빠뜨렸다면 발표 후에 바로잡았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바로잡지 않았고, 북측도 항의하지 않았다. 사전에 '조율'이 있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동시에' 단어의 포함, 불포함으로 달라지는 첫 번째는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다. 공동보도문 6개 항 중에서 남과 북이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조치는 제3항의 남측 확성기 방송 중단과 제4항의 북측 준전시상태 해제 이 두 가지다. 나머지 조항들은 '앞으로 잘해 보자'는 선언적 의미와 인류애적 관점의 '유감' 표명 정도다.
제3항의 남측 확성기 방송 중단은 '공동보도문'에 그 시기가 명문화돼 있다. 8월 25일 낮 12시부터다. 그런데 제4항인 북측의 '준전시상태 해제'는 그 시기가 적혀 있지 않다. 이는 '북한 마음'이라는 의미였을까. 북측이 공개한 제4항의 '동시에'란 표현에 북측의 준전시상태 해제 시간이 내포돼 있다.
남측이 확성기를 끄는 '동시에' 북한도 준전시상태를 해제한다는 의미다. 남측은 시간이 명문화된 강제이행조항이고, 북측은 남측이 끄면 우리도 해제한다는 조건부이행조항이 되어 버렸다. '동시에'란 한 단어의 힘이다. 우리 측에는 불리한 단어다. 우리 정부가 이 단어를 누락한 이유인가.
'동시에'라는 단어로 인해 달라지는 두 번째는 우리 정부가 성과로 소개한 '재발방지' 내용 역시 실은 재발방지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제3항을 보면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하였다'이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적인 사태'라는 문구를 넣음으로써 북측이 지뢰도발 등을 재발하면 확성기를 다시 틀 것이기에 사실상 재발방지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북측이 발표한 내용 제4항에 '동시에'란 표현이 들어감으로 인해서 뉘앙스가 180도 변했다. 이 단어가 박근혜 정부의 확성기 재생을 막는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공동보도문 내용을 보자. (남측) 8월 25일 낮 12시에 확성기를 끈다 → 동시에 → (북측) 준전시상태를 해제한다는 프로세스다.
이는 반대로 남측이 확성기를 켜면 '동시에' 북측의 준전시상태가 부활하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라는 단어가 있고 없음으로 인해서 엄청난 해석상 차이를 불러오는 것이다. 준전시상태를 각오하지 않는 이상 우리 정부는 향후 확성기 사용을 결심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동시에' 북측은 준전시상태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합의문이 아닌 공동보도문인 까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