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 안에 쌓인 흙을 치우고 있다.
윤한영
흥미로운 건 김기원씨가 폐광 실소유자였지만, 광산 내부를 다 둘러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채굴이 중단된 폐광은 새우젓을 저장하던 일부 구역을 빼고 지하 1레벨 아래는 죄다 물에 잠겨 있었다. 처음에는 지하 3레벨까지 물에 잠겨 있었지만,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지하암반수를 퍼내지 못해 물이 점점 더 차올랐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니 김씨가 동굴 내부를 둘러볼 수 없는 건 당연했다.
정 과장은 최 과장이 폐광 탐험(?)을 마친 뒤 백 시장이 직접 폐광 답사에 나섰을 때 그를 따라 폐광에 들어갔다.
"지금의 동굴전망대 자리였어요. 밧줄을 타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는데, 솔직히 무서워서 식은땀이 날 정도였죠. 캄캄해서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금방이라도 귀신이 튀어 나올 것 같았어요."새우젓 저장고가 아닌 폐광 안을 들어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폐광 내부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천연동굴이 아니라 금속을 캐내던 광산이었으니 놀라움이 더 컸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냈다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때 정 과장은 폐광이 잠재적인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건 보물창고다.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가학광산 개발은 계획만 세웠을 뿐 추진되지 않았다. 밑그림을 너무 크게 그렸기 때문이다. 소요예산이 500억을 넘었다. 수도권 위성도시에 불과한 광명시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개발 계획을 추진할 능력이 없었다. 또 개발한다고 해도 성공 가능성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폐광이 개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후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가학광산 개발' 공약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양기대 시장 역시 2008년 총선과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가학광산 개발' 공약을 내건 것은 그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 과장은 양 시장의 폐광 개발 공약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양 시장에게 폐광 개발 가능성을 주장했고, 폐광 방문 때 앞장서서 안내했던 것이다.
김문수 지사도 알아본 광명동굴의 가치 양 시장 이전에 폐광을 방문한 유명한 정치인이 또 있었다. 바로 김문수 경기도지사였다. 2007년 3월 11일, 김 지사는 광명시를 방문하면서 폐광을 찾았다. 그를 폐광으로 안내한 사람 역시 정 과장이다. 이때 최 과장도 동행했다.
1999년에 폐광 탐험에 나섰던 광명시청 공무원들이 현재의 동굴전망대에서 밧줄을 타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지만, 김 지사는 새우젓 저장고 입구로 들어갔다. 그때 새우젓 저장고 입구는 김기원씨가 철문을 달아 통행을 막아 놓은 상태였다. 새우젓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정 과장은 김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김 지사를 폐광 안으로 안내했다.
"김 지사님이 동굴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동굴 내부를 둘러보고 지금이라도 당장 아이들 견학이나 탐험 장소로 활용해도 된다는 말씀을 하셨죠. 내부를 청소하고 조명을 설치하면 가능하다는 거였어요. 김 지사님도 동굴이 활용가치가 있다는 걸 아신 거죠."이 인연으로 김문수 지사는 4년 뒤, 양기대 광명시장이 폐광 개발을 시작했을 때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 김 지사가 폐광의 가치를 알고 있었기에 양 시장의 폐광 개발을 지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명시에서 43억 원을 주고 매입한 폐광애 김 지사는 70억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이후에 지속적으로 지원한 예산까지 포함하면 김 지사가 지원한 돈은 100억 원에 이른다.
양 시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 지사가 광명동굴 개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만일 김 지사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광명동굴이 지금처럼 짧은 기간에 수도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관광지로 발돋움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광해 공원녹지과장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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