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하나님 창조 질서에도 안 맞아"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285 ] 방인성 함께 여는 교회 목사

등록 2015.10.24 20:54수정 2015.10.2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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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작은 교회 박람회'가 이화여고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렸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하는 '작은 교회 박람회'는 '탈 성장', '탈 성직', '탈 성별'이라는 기치를 걸고 한국교회 개혁을 위해서 일어난 운동이다. 특별히 이번엔 세월호 유가족과 정신대 문제협의회를 초청해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었다.

오는 25일은 한국 교회의 종교개혁 주일이다. 과거 교회의 면죄부 판매는 중세 교회가 얼마나 타락했는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 때문에 1517년 마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은 종교개혁의 신호탄이 되어 개신교가 탄생했다.

그러나 500여 년이 지난 현재의 한국교회는 그때보다도 타락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여러 교회에서 불투명한 재정과 목사들의 성 추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과연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을까?

답을 찾고자 이번 '작은 교회 박람회'의 준비위원장이었던 방인성 '함께 여는 교회' 목사를 지난 20일 만났다. 그에게서 '작은 교회 박람회'와 한국교회 개혁에 대해 들어 보았다. 다음은 방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작은 교회 박람회, 폐쇄적 분위기에서 탈피하자는 운동"

 방인성 함께 여는 교회 목사
방인성 함께 여는 교회 목사이영광

- 지난 9일 '작은 교회 박람회'가 열렸는데 어땠어요?
"이번이 세 번째 박람회인데 점차 한국교회의 새로운 물결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대형화로만 가지 않고 성경이 얘기하는 교회의 본질, 섬김과 나눔이 있는 작은 교회가 지역사회를 섬길 수 있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박람회는 좋았어요."

- '작은 교회 박람회'는 어떤 행사인가요?
"한국교회가 성장과 목회자 권위 위주의 운영, 교회 내 각종 차별과 폐쇄적인 분위기로부터 탈피하기 위한 운동입니다. '탈 성장', '탈 성직', '탈 성별'이라고 하는 기치를 걸고 한국교회 개혁을 위해서 일어난 운동이죠.


한국교회가 사회나 지역에서 존경과 신뢰를 못 받아서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지역과 세상을 섬기는 작은 교회의 목회자들이 함께 모여 '한국교회를 바꿔보자'고 시작한 게 '작은 교회 박람회'입니다."

- 교회 대형화에서 오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대형화가 되면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교회 본질인 생명과 평화를 일궈내지 못한다는 것을 저희가 확인했어요. 교회는 진리, 생명, 평화를 드러내야 하는데 교회가 힘과 권력, 부를 믿어서 나아가는 것엔 생명과 평화가 없어요. 그래서 교회가 마구 크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저희는 본 것이죠. 교회가 크려고 하면 카리스마가 있는 권위주의 목회자가 필요한데요. 그렇게 되면 성도들이 거기에 생각 없이 마구 좇아가게 됩니다. 그런 비복음적이고 비성경적인 모습이 대형교회엔 매우 많이 존재하죠."


- 혹자는 "교회 규모가 좀 있어야 구제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자본주의적 생각이라고 봅니다. 성경에서 얘기하는 초대교회는 작은 교회들이 서로 연대했습니다. 진정한 교회는 이웃교회와 경쟁하거나 자기 교회만 크려고 하지 말고 서로 연대해야 하죠, 그래야 세상과 지역을 섬길 수 있죠.

마치 골목상권까지 장악한 재벌 기업처럼 하나의 교회가 모든 걸 다 하려는 것은 성경에서 얘기하는 교회의 모습이 아니에요. 서로 연합하면 작은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대형교회보다 더 많아요. 그것이 지역사회에서 위압감이나 위화감을 주지 않고 섬김과 나눔의 자세로 일하는 종교 본연의 모습이죠."

- '작은 교회 박람회'를 어떻게 매년 열게 되었나요?
" 한국교회가 다시 이 사회 속에서 존경과 신뢰를 받으려면 세상을 잘 섬기고 나눌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생명과 평화를 이루는 작은 교회를 찾아 보고 '성도들에게 건강하고 좋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교회 본질을 찾아서 작은 교회를 성도와 함께 만들어가는 운동을 펼치면 목회자가 되려는 사람들에게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낙심한 성도와 미래 목회자들 그리고 정직한 목회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저희는 '작은 교회 박람회'를 하게 된 것입니다."

- 방문객의 반응은 어떤가요?
"다양한 교회와 세상을 섬기기 위한 단체 70여 곳 이상이 모였어요. 미래 목회자와 본인이 건강한 신앙생활을 해야겠다는 성도들, 현재 목회를 고민하는 사람의 다양한 교회 사역을 보며 감동을 받았죠. 저 자신도 준비위원장으로서 (행사를) 준비하며 많은 교회와 단체, 성도들을 만났습니다. 그러면서 '이게 바로 한국교회가 변해야 할 방향성이구나'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교과서 국정화, 하나님 창조질서에도 맞지 않아"

 방인성 함께 여는 교회 목사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인성 함께 여는 교회 목사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영광

- 이번 박람회에 세월호 유가족과 정신대 문제 협의회를 초대하셨어요.
"교회는 이 세상에서 소외되고 약하고 억울하고 힘든 분들을 섬겨야 합니다. 그게 종교의 역할이죠. 이번 박람회에도 세월호 유가족들과 부스를 차렸어요. 다시 한 번 힘을 합쳐 진상을 밝혀내고 제대로 된 인양을 하자는 행사를 했어요. 또한 올해는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을 맞이하는 해라서 위안부 할머님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정대협 단체를 초청했습니다. 저희가 헌금과 판매 수익금을 거둬서 위안부 할머님들을 위로하고 일본에 (사과를) 촉구하는 관련 단체에 기부했습니다."

- 목사님은 "해방 70주년을 맞았지만, 진정한 해방이 이뤄지지 않았다. 작은 교회 운동으로 진정한 자유와 광복을 이루자"고 하셨는데 자세히 듣고 싶어요.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현재를 보면서 '이게 해방 70주년을 맞은 사회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분단 70년이 되었는데도 남북이 으르렁거리고 증오하는데 어떻게 평화를 이룰까요. '통일, 통일' 운운하면서도 북한을 증오하는 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심각한 반 통일, 반 평화 세력입니다.

언론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편중된 언론이 장악하고 있어서 많은 국민이 언론에 속고 있습니다. 종교도 권력화되어 많은 성도가 진정한 자유와 해방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번 해방 70주년을 맞이해서 '동포, 그리스도인이여. 진정한 해방을 맞이하자'는 그리스도인 선언을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 현재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뜨겁잖아요. 대부분의 한국교회 교단은 국정화를 지지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한국교회가 심각하게 병들었습니다. 대통령이 어떤 얘기를 하거나 정부가 발표하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권력 앞에 아부하는 행태를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서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정부가 국정화 교과서로 모든 국민의 생각을 하나로 맞추려는 데 기독교가 찬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다양한 조화를 이루시는 하나님의 창조질서 원리에도 맞지 않아요. 권력자 입맛에 맞춰서 역사를 왜곡하고자 하는 속내가 뻔히 보이는데 종교 지도자들이 그 속내를 꿰뚫어 보지 못한다는 것은 영적인 혜안이 없는 것입니다.

권력자들이 무슨 꼼수를 쓰고 있는지 꿰뚫어 보지 못한다면,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는 격이죠. 지금 한국교회가 그런 권력자들의 꼼수를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은 이미 그들이 예언자 직분을 벗어버렸기 때문이죠. 탐욕에 눈이 어두워 권력 앞에 무릎을 꿇는 아주 불행한 모습을 이번 역사교과서 문제 앞에서도 여실히 보였죠. 그러나 반대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는 교회들도 있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어요."

-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독재를 가리기 위한 것이라고 하잖아요. (기독교의 국정화 지지가) 기독교 역시 일본 강점기 시절 신사참배라는 암울한 역사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민족의 교회 지도자들은 일본 강점기 시절 신사참배 강요에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치욕스러운 역사를 철저히 회개해야 하는데 기독교계 내에도 친일 청산을 하지 못했습니다. 친일을 회개하지 못한 교회지도자들은 독재에도 아부하였습니다.

그 결과 많은 서민이 눈물을 흘리고 억울한 일을 당해 (교회의) 속은 곪는데도 겉치레만 화려하게 덮어버렸습니다. 한국 기독교 지도자들이 부끄러움을 모르고 돈과 권력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거짓과 음모를 분별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더는 지도력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도 다양한 해석과 여러 번역본의 성경이 있습니다. 성경 속에도 이스라엘 나라의 역사를 열왕기서와 역대서가 서로 다른 시각에서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생애를 쓴 복음서 저자들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은 서로 차이를 보이며 기록하였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획일화된 생각을 주입하고 재단하는 것은 인간의 창의성과 자유를 억압하는 범죄 행위입니다. 지금은 (사회가) 민주화되었다고 하면서 역사관을 정부가 재단하다니 세계가 비웃을 일입니다."

"타락한 한국 교회, 가진 것 내려 놓아야"

- 올해로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498년 되었어요. 지금의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때보다 더 타락했다는 소리가 있는데.
"1517년 당시 교회가 타락하고 정권에 아부하고 성도들을 억압했죠. 그러나 지금 한국교회는 그때보다 훨씬 심각한 병에 걸렸어요. 목회자가 돈의 노예가 되어 불투명한 돈 문제가 심각하고, 너무 많은 교회에서 성 추문이 드러납니다. 또한 아직도 교회를 지으며 '성전 짓기'라고 속이는 일이 너무 많아요.

신학도 왜곡되어 있고 각 교단의 신학대학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바른 신학을 가르칠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종교개혁 500주년엔 제2의 종교개혁이 한국교회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망해야 할 교회는 망하고 새롭게 정신 차린 교회들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제2의 종교개혁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지금부터 한국교회가 참회해야 한다고 봅니다. 원로목사가 회초리로 본인을 때리는 보여주기식이나 행사 위주가 아니라 지속해서 참회의 기도가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속히 한국교회가 회개 운동부터 벌이고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 일부에서는 한국교회가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고 하는데.
"'교회개혁은 하나님도 못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제가 교회개혁 운동을 10년 넘도록 했는데요. 목사가 하나님 자리에 있으려는 완고한 고집을 보며 그 말이 얼마나 절실하게 다가오는지 가슴 아팠습니다. 한국교회가 망하는 길로 가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자정능력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작은 교회 박람회'를 해보니 정직하게 한국교회를 생각하며 눈물 흘리면서 목회하는 성도가 많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성장 위주로 가는 교회가 자정능력을 잃은 건 확실합니다. 그러나 곳곳에 아직도 그루터기와 같이 남아있는 성도와 목회자를 보면서 저는 속히 한국교회가 회개하고 회복하길 바랍니다."

- 고 옥한흠 목사는 "평신도 비판하지 마라. 한국교회 책임은 목사에게 있다. 목사가 음란하지 않은데 교인이 어찌 음란할 수 있으며, 목사가 돈을 사랑하지 않는데 교인이 돈을 사랑하고, 목사가 거짓말하지 않는데 교인이 거짓말 하겠느냐"고 했습니다.
"한국교회가 망해가는 일차적 책임은 목사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개혁운동을 해보니 목사 가까이 있는 장로들, 교권을 붙잡고 있는 교회의 평신도 지도자들도 목회자와 '짝짜꿍' 하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때문에 성도들께서 정신을 차리시고 목회자에게 날카로운 비판으로 잘못 가지 아니하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목사는 책임지고 가슴을 찢으며 회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편집ㅣ김준수 기자

#방인성 목사 #작은교회 박람회 #함께여는 교회 #교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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