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형 팝니다'로 취업한 유태형씨.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이었다.
오주석
"발칙한 프로젝트잖아요. 어떻게 보면 거만해 보일 수 있고요. 그래서 신경 많이 썼어요. 예의 바르고 진지하게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명함에 '저 부하직원으로 어떠세요'라고 적었다. 광화문, 역삼, 판교 일대에서 매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인사하며 명함을 나눠줬다.
"안녕하세요. 지상 최고의 인재 유태형입니다. 기똥찬 부하직원 필요하시면 어필해주세요."페이스북 페이지 뿐 아니라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공식적인 경매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다.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고 포털 사이트에 등록했다.
"미생 폰트도 구입해서 메인폰트로 썼어요. 가장 좋아하는 파란색으로 모든 브랜딩을 맞췄죠. 어떻게 보면 B.I죠. 브랜드 아이덴티티."심지어 경매방식이 공개경매인 것도 노하우다. 기업, 나, 대중이란 3박자가 숨어 있다는 게 유씨의 설명이다.
"기업은 저한테 입찰하면 이슈될 수밖에 없어요. 원래는 구직자가 이력서를 들고 기업에게 가야하는 거예요. 그런데 거꾸로 기업이 소개서를 들고 저한테 와야 하는 거죠. 입찰하는 기업은 곧 '개방적이고 용기 있는 기업'이란 브랜딩이 되는 거죠. 저는 연봉이 높아져서 좋은 거고요. 대중들은 '쟤 별거 없는 것 같은데 연봉이 올라가네?" 이러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잖아요."- 생각보다 치밀하게 짜여졌군요."제가 경매를 한 의도가 그런 디테일을 봐달라는 거였어요. 이슈 메이킹 능력과 마케팅 능력을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봐달라는 거였죠. 그래서 솔로대첩을 기획하거나 이전 사업에 대한 경력도 일부러 적지 않았어요."
- 불안하진 않았나요?"처음에는 입찰만 들어와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기업에서는 입찰할 필요가 없잖아요. 저 말고 취직할 사람이 많으니까."
그래도 시작했어야 했다. 나 같은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너와 내가 힘든 걸 알아버렸으니 누군가는 시작해야 한다. 틀을 깨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찾아가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틀을 깨기 시작했다는 걸 알려야 했다.
1년 계약은 해프닝?!발칙한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4시간 만에 첫 입찰이 들어왔다.
"비공개 입찰이었어요. 면접을 보자고 했죠. 그때 느낌이 왔어요. '아이디어를 보고 열려 있는 기업들이 많구나.' 기분이 좋았죠."공개경매란 룰이 있어 정중히 면접을 거절했다. 그 뒤 무려 7곳에서 그를 입찰했다. 심지어 연봉 1억을 제시한 곳도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 홍보 좀 해달라고 부탁했던 대표가 직접 입찰하기도 했다.
"처음에 홍보를 부탁드리려고 성공하신 분들에게 연락드렸 거든요. 야놀자 이수진 대표도 그중 하나였어요. 그랬더니 덜컥 입찰하신 거예요. 입찰하자마자 파워링크를 걸었어요. '유태형 팝니다 1호 입찰 야놀자'. 깜짝 놀랐죠."다양한 입찰이 들어왔지만 그는 한 달에 한 번 출근에 연봉 천만 원을 제시한 '인큐(인재양성소)'를 선택했다.
"연봉 1억이 상징적이잖아요. 고민도 많이 됐죠.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출근에 천만 원도 저에겐 많은 거예요. 워낙 하고 싶은 게 많으니 시간도 넉넉하고요."- 1년 계약을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가요?"사실 해프닝이었어요. 저는 연봉 개념으로 제시한 건데 사람들이 1년 계약으로 인식하더라고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순서인 듯 했다. 정직원을 요구하는 것이 이기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저를 뽑아서 그만큼의 퍼포먼스가 안 나면 저를 잘못 뽑은 거잖아요. 그럼 내보낼 권리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반면에 1년 동안 일을 잘 하면 재계약이 되겠죠."좌절하지 않고 진짜 자신을 보여줬으면이번 프로젝트를 하며 유씨는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신기한 건 나쁜 얘기는 하나도 없었다.
"솔로대첩할 때는 욕을 하도 많이 먹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응원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한 달 동안 했던 준비 기간의 고단함이 사라졌다. 경매 막바지에는 오히려 판을 깐 자신의 수고가 전체의 1%도 안 된 것 같았다. 반응해 주고 응원해 준 사람들의 공이 가장 컸다.
"이전 사업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동이었죠. 물론 포털 사이트에는 악플이 달릴 때가 있죠.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 사람이 악플을 다는 게 나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힘들어서 그런 걸 아닐까. 그래서 악플도 감사했어요."'유태형 팝니다' 프로젝트는 끝났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 더 미련이 없다고 했다.
"다만 비슷한 형식으로 하시겠다는 분은 꼭 자신만의 방식이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했던 것을 이어가면 아류가 되는 거예요. 진짜 자신을 보여줘야 기업이 반응할 거라고 생각해요."이후 계획을 묻자 그는 '세계'를 놀라게 할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유씨가 지향하는 콘텐츠는 사람, 기업, 국가를 움직이는 콘텐츠라고 말한다.
"제가 1인 제작사인 콘텐츠 브랜드를 만들고 있거든요. 솔로대첩으로 사람, 기업, 국가도 움직였어요. 이번에는 적어도 기업은 움직였잖아요. 다음은 세계죠. 세계를 움직여보고 싶어요. 살아가면서 이루고 싶은 이상향이에요."항상 이것을 실현해 내려고 생각한다는 그. 아직은 머나먼 미래다. 좀 더 가까운 미래를 물었다.
"앨범도 내려고 작업하고 있고요. 조만간 이번 프로젝트 관련한 토크콘서트를 해보려고 해요. 워낙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셔서요. 한 스타트업 업체는 제가 필요하다며 연락이 왔어요. 이런 곳에 저를 쉐어하고 싶어요. 후속기획으로 '나머지 유태형 팝니다' 같은 것도 생각 중이고요. 지금은 놀고 싶어요."자신의 얘기가 그저 '노오력' 하면 된다는 식이 아닌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응원과 위로가 됐으면 한다는 유씨.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항상 어딜 가나 똑같은 말을 해요.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에 들지 않았다고 해서 쓸모없는 인재가 아니에요. 스타일이 다를 뿐이죠. 떨어졌다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미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고 좋은 인재잖아요. 응원과 위로의 말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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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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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미달, 탈락, 불합격... '나를 팝니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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