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청도 자제하라는 뱃놀이, 달성군은 왜 고집하나

달성습지 해칠 위험있는 뱃놀이사업 추진... 강은 그냥 '물그릇'이 아니다

등록 2016.04.28 17:08수정 2016.04.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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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돈벌이가 된다 해도 해서는 안 되는 짓이 있습니다. 석과불식(碩果不食)이라 했습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씨과실은 먹지 않는 법입니다. 아무리 돈벌이가 급하다고 대구 생태와 미래 자산까지 탕진해서는 안 됩니다. 대구 달성군은 지금이라도 후손들 보기 부끄러운 짓을 즉각 철회하기 바랍니다."

달성습지 친구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녹색당 대구시당, 대구환경운동연합 등으로 구성된 '낙동강 살리기 대책위'가 지난 4월 2일 대구 달성군의 뱃놀이 사업 철회를 촉구하면서 연 기자회견의 마지막 발언입니다.

달성습지란 '씨과실'은 훼손하지 말아야

 달성군의 유람선이 강정보 계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뒤에 쾌속선도 보인다.
달성군의 유람선이 강정보 계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뒤에 쾌속선도 보인다. 정수근

 강정보 디아크 앞에서 낙동강 살리기 대책위 소속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여러 달성군의 유람선 운항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강정보 디아크 앞에서 낙동강 살리기 대책위 소속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여러 달성군의 유람선 운항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박동인

그렇지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씨과실은 먹지 않는 법입니다. 우리 선조들이 말했듯 너무나 상식적인 말입니다. 씨과실마저 먹어버리면 더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지요.

서대구 달성습지가 딱 그러한 경우입니다. 한쪽(대구시)에서는 예산을 들여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또 다른 한쪽(환경단체)에서는 달성습지를 각종 개발 행위에서 지켜내지 못한 반성으로 달성습지에 대해 새롭게 학습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달성습지만이라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한 몸부림이지요.

그런데 마지막 다른 한쪽(달성군)에선 달성습지의 생태계를 교란하는 행위를 더 확대하고 있습니다. 달성군에서 행하는 그 뱃놀이 사업 말입니다. (관련기사 : '녹조라떼' 위에서 뱃놀이를? 흑두루미도 내쫓아)

달성군이 벌이는 뱃놀이 사업은 대구의 생태 축이자 마지막 씨과실인 달성습지의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4대강 사업 때문에 매년 여름만 되면 독성 남조류가 번성하는 녹조 현상이 일어나고,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 달성습지가 이제 달성군에서 행하는 뱃놀이 사업으로 또 망가질 처지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달성군은 지난 4월 2일부터 유람선 운영 코스를 화원유원지에서 강정보까지 연장했습니다. 이어 달성군이 수자원공사의 자회사인 (주)워터웨이플러스가 벌이는 오리배 사업을 위한 하천점용 허가를 내어줬습니다.

이 일대가 유람선이 다니고, 연인들이 오리배를 타고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관광지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곳은 세계적인 습지인 달성습지가 있는 곳입니다. 이런 습지에서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는지요?  


상위기관의 계도도 무시하는 달성군의 '몽니'

 수공의 자회사에서 준비중인 오래배사업. 낙동강 수질과 수생태계 악화가 우려된다.
수공의 자회사에서 준비중인 오래배사업. 낙동강 수질과 수생태계 악화가 우려된다. 정수근

"달성군 안전재난과에 허가신청을 냈고, 허가가 다음 주경으로 나올 것으로 아는데, 그렇게 되면 당장 다음 주부터 (오리배) 운항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지난 4월 22일 통화에서 '(주)워터웨이플러스' 담당자가 한 말입니다. 오리배 운항이 곧 임박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로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건지, 일단 오늘(28일)까지는 오리배 사업에 대한 허가가 나지는 않았음을 확인했습니다.

낙동강과 하중도와 금호강으로 이어지는 달성습지는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과 고라니, 삵, 꼬리수리 같은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다양한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이자, 1989년 세계습지목록에 이름을 올린 세계적인 습지입니다. 대구를 넘어 세계의 자랑인 달성습지가 한 지자체의 사업으로 망가지면 안 됩니다.

대구시·환경청 "유람선 운행 자제하라고 했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은 천혜의 자연습지인 달성습지의 모습과 유람선 사업 지점을 볼 수 있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은 천혜의 자연습지인 달성습지의 모습과 유람선 사업 지점을 볼 수 있다.신병문

같은 날(22일) 상위 행정기관인 대구시 환경정책과에서는 이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야생동물의 번식기나 철새들의 이동 시기에는 유람선 운항을 자제해달라고 달성군에 자체 공문을 보냈다. 전화로도 건의했다. 그런데도 그대로 진행하고 있으니 우리도 답답하다. 다시 방문해서라도 의견을 개진하겠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자연생태계 담당자의 답변입니다. 달성군이 상위 기관의 계도 행정을 무시하고 뱃놀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이어 대구지방환경청에도 문의했습니다.

"철새가 오는 철에는 배 운항을 자제해달라고 했다. 작년 말 '두루미네트워크' 회의에서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도 운항을 하고 있으니 정말 왜 그런지 모르겠다. 확인하고 추가 조처를 하겠다."

 지난 4대강사업 기간 달성습지도 삽질을 비켜갈 수 없었다. 마구 파헤쳐지는 달성습지
지난 4대강사업 기간 달성습지도 삽질을 비켜갈 수 없었다. 마구 파헤쳐지는 달성습지정수근

마지막으로 국가 하천인 낙동강을 관리하는 국토부 부산지방국토청의 하천관리과에 문의했습니다. 하천관리2과 담당자에게 달성군이 강정보 디아크 앞에 유람선 계류장을 어떻게 설치를 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곳에선 좀 다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하천점용 허가는 국가하천이라도 지자체에 이관할 수 있다. 디아크 앞의 계류장은 부유식이다. 부유식은 지자체의 허가 사항이다."

그 담당자의 설명에 의하면 달성군이 스스로 하천점용 허가를 내서 유람선 계류장을 국가 하천에 설치한 셈입니다.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법에 그렇게 되어 있다. 법의 맹점이다. 법을 고치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배를 좀 띄우면 어떠냐? 하천을 이용할 때는 이용해야 하는 거 아니냐?"

국가 하천을 제대로 관리를 해야 할 국토부 담당자의 사고에는 '강은 맘껏 개발해도 된다'는 등식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달성군의 몽니가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법의 맹점이 존재하고, 환경보호보다 개발의 중요성을 더 높이 평가하다 보니 달성습지 인근에 배를 띄워도 아무런 윤리적 책임감이 생길 수 없지요.

최근 달성군이 언론에 밝힌 입장도 이와 비슷합니다. 달성군 관광과 담당 과장은 지난 26일 대구KBS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철새들이 철마다 날아왔고 때 되면 다 날아가는데, 우리가 보기에 (유람선 운항은) 철새하고는 전혀 문제없다. 관계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가 왜 멸종위기종이 되었는지, 이 귀한 새가 왜 아무 곳에 날아오지 않는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할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은 살아있는 유기체이지, '물그릇'이 아니다

 인공의 오리배를 선택할 것인가, 살아았는 흑두루미를 선택할 것인가? 하천은 단지 물그릇이 아닌 살아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선택은 자명하다.
인공의 오리배를 선택할 것인가, 살아았는 흑두루미를 선택할 것인가? 하천은 단지 물그릇이 아닌 살아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선택은 자명하다.정수근

국토부 담당자의 말대로 유람선을 띄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허용되면 달성군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사업에 나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식수원 낙동강이 온통 뱃놀이 난장으로 변질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중요한 관점이 내포돼 있습니다. 강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보느냐, 단지 물그릇으로 보느냐 하는 관점의 차이 말입니다. 강은 단지 물그릇일 수는 없습니다. 강은 우리 국토를 이루는 국토의 핏줄입니다.

그 핏줄은 우리 인간과 야생동물의 목숨줄을 잇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물을 먹고 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강은 단순한 수로가 아닙니다. 그 안에 무수한 생명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요,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공간입니다.

그러한 공간을 오직 인간들의 돈벌이 공간, 유희의 공간으로 점령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강을 강답게 바라봐야 합니다. 더구나 지금의 낙동강은 원래의 모습이 아닙니다. 4대강 사업으로 왜곡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낙동강에서, 다 죽어가는 낙동강에서 우리가 희희낙락하며 뱃놀이를 즐긴다는 것은 기본적인 윤리의식마저 결여된 행동입니다.

 녹조라떼 강에서 뱃놀이? 맹독성물질을 함유한 남조류가 창궐하는 낙동강에서 무슨 뱃놀이란 말인가.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돈벌이에만 급급해서는 안된다.
녹조라떼 강에서 뱃놀이? 맹독성물질을 함유한 남조류가 창궐하는 낙동강에서 무슨 뱃놀이란 말인가.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돈벌이에만 급급해서는 안된다. 정수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번 타고 말 유람선이 아닙니다. 막힌 강은 지금 서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매년 늦은 봄만 되면 피어오르는 녹조현상이나 반복되는 물고기 떼죽음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강에 기생충까지 창궐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방기하고 유람선이라니요?  달성군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낙동강을 이전의 살아있는 강으로 되돌리는 일이어야 합니다. 국토부에 그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시도민을 위해, 그리고 달성군의 미래를 위해서도 뱃놀이와 같은 돈벌이 사업에만 골몰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정수근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평화뉴스>에도 함께 게재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달성군 #유람선사업 #강정고령보 #디아크 #오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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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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